농구,배구 | 68세 우승 두 번 박기원 감독 “내 나이가 어때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작성일19-03-15 02:00 조회36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니까 약 서너 시간 코트에 서 있죠. 힘들지 않냐고? 경기 내내 집중하니까 힘든 줄도 몰라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박기원 감독은 활력이 넘쳤다. 박 감독은 “5세트 내내 코트에서 두뇌 싸움을 벌이다 보면 경기가 끝나자마자 맥이 탁 풀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 감독은 체력 관리에 힘쓰고 있다. 주당에 애연가였지만, 대한항공 감독직을 맡은 2016년 이후 술·담배를 끊었다.
박 감독은 아침 6시에 일어나 체육관으로 출근한다. 선수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비디오 분석과 전술 연구를 하다 밤 10시에 퇴근한다. 박 감독은 “배구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감독도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서브다. 과거 배구에서 서브는 말 그대로 ‘서비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공격적인 서브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선 서브 범실이 두려워 공격적인 서브보다는 정확한 서브를 강조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은 2016~17시즌 팀을 맡자마자 선수들에게 강서브를 주문했다. 박 감독은 “강한 서브야말로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다. 2017년 컵대회에선 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무려 35개의 서브 범실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구단에서 좋지 않은 평가가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선수들에게 ‘계속 강서브를 넣으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좋았다. 2015~16시즌까지 세트당 1.06개였던 서브 득점은 올 시즌 40% 증가한 1.49개로 늘었다. 강서브로 상대를 흔들고, 유효블로킹으로 찬스를 만든 뒤 강력한 역습을 가하는 대한항공의 배구는 심플하면서도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다른 선수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박 감독은 1979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한 이후 해외에서 3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래서 개방적인 스타일을 몸에 익혔다. 대한항공에 부임한 뒤엔 수직적인 팀 분위기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러닝 중심의 체력 훈련은 선수 개개인에 맡겼다. 결혼한 선수는 합숙 대신 집에서 출·퇴근하도록 했다. 늘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대한항공 체육관 한쪽 벽엔 ‘별’이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해 첫 우승을 기념하는 현수막이다. 박 감독은 반대편 벽을 가리키며 “현수막 하나를 더 걸고 싶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플레이오프(3전2승제) 승자와 22일부터 챔프전(5전3승제)을 치른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