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 [김식의 야구노트] 신바람 야구 LG, 홈 관중 3000만 명 처음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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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4-30 02:00 조회3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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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여기저기서 분노한 LG 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시 신인 투수이었던 차명석(LG 단장)은 두 선배와 이동하다가 어느 팬에게 들켰다.
“죽여!”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차 단장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 선배는 각자 쏜살같이 달아난 뒤였다. 그는 “어느 순간 나 혼자 남아 있더라. ‘이 팀이 이래서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LG는 1994년 이후 24년 동안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지만,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스포츠단이다. 인기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인구가 많은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이점과 ‘신바람 야구’ 이미지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창단할 때 형성된 자산이 그만큼 값졌다.
프로야구 출범 멤버였던 MBC는 89년 10월 구단 매각을 결정했다. MBC의 내부 소식을 가장 빠르게 입수한 그룹이 LG(당시 럭키금성)였다. 당시 서울 입성을 노렸던 지방 연고 팀도 있었던 터라 LG의 MBC 인수는 은밀하게 진행됐다.
매각이 결정되자 청룡 직원들은 2명을 제외하고 모두 MBC로 돌아갔다. LG그룹은 야구단으로 전입할 직원들을 사내 공모했다. LG 트윈스라는 이름도 사내 공모로 결정했다. LG 선수단은 작업복 같은 유니폼을 입고 대만 전지훈련을 떠났다. 3월 창단식에는 뉴욕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줄무늬)에서 착안한 세련된 유니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치어리더와 막대풍선 응원, 선수 응원가를 최초로 도입한 구단이 LG다.
매일 수백 통의 팬레터가 LG 구단사무실에 도착했다. 차명석 단장은 “그중 50%는 유지현·서용빈·김재현 등 신인 3총사에 온 것이었다. 김용수·정삼흠·김동수 선배 등에게도 편지가 많이 왔다. 정말 대단한 인기였다”고 회고했다. “차 단장은 팬레터를 얼마나 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내 편지는 집으로 배달된다고 우겼다”며 껄껄 웃었다.
차 단장은 “팬들을 생각하면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다. 팬들이 원하는 건 좋은 성적”이라며 “매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냥 믿어달라고 하지 않겠다. 팬들 앞에서 공약하고, 실력으로 그 약속을 지키는 과정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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