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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발에 붙은 공, GPS 단 패스…'18세 메시' 닮은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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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6-13 02:00 조회8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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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이강인이 세트피스 상황에 이동하며 트래핑으로 공을 공중으로 올린 뒤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생각할 때는 진짜 형들이 잘해줬고…, 진짜.”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18·발렌시아)의 말이다. 그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진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 박지성(38)은 “때문에~”란 말을 반복했는데, 이강인은 “진짜”란 말을 달고 산다.
 
한국 축구에 ‘진짜’가 나타났다. 18세의 축구 천재 이강인이다. 한국 U-20 대표팀은 12일 폴란드 루블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었다. 이강인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프리킥을 차기 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스루패스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수비를 속인 표정에 박문성 해설위원은 봉준호 감독이 캐스팅해야 한다고 농담을 건넸다. [SBS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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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메시처럼 ‘18세 맏형’ 역할
 
이강인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전반 39분 하프라인 인근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였다. 키커로 나선 이강인은 손으로 입술을 만지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골문 쪽이 아닌 왼쪽 측면으로 낮게 깔리는 스루패스를 찔렀다. 오버래핑한 최준(20·연세대)이 이 패스를 받아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최준은 “밥 먹을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강인이와 프리킥을 하기 전 눈이 맞았다”고 말했다.

12일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이강인이 앞쪽의 최준을 바라본 뒤 공간 패스를 하고 있다. 이후 최준의 골로 이 패스는 이강인의 어시스트로 기록됐다. [연합뉴]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주역인 신연호(55) 단국대 감독은 “이강인은 세트피스 때 입술을 만지는 버릇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최준을 발견한 뒤 동공이 커졌다. 이강인의 왼발킥 탄도와 정확성을 보고 있으면 마치 발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도 “이강인은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도 표정 연기로 에콰도르 선수는 물론 중계 카메라까지 감쪽같이 속였다”면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이강인을 캐스팅해야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리틀 태극전사들이 12일(한국시간) U-20월드컵에서 에콰도르를 제치고 결승에 진출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모두 여덟 골을 넣었는데, 득점자가 최준(아래 오른쪽), 이강인(가운데), 조영욱, 오세훈, 이지솔, 김현우 등 6명이다. 진정한 ‘원팀’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강인은 이번 대회 여섯 경기에서 1골·4도움을 기록 중이다. 14년 전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이끌었던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메시는 18세이던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여섯 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프로 1년 차’에 ‘두 살 많은 형들 사이’에서 ‘특급 재능’을 뽐내고 있다. 
 
 
안정환(43) 해설위원은 “남미와 스페인 축구를 섞은 새로운 스타일의 선수가 나왔다. 공을 손으로 갖다 줘도 저렇게 정확할 수 있을까”라면서 “아직 메시급은 아니지만 그 정도까지 갈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메시는 키가 1m70㎝에 불과하지만 축구 재능과 감각을 타고났다. 1m73㎝이강인도 메시처럼 즐기면서 경기를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간다. 박문성 위원은 “18세짜리 선수를 벌써 메시와 비교하는 건 이르지만, 이강인은 플레이 스타일은 물론 캐릭터와 결이 다른 건 분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한 재능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아라 슛돌이’ 때인 여섯 살의 이강인. [KBSN 스포츠]

2007년 ‘날아라 슛돌이’에서 이강인을 지도했던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어려서부터 성인 축구선수를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여섯 살은 웬만해선 아크 부근에서 크로스바까지 공을 날리기 쉽지 않은데, 강인이는 크로스바 맞히기 내기에서 두 번 다 성공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태권도 사범 아버지 이운성씨 밑에서 자란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에 입단했다. 텃세와 인종차별을 극복했고, 가족들도 함께 건너가 다른 직업을 구해 뒷바라지했다.
 
이강인은 발이 느린 편이다. 그래서 ‘치달(치고 달리기)’은 어렵다. 하지만 스페인 선수처럼 볼을 지켜내면서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 발로 공을 정지시킨 뒤 몸을 360도 돌려 상대를 따돌리는 ‘마르세유 턴’도 자유자재다.

12일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 이강인이 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결승골을 넣은 최준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

  
외신기자 “가장 아름다운 패스 구사”
 
폴란드 스포츠지 스포르트의 크시슈토프 미칼리 기자는 “유럽에서 한국 축구는 ‘빠르고 오래 뛰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강인은 다른 스타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패스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빠른 발을 지닌 차범근(66)과 손흥민(27·토트넘), 많이 뛰는 박지성(38)과는 다른 유형이란 의미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강인은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노린다. 메시를 비롯해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1979년), 폴 포그바(프랑스·2013) 등 특급스타들이 받은 상이다. 경쟁자는 우크라이나의 다닐로 시칸(4골)과 세르히 불레차(3골·2도움) 등이다. 한국 남자 선수 중 FIFA 주관 대회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선수는 아직 없다.
 

네덜란드 아약스가 이강인을 원한다고 보도한 발렌시아 지역지 수페르 데포르테스.

한편 발렌시아 지역지 수페르 데포르테스는 11일 네덜란드 아약스가 이강인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은 “대회에 집중하고 있어 소식을 듣지 못했다. 월드컵이 끝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의 바이아웃(계약기간 남은 선수를 데려갈 때 지불해야 할 최소 이적료)은 8000만 유로(약 1072억원)고, 연봉은 14억원(추정치)이다.  
 
루블린=송지훈 기자, 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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