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 [박린의 뷰티풀 풋볼]박지성·손흥민과 또 다른 'Z세대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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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6-21 02:00 조회6,3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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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생 박지성(38), 1990년대생 손흥민(27·토트넘), 2000년대생 이강인(18·발렌시아).
최근 한국축구를 세대별로 대표하는 축구선수들이다. 세 선수를 보면 시대 흐름이 보이고, 한국 젊은이들의 변화도 보인다.
미드필더 박지성은 투혼을 발휘하며 헌신적으로 뛰었다. 공을 빼앗기면 다시 쫓아가 태클로 볼을 따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유벤투스의 안드레아 피를로를 경비견처럼 쫓아다니며 꽁꽁 묶은 적도 있다. ‘한국형’에 가까운 선수였다.
박지성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무릎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박지성은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무릎에 물이 찼다. 대표팀 경기에 다녀와서 열흘 넘게 못 뛴 적도 있다.
그런데도 월드컵에 3차례 출전했고, A매치 100경기를 채웠다. 아쉽게도 33세에 조기은퇴했다. 박지성은 최근 아내 김민지씨 유투브를 통해 “언젠가 무릎수술을 다시 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고백했다. 김민지씨는 “콜라겐을 열심히 먹이고 있는데, 남편은 연골이 없으니 소용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공격수 손흥민은 박지성과는 다른 유형이다. 투지에 기술을 더한 ‘하이브리드형’이다. 문전을 향해 돌진하고, 공간을 파고들어 스스로 해결한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강력한 양발슈팅도 지녔다. ‘유럽형’에 가까운 선수다.
손흥민은 ‘박지성 세대’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기면 아이처럼 해맑게 웃지만, 지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강인은 박지성-손흥민과는 또 다른 세대다. 박지성이 Y세대, 손흥민이 밀레니얼 세대라면, 이강인은 Z세대다. ‘Z세대’는 알파벳 마지막 글자 Z처럼 20세기의 마지막 세대로, 1995년 이후 출생자를 말한다.
이강인은 결승전 패배 후 ‘혹시 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뭐하러 울어요. 전 후회 안합니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이강인은 이기든 지든 경기 자체를 즐긴다.
한국축구는 점점 세계화되고 있다. 박지성은 21살이던 2002년에야 일본 교토 상가를 떠나 에인트호번에 입단했다. 손흥민은 16살이던 2008년 동북고를 중퇴하고 독일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이강인은 손흥민보다 더 빨리 유럽에 건너갔다. 10살이던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에 입단했다. 스페인 유스 시스템 알레빈(10~11세)에서 공을 차면서 기존의 한국선수들과는 다른 돌연변이로 성장했다.
스페인 대표 출신 사비처럼 경기를 조율하고, 이니에스타처럼 뛰어난 발재간을 지녔다. 발이 다소 느린 편인 이강인은 ‘치달(치고 달리기)’이 어렵다. 하지만 속도를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했다. 전방을 향해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패스를 찔러준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남미와 스페인 축구를 섞은 새로운 스타일의 선수”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U-20월드컵에서 예선탈락할거라 예상했지만, 이강인은 “우승이 목표”라고 당당히 말했다. 한국남자축구 최초로 FIFA 주관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골든볼도 받았다. 이강인은 두 살 형인 골키퍼 이광연(20·강원)의 양볼을 잡고 “하면 되잖아”라고 용기를 불어넣고, “시상식에 웃으며 올라가자”고 위로하기도 했다.
아직 18세인 이강인은 대선배 박지성, 손흥민이 이뤄낸 업적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다만 이강인은 두사람과 플레이스타일, 캐릭터, 결이 다르다. 분명한건 우리는 그동안 한국에서 보지 못한 재능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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