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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스승 정정용의 고별사 “얘들아, 더 높은 레벨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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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6-21 02:00 조회5,2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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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U-20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정용 감독. [연합뉴스]

 
20세 이하(U-2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50) 감독은 영광의 자리에서도 제자들을 먼저 생각했다. 세계대회 준우승은 그 자체로 값진 성과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기를, 더 성장해서 더 큰 무대에서 다시 만나기를 주문했다.
 
정 감독은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U-20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U-20 대표팀의 (준우승 관련) 행사는 어제저녁으로 모두 끝났다”면서 “지금부터는 ‘다음’을 이야기할 때”라고 말했다.
 
“선수들과 헤어지기 전 ‘다음에 언제든 만났을 때 레벨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힌 그는 “당장 이번 주부터 (소속팀으로 돌아간)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U-20 대표팀 코칭스태프. 왼쪽부터 김대환 코치, 공오균 코치, 정정용 감독, 오성환 코치. [뉴스1]

 
U-20 대표팀은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준우승했다. 당초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경기를 거듭하며 선수와 전술의 완성도가 공히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정정용 호는 지난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이룬 이전 최고 성적(4강)을 뛰어넘어 새 역사를 썼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 기간 중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으로 결승전을 꼽았다. “그렇게 더운 날씨가 처음이었다. 섭씨 34도까지 올랐다. FIFA가 전반에 쿨링 브레이크를 줄 정도였다”고 운을 뗀 그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 전술적으로 좀 더 세심하게 준비해야 했다. 선수 기용에 대해서도 대한축구협회 TSG(테크니컬 스터디 그룹)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좀 더 냉철할 필요가 있었다”고 되짚었다.
 
대회 내내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을 기반으로 선수단을 이끈 정 감독은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에서는 공격과 패스에 방점을 찍은 미드필더진을 활용했다. 한국이 전반 5분 만에 이강인(18ㆍ발렌시아)의 페널티킥 골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이른 시간에 나온 선제골이 외려 독이 됐다.  
 
상대가 만회 골을 위해 파상 공세를 펼친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비 안정감이 떨어지는 조합으로 맞서다 보니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전반 34분과 후반 8분 연속 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후반 44분 한 골을 더 내줬다.
 

우크라이나와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큰 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는 정정용 감독(맨 오른쪽). [연합뉴스]

 
정 감독은 “골을 넣은 다음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한데, (선수들 사이에서) 선제골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걸 느꼈기 때문에 일부러 라인을 더 올리려 했다”면서 “선수들의 (떨어진) 체력이 (무더운) 날씨와 맞물려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선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을 품에 안은 이강인에 대해 정 감독은 “선수 자신의 절실함과 간절함이 경기력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했다. “구단(발렌시아)을 방문했을 때 시간 여유가 있어 (이)강인이와 차 한 잔 마시며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고 밝힌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을 꼭 나가고 싶다는 강인이의 의지를 확인했다. 파주에 소집할 땐 피지컬적으로 준비도 잘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 입장에서 이강인의 테크닉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하지만 아직 피지컬은 성장 단계다. 반응 근력과 코어 근육 능력을 키우고 밸런스를 잘 잡으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선수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정정용 감독을 헹가래치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 양광삼 기자

 
‘나만의 골든볼’을 뽑아달라는 요청에 정 감독은 “한 명을 더 뽑을 수 있다면 당연히 황태현(20ㆍ안산)”이라면서 “태현이와 2년 반 동안 함께 했다. 성실함 하나로 톱클래스로 올라선 선수다. 주장으로 일찌감치 점찍어놓고 혹시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 어쩌나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몫을 잘해냈다”고 칭찬했다.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듯한 용병술과 선수 교체 전략을 선보여 ‘제갈용’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 감독은 “루틴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경기 끝난 뒤 주어진 3일 또는 4일의 기간에 맞춰 매 순간 적절히 대처한 것”이라면서 “감독만의 판단은 아니었다. 코치들과도 교감하면서 서로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대회 내내 결과가 좋았지만, 결승전에서만큼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정정용 호는 U-20 월드컵 기간 중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막지 않는 등 ‘열린 규율’로 주목받았다. 정 감독은 “코끼리를 어릴 때 묶어 놓으면 나중에 커서 풀어놓아도 말뚝 주변만 돌아다닌다”면서 “선수들에게 ‘하지 마라’고 지시하면 앞에선 안 하더라도 뒤에서 한다. 선수들에게 (결정권을) 열어주되 책임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까지 허락하고 금지할지 고민스러울 땐 ‘존중’이라는 판단 기준을 되새겼다”면서 “선수들의 자유의사를 믿어주고, 대신 선을 넘어가면 다시는 못 들어오도록 엄격하게 규칙을 적용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따라줬기에 유지될 수 있었던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을 받는 정정용 감독(왼쪽).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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