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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신태용 신의 한수]손흥민의 중국전 89분, 부메랑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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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1-28 09:47 조회4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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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전반 손흥민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15년 만에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내가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제자들이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카타르에 패한 직후 손흥민(27·토트넘)이 눈물을 흘리지 않더라.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지도했던 흥민이의 모습과 달랐다. 원래 메이저대회에서 탈락하면 분해서 펑펑 울던 선수였다.
 
하지만 울지 않고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 그만큼 자신의 세번째 아시안컵이 너무 허무하고 허탈하게 끝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난 16일 열린 중국과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흥민이를 출전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흥민이가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치른 뒤 이틀만에 또 나오는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유럽에서 중동으로 장거리 비행을 했고, 기후 적응도 필요했다.영국 런던 기온은 5~7도로 한겨울인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20~25도로 여름 같다.
 

25일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후반 카타르의 득점에 손흥민이 허탈해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출전시켰고, 후반 44분까지 89분을 뛰게했다. 손흥민은 2골에 관여하면서 승리를 이끌었지만, 모두가 알듯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흥민은 바레인과 16강전에서 연장혈투를 펼쳤고, 결국 카타르와 8강전에서 과부화가 걸렸다.  
 
특유의 날카로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고, 팀 전체도 함께 가라앉았다. 손흥민의 중국전 89분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흥민이 역시 “와서 몸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손흥민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뉴스1]

벤투 감독을 보면 축구철학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것 같다. 하지만 혹시 저러다 부러지지 않을까 우려가 들기도 했다. 경기장 밖에서 지켜본 축구인 입장에서 쓴소리를 좀 하겠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다. 반면 필리핀은 116위, 키르기스스탄은 91위, 바레인은 113위, 카타르는 93위다. 100위권 안팎인 팀을 상대로 똑같은 포메이션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아시아팀과 세계적인팀을 상대할 때는 전술과 선수구성이 다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조로웠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사령탑 시절부터 23명 중 11~15명 정도만 중용한다고 들었다. 게다가 상대팀이 파이브백(수비 5명)을 쓰는데, 4-2-3-1 포메이션만 고수했다.
 
벤투 감독은 골키퍼와 수비수부터 차곡차곡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볼점유율은 60% 이상인데, 패스만 돌리다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감바 오사카) 외에 우리선수들의 모습이 잘보이지 않았다. 
 
만약 좀 더 과감하게 4-4-2 포메이션을 써서, 공격시 투 스토퍼만 남고 양쪽 풀백이 올라가는 2-4-4 형태를 가동했다면 어땠을까. 횡패스보다는 종패스, 혹은 삼자패스를 통해 뒷공간을 노렸다면 어땠을까.  
 

2019 아시안컵 축구대표팀의 기성용이 햄스트링 부상 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벤투호에서 하차했다. [연합뉴스]

부상자도 속출했다. 나상호(도쿄),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부상을 당했고,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황희찬(함부르크)까지 근육이 올라와 결장했다. 부상자가 속출한건 대표팀 관리의 문제다. 대표팀 의무팀 2명이 축구협회와 계약문제로 중도하차하기도 했다. 대회 기간 중 23명 전원이 훈련한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미드필더 이청용(31·보훔)은 여동생 결혼식 참석차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치고 한국에 다녀왔다. 물론 축구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청용이는 조별리그에서 컨디션이 최고로 좋았고, 사실상 혼자 다했다. 무박 3일로 한국에 다녀온 뒤 폼이 떨어진건 다소 아쉬웠다.
 
공격수 이승우(21·베로나)는 중국전에 출전기회를 얻지못하자 물병과 수건을 걷어찼다. 내가 아는 승우는 아마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그랬을거다. 하지만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됐다. 여러가지 상황을 되짚어보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기성용과 이청용도 은퇴를 고려 중이라고 들었다. ‘1996년생 3인방’ 황희찬, 황인범(대전), 김민재(전북)이 이번대회를 통해 더 성장해 팀을 끌고 나가야한다.

 

아킬레스건 부상을 딛고 성공적으로 복귀한 디종 권창훈(왼쪽). [디종 트위터]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던 미드필더 권창훈(디종)이 최근 프랑스 리그에 복귀한건 기분 좋은 소식이다. 창훈이는 러시아 월드컵 직전에 부상을 당해 데려가지 못했지만, 감독이 주문하는 전술을 어떻게든 이행하려 노력하는 선수다. 만약 창훈이가 대표팀에 가세한다면 기어를 변속할 수 있다.
 
유망주 독일 명문팀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정우영(20)과 스페인 발렌시아 미드필더 이강인(18)은 일단 올림픽대표팀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올라오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확인된다면 자연스럽게 성인대표팀 세대교체를 가져갈 수도 있다.  
 
한국축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쓴소리를 했지만, 벤투 감독을 향한 변명도 하고 싶다. 감독이 6개월만에 메이저대회에 나갈팀을 만드는건 쉽지 않다. 저도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상당히 힘든걸 안다.  
 
우리 선수들 역시 축구팬들이 밤잠 설쳐가며 응원해주시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한국축구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는건 아니다보니깐 팬들께서 실망하실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차근차근 만들어갈테니 믿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 꾸중할 땐 꾸중하더라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 그래야 2023년 아시안컵에서 다시 63년 만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으니까.
 
아부다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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