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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야구 | [차범근 분석] 두 얼굴의 사나이? 토트넘의 손흥민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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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2-14 02:00 조회2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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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열린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에서 런웨이에 함께 오른 손흥민(왼쪽)과 차범근 전 감독. [뉴스1]

 
 축구대표팀 손흥민(27ㆍ토트넘)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14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토트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후반 2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소속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올 시즌 16호포이자 최근 4경기 연속골의 상승세다. 도르트문트전 골로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정규리그ㆍ리그컵ㆍFA컵ㆍ챔피언스리그)에서 골 맛을 봤다.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가고 있는 ‘손의 승리 공식’도 유지됐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이후 치른 16경기에서 13골을 몰아쳤다. 정규리그에서 10골, 리그컵과 FA컵, 챔피언스리그에서 각 1골씩이다. 같은 기간 손흥민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토트넘은 100% 승리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아르헨티나)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다음 번에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난 곧장 드레싱룸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면 될 것 같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겼다. ‘손흥민 골=승리’에 대한 감독의 기대감을 담은 농담이다.
 
손흥민의 활약에 대해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득점 소식을 전하는 온라인 기사마다 “아시안컵 기간 중엔 부진하더니 소속팀에 돌아가자마자 펄펄 나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부정적인 댓글이 빠짐 없이 달린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득점포를 펑펑 터뜨리는 것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7경기 연속 무득점 중인 상황에 대한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를 받은 뒤 대표팀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의혹도 나왔다.
 
소속팀에서 맹활약하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침묵하는 ‘손흥민의 두 얼굴’에 대해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66)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자문을 구했다. 차 감독은 “나 역시 현역 시절 똑같은 고민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면서 “(손)흥민이가 불필요한 오해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14일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도르트문트전에서 후반 2분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 [AP=연합뉴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요즘 손흥민 보는 재미에 산다. 그라운드에 올랐다 하면 어김 없이 골을 넣어주니 새벽 시간에 잠을 줄여가며 경기를 볼 맛이 난다. 일부긴 하지만 대표팀에서의 골 침묵을 거론하며 (손)흥민이의 진심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래서 더 아쉽다. 상황에 따라 경기력은 다르게 나올 수 있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표정만 봐도 어떤 마음가짐인지 알 수 있다. 축구 선배로서 단언할 수 있다. 손흥민은 어떤 경기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손흥민에게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는데, 대표팀에서 체력을 아끼거나 몸을 사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보다는 서로 다른 경기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는 생각이다.
 

14일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도르트문트전에서 후반 2분 골을 터뜨리고 있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 [EPA=연합뉴스]



토트넘을 포함한 유럽 축구는 공격과 수비 공히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찬스가 오면 최후방 수비라인도 상대 지역 깊은 곳까지 올라가 공격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가급적 공-수의 간격이 흐트러지지 않는 게 포인트다. 상대 위험지역 근처에 더 많은 선수가 다가서면 공격 옵션이 한층 다양해진다. 최전방에서 볼을 받아 슈팅을 시도하는 손흥민 입장에서도 이런 패턴의 공격 방식이 더욱 수월하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높이로 위험지역에 볼이 들어올 지 몰라서 상대 수비가 느끼는 혼란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경우 공격을 진행할 때 우리 선수들의 위치가 (토트넘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너 걸음 정도 낮다.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과정에 패스 한 두 번, 또는 서너 걸음의 드리블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차이가 상대 수비진에게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 아시안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이러한 경향은 파울루 벤투(50ㆍ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의 전술과 무관하다. 골을 넣는 것보다 실점을 막는데 더 치중해 온 한국 축구 특유의 정서가 만들어낸 ‘본능적 움직임’이랄까.
 

14일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도르트문트전에서 후반 2분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는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 [AP=연합뉴스]



손흥민의 골 결정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포체티노 감독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공격 흐름의 조율을 위해 손흥민을 2선에 배치해야하는 것도 일종의 딜레마다. 토트넘에서는 빌드업을 거쳐 최전방에 볼을 배달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이 역할을 수준급으로 해내는 선수가 한정돼 있다.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공간을 파고들고,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손흥민이 직접 소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슈팅 기회는 줄고, 체력도 빨리 소모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차범근 감독이 수상선수들로부터 새로운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일간스포츠]



고백하자면, 나 또한 현역 시절 내내 (손)흥민이와 같은 고민을 품고 살았다. 독일에서 뛸 땐 월드클래스 동료들의 수준급 패스 지원을 받으면서 득점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뛸 땐 아무래도 짊어져야 할 역할이 더 많았다. 상대 수비수들이 예외 없이 집중 마크를 펼친다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두 얼굴’이라는 단어로 흥민이가 받을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겨내야 진정한 월드클래스다. ‘수퍼맨’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게 '에이스'의 숙명이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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