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46·시애틀 매리너스)는 올해도 그라운드를 지킨다.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가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건 철저한 자기 관리와 도전 정신 덕분이다.
 
미국 USA 투데이의 야구 칼럼니스트 밥 나이팅게일은 최근 트위터에 “이치로의 체지방률은 7%로 시애틀 선수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치로를 비롯한 시애틀 선수들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신체검사를 했다. 그 결과 40대 중반인 이치로의 체지방률이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성인 남자에게 적당한 체지방률은 15~20%, 성인 여자는 20~25% 정도다. 근육이 많은 스포츠 선수들은 체지방률이 이보다 낮은 편이다. 그래도 체지방률 7%는 찾아보기 힘들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이루기 힘든 수치다.
 
이치로가 체지방률 7%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30년 넘도록 항상 루틴을 지키며 수도승 같은 생활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1년 365일 중 훈련을 쉬는 날은 단 사흘뿐이다. 식습관도 변함이 없다. 매일 아침 아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카레를 먹었지만 2010년부터는 식빵과 국수로 메뉴를 바꿨다. 움직이는 동선 하나하나도 야구에 맞춰져 있다.
 
그 결과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한 이치로는 18년 통산 타율 0.311에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치로는 “내 몸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몸은 변화가 없지만 이치로는 타격 폼을 고치는 데는 인색하지 않은 편이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18일 “타격하기에 앞서 오른손으로 방망이를 세우는 특유의 자세는 변함이 없지만, 타격할 때는 양쪽 무릎을 더 구부리고 방망이 위쪽을 약간 투수를 향하는 쪽으로 자세를 바꿨다”고 전했다. 일본의 야구 평론가 와다 가즈히로(47)도 “타격 자세를 바꾸면서 땅볼성 안타는 줄어들겠지만, 날카로운 라이너성 안타는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치로는 초일류 타자다. 쉬는 기간 과감하게 새로운 타격 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치로는 1992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7년간 활동했다. 오랫동안 타격 폼이 굳어진 만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50세까지 선수로 뛰겠다는 목표를 내건 이치로는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했다. 와다 평론가는 “오랫동안 그라운드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신체 변화에 따라 매년 타격 자세에 미묘한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치로는 지난해 3월 시즌 개막이 임박해서야 친정팀인 시애틀과 1년 계약을 맺었다. 연봉 75만 달러에 성적에 따라 최대 200만 달러(약 22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1년짜리 계약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5경기에 나와 타율 0.205(44타수 9안타)에 그쳤다. 그는 선수로는 뛰지 못해도 원정 경기를 포함한 팀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훈련을 계속해왔다. 그 모습을 본 시애틀 구단은 지난달 이치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시애틀은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면 연봉 75만 달러(약 8억5000만원)를 주기로 했다.
 
이치로는 다음 달 20일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개막 2연전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경기에 한해 빅리그 로스터를 25명에서 28명으로 늘려주기 때문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