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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문인협회(회장 나영표)가 주최한 제12회 온라인 한카문학제(주제-별 하나에 사랑과, 민족시인 윤동주)와 사랑의 손편지 공모전시상식이 지난 17일(토) 오후 3시부터 화상으로 열렸다.시상식에는 문협과 늘푸른 장년회 회원, 그리고 사랑의 손 편지 공모전 당선자 등 46명의 교민이 참가했다. 특히 메트로밴쿠버 지역 뿐 아니라온타리오, 앨버타 주, 그리고 한국, 호주 시드니 등 다양한 국가 및 지역에서 많은 한인들이 참가함으로써 화상행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둔 행사가 되었다.나영표 회장은 개회사에서 “나라를 잃고 아…
"배고파서 굴국밥 시켰어요." 용건이 있어 메세지를 주고 받던 그는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굴국밥' 사진을 보내왔다. 시계를 보니 점심때가 좀 지났다. 굴이라는 단어만으로 바다의 비릿한 향이 전해온다. 사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시린 겨울날 어울려 보인다. 그다운 메뉴였다. 그의 노동이 뜨거운 국밥으로 소박하게 나마 위로 될 수 있을 것만 같다.그의 혼자 먹는 밥 사진을 보니 시 한편이 떠올랐다.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
“나의 퀘렌시아 (Qurencia)로 데려갈게요.” J는 우리에게 퀘렌시아의 의미를 설명했다. 투우장 한쪽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소의 피난처가 이있다고 한다. 투우사와 혈전을 벌이다가 지쳐 쓰러질때면 소는 그곳으로 달려가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모은다.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 부른다.J는 자신의 피난처로 곧 우리를 데려간다는 계획에 신이났다. “퀘렌시아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정직해지는 곳에요, 나는 그 곳을 수백번은 갔어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아내와 헤어지는 상실의 시간을 보낸 그란걸 알기에 그 장소의 의미를 가늠해…
빛 좋은 오후다. 토요일 오전 영어강의를 끝낸 후 누구라도 만나고 싶은데, 누구를 만나야 할지 모르겠는. 나는 불현듯 누구를 만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일 앞 정도는 계획을 세워둬야 일상의 안정감을 느낀 달까. 갑자기 연락해 누군가를 불러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아마 타인의 고유한 순간을 침범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일 것이다. 그 마음이전에 참견 받고 싶지 않은 내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아서일테다. 그럼에도 채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날, 혼자 있기로도 결정하지 않은 날이었다. “혼자인데, 혼자이기 싫을 땐 언제든 연락해…
한라산은 처음이었다.
암 청색 한라산에 오르면, 그것이 거느린 새끼 오름의 작은 능선 무리들이 어디론가 가는 것이 보인다. 산이 좋은 건,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걸음을 떼어야 마주하는 풍광 때문이다. 꽃 물결 속으로 출렁이는 쪽빛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곱게 올라온 나무서리가 손짓한다. 처음 오른 나에게 한라산은 부서지는 햇살로 환대했다. 몽실몽실한 구름이 한라산 허리를 휘감아 돌고, 나는 구름보다 더 높은 곳, 백록담에 닿았다.
68년 전 사람들도 한라산 자락에 올랐다. 걸을 수 있는…
오직 독거노인들만이 성도인 용인 산골 교회행사에 방문했다. 거꾸로 순서지를 들고 있는 주름진 손이 보인다. 글조차 배울 기회도 없었을, 그래서 오랜 세월 고된 노동으로 거칠어졌을 손, 살이 없이 검은 가죽만 남은 쭈글쭈글한 손에 내 시선이 멈칫한다.
그 손으로 없는 살림에 억척스레 길러 냈을 자식들로부터도 버려져 산골 독거 노인이 되어야 했던 그 삶이 처량하다. '인생의 끝', 죽어라 일해도 거둔 것이 없어 마음도 몸도 가난한 삶. 나는 그 삶을 연민하며 눈물짓는 후원자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우리의 인생은 왜 …
승화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였다. 영어에 자신감도, 관심도 없어 보인다.동료교사 제프는 그 반에서 승화를 제일 부족한 학생으로 이야기한다. 승화는 엄마와 함께 살지 않는 것 같았다. 전화를 하면 아버지가 투박하게 받으시는 것, 가끔을 꼬질꼬질하게 오는 것, 무엇보다도 엄마 이야기를 한번도 하지 않는 것, 그렇게 마음 쓰이는 3학년 아가씨다.
“선생님, 저 망했어요!” 며칠전 숙제 검사를 하는데 승화가 이야기한다. '왜 그러냐' 물으니,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는데 율동에서도 주…
어릴 적 엄마를 따라 ‘머리 하러’ 다녔던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화여대역은 빼놓지 않고 찾았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지 못한 나에게 이화여대 주변은 신세계였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커다란 배낭에 책을 잔뜩 넣고 다니는 화장기 없는 캐나다 여대생들과는 다르게 화려한 옷차림을 한 한국의 여대생들을 보고 있자면 여긴 분명 다른 세상이었다. 멋스러운 디자인을 뽐내는 옷과 신발의 자태에 여자들은 현혹되었고, 자신에게 꼭 맞는 가장 아름다울 것을 찾기 위한 그녀들의 눈빛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