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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 때 생일은 아무한테도 말해 주지 않았었다그런데 그 애가 어떻게 알았는지 당최 알수가 없었다그 애는 바로 일하다 나온 노동자의 모습으로다짜고짜 나오라고 하더니묽은 커피가 있는 다방에 들어가서보름달 같이 큰 동그란 원의 카스테라 빵을주섬 펼치어 보였다그러더니겨울바람이 묻어 있는 회색 잠바 주머니에서큰 흰 초를 꺼내 보름달 빵가운데에 턱 하니 쑤셔 넣었다그 애는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희끄무레 웃더니하얀 겨울 사이 입김같은 얼굴로불어보라고 했다큰 초니까 이십살은 넉끈하게 채워 줄 듯 싶었다그의 얼굴예는 오직수박 덩어리 같이 둥근 순…
어린 날매서운 겨울 골목길에는꼬마들이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저녁 푸른 종소리가 날 때 까지 했었다언 손이 빨개도 추운 줄 몰랐던 때였다집 앞에 내 키에 두배 반 높이 되는 낭떠러지가 있었는데 난 하염없이 거기서 놀기를 좋아 했다뛰어내리고 다시 돌아서 올라가고뛰어 내리고 또 뛰어 내리고..그 땐 내가 무척 가벼운 몸이라쿵하는 소리도 안들렸다김장하는 날푹 절인 김치에 바로 버무린 아삭한 무채를엄마가 고무장갑낀 채로 내 입에 넣어주면떨어질 새라입을 쫙 벌려 하나도 흘리지 않고먹었던 날이 있었다입안이 슬슬 쓰리며 매운맛이 돌아…
가을의 깊이가 점점 옅어지고겨울이 바락 바락 대들고 있다겨울이 올 때 즈음이면어린날의 겨울 만한 추억도 없다연탄불 때는 노란 장판은 숯 더미처럼 검은 멍이 들어있다검은 때가 가시지 않은 발이 이불을 밀면서 쑤욱 쑤욱 들어가고아침이면 간신히 기어나오건 한다겨울 한 마당엔 짱짱한 추위에 서리가 얼키설키 춤추고 있다간밤에 세수하다 추워 후다닥 들어 가는 바람에하루종일 놀다 들어온 사내 녀석의땟구장이 얼굴 헹구다 남은 세숫대야에는검은 세숫물이 얼음되어개구쟁이 처럼 아침이 벙긋이 웃는다어린 날의 겨울은 이렇게 아침이 제격이다지금은 너도 너도…
단풍은 미스테리다우울한 사람이 보면 우울하고낭만적인 사람이 보면 울긋 불긋 아름답다울긋 불긋단풍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새 삶을 산다바닥에 떨어지는 퇴적분이새 삶을 위해 태어난다 고요히단풍은 떨어지기 직전 힘껏 솟아 올라하늘을 본다나무에 매달려 살아온 생에깊이 키스 하고 헤어진다
하루가 끝났다문이 닫힌다구름이 내려오고 하루가 뽀얗게 어두워져 간다나의 캐나다 생활은 툭별할 게 없다하루 하루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 한다마치 자동문 같다그 외엔 없다뭐 신나는 일 없을 까여긴 지옥 같은 천국 이라지그래도 천국같은 지옥이 나을 까먼저 천국을 맛 보았기 때문이다지옥이 올 무렵에 는 사라지면 되지 않을 까앙탈을 부려 본다하루를 마감하고붉은 석양이 울부짖는 시간 , 이맘때 면 ,포장마차나 주점에서주섬 주섬 옷 한 번 치켜 세우고사는 것에 대한 푸념이 좋았다여기는 아침부터 저녁 까지 같은 색채다이것이 천국이라면 천국이고…
가을을따라 흐른다는 것은가슴 기쁜일이다찻 소리바람 소리햇살 소리한 움큼씩숟가락으로 떠서흘려 놓는다가을이흥건히 젖여 있다바닥에.가을이 또 다시 찾아 온 것은뜻 밖의 일이 아니다가을 주기가 온 것이다자연 이치에 따르는아름다운 섭리섭리를 그대로 따르자니마음 한구석에서바람이 몰려 들어와한 바가지씩 내다 버린다가을이 주는 단단한 고독이다
벤쿠버의 겨울 밤은 길고낮은 짧다 그래서 하는 일 없이 하루가 빨리 간다각오해야 한다이 어둠의 흐느적 거림을 각오해야 한다긴 긴 끈을 잡고 끝까지 가보아야 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이 긴 끈이 좋다좀 길긴 하지만 나름대로 고독의 뒷 설거지 랄까읽다만 책을 움켜쥐고 스르르 잠을 자는 순간이랄까항상 이 맘 때면 난 떠나야 했다여름과 가을 사이의 햇살을 견디지 못하고 어디로든가야 했다그래야 할 것 같았다햇살 아래서 잠자코 있다는 것은 뒤쳐지는 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떠나지 않아도 되었다오직 나로 부터의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다 가촉촉한 땅을 밟는…
날씨에 햇살이 달려 있어그 햇살에 미끄러질 것 같다가누군가가 사다리 타고 하늘 한 자락막대기로 건드렸나 하늘에서비가 줄줄 샌다여긴 참 재미 없는 곳이다재미를 찾으려고 하는데맞장구 칠 사람이 없어혼자 방안을 빙빙돌다방 한 가운데서 픽 쓰러졌다하루라도 까르륵 웃지 않으면몸살이 온몸에 돋는 다는 것을비는 알까?( 3월 29 일 , 2003 )
연일 비로 도배를 했던 날씨가개이는가 싶어어머니가 오랫동안 햇빛 에 굶주려온 빨래를베란다에 널으셨다군데 군데 구름이 이불처럼 널려 있어과연 개이는가 싶었더니창문을 열자 다시 비가 찔끔 찔끔소슬한 웃음을 머금으며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려 보내는 것이다행복의 눈물.엄마 비와 ~ 소릴 쳤다엄마는 묘한 웃음을 참을 수 없이 흘리시며참 이상 하다. 이런 날씨는 처음보네 하시며예쁜 손자가 어이없는 장난을 하였을 때지으시는 웃음 을 마음껏 즐기시는 모습이다엄마가 지를 귀여워 한다는 것비는 알까나도 비가 어느새 귀엽다 .( 2003.3월 벤쿠버 …
어언 17 년 전의 일이다.17년을 살아온 이민 생활을 살짝 그려넣고 싶은 욕구가 있다가을이 코앞으로 다가 오고9월이지만 가을비기 곧 겨울비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17년 전 캐나다 이민 기는 비와 개 로 시작 했다어두컴컴 하게 비가 대지를 적시면사방에서 컹컹 개 울음 소리 스산하게 들렸다개와 비는 묘하게도 어울렸다개는 비오는 날 겅중겅중 비를 핥는다그리고 몸서리 치게 제 털을 흔들고제가 가고 싶은 곳을 엉금 엉금 간다 비가 오면 땅을 흝고 뛰지 않는 개영화관 속에서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고생각한 그 공허한 느낌처럼 개의 마음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