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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의 시간] 동해 새창

    동해안을 누비고 있다. 한국 생활 첫 삼 년동안 동거한 수언니가 강원도 남자와 결혼해 속초에 자리 잡은 지 서너 해가 지났다. 소주에 회를 즐기던 언니가 운명처럼 바닷가로 시집갔다. 덕분에 일주일은 속초와 양양을 쏘다니며 동해 바람을 실컷 맞을 마음이다.수언니의 작은 차를 몰고 부서지는 파도의 리듬을 따라 해변선을 춤추듯 달린다. 바다 앞에 서면 나 자신으로 가장 정직해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내 마음을 대신해 파도가 하늘에 닿을 듯 요동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나는 오히려 잠잠해진다. 파도가 발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가 눈앞에…

  • [한나의 시간] 사랑하는 여자들을 종로에서 만나 새창

    토요일 오후 ‘지대방’에 모이라는 여자들의 호출을 받았다. 지대방은 종로 인사동에 있는 전통 찻집이고 언젠가 한 번 가본 곳은 아닐까 생각했다. 쌈지길로 가는 건물 2층에 있는 지대방은 외국인 관광객은 알기 어려운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이름은 승려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절에 있는 방이란 뜻이다. 이 찻집은 그런 느낌을 한껏 풍기고 있었다. 여자들은 종종 지대방 이야기를 했었다. 이곳에 셋이 모여 시간을 때우고 쉬고 온다고 말하곤 했다.지금은 한국 방문 중이다. 한국을 떠난 지 고작…

  • [한나의 시간] 엄마 김치 새창

    내가 돌아온 후 엄마 몸이 많이 약해졌다. 엄마가 미각을 잃은 지는 이미 꽤 되었다. 간혹 호전될 때도 있지만 미각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는다. 심할 때는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없는 거부감이 들어 음식을 뱉기도 한다.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엄마 몸은 더 말라가고,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재미로 살던 엄마는 종종 우울해한다.그런데도 가족 먹을 김치를 담겠다며 배추랑 무를 상자채 사귈래 엄마 집에 쫓아갔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고춧가루와 직접 만든 젓갈, 그동안의 경험치로 빨갛고 맛깔난 양념을 준비한다. 배추 한 줄기를 뜯어 양념에…

  • [한나의 시간] 석탄주 새창

    남편 제임스가 빚는 술 중에 석탄주가 있다.맵쌀로 만든 술밑에 찹쌀로 다시 덧술하며 담근다. ‘그 맛이 달고 향기로워 입에 머금고 차마 삼키기가 아깝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애석할 ‘석(惜)’에 삼킬 ‘탄(呑)’, 석탄주(惜呑酒)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에 애주의 마음을 담고 있다.순전히 이름 때문이었다. 이 술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그가 술 빚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백미 두되 곱게 빻아 물 한말에 죽 쑤어 누룩가루 한되와 함께 빚어 넣고 겨울은 이레, 봄…

  • [한나의 시간] 너희가 오십견을 아느냐. 새창

    지난해 캐나다로 돌아올 준비할 때부터였다. 오른팔을 돌릴 때마다 서걱거리고 팔을 움직이면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심할 때는 울음을 터트릴 만큼 아프고, 잘 때는 팔이 시큰거리다 꽁꽁 얼어붙는 듯한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의 날들이다. 증상을 찾아보니 ‘오십견’이라는 소견이 눈에 띄었다. 세글자가 내 마음을 쿵! 떨어뜨린다. 이렇게 나이 먹는 건가. 팔이 아프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운이 없다. 요즘은 나이 상관없이 찾아오는 통증이라지만 노화 증상이라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 아직 사…

  • [한나의 시간] 몸으로 하는 일 새창

    몸의 피곤을 틈타 밀려오는 생각을 흩어 버리고 싶을 때 밖으로 나가 걷는다. 책상에 꼬박 앉아 있어 몸이뻐근해지고눈이퍽퍽해질때도 몸의 움직임이 간절하다. 손으로 하는 일은 쉽게, 자주, 큰마음을 먹지 않고도 몸을 사용할 수 있다. 손재주가 없어 손을 써야 하는 일에 날렵하지 못해서 그런지 손으로 하는 일을 동경한다.같은 날, 두 사람이 손으로 만든 작품을 받았다. 한국에서 건너온 흑진주 팔찌와 밴쿠버 로컬에서 발견한 가죽 팔찌. 두 사람 모두 나를 위해 만들어서 내 손목에 딱 맞게 제작했다. 푸른 실크 실로 흑진주를 손으로 엮어 만…

  • [한나의 시간] 쓰는 사람 새창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녀는 풍성한 꽃다발과 꼼꼼하게 인덱스를 붙힌 책을 들고 있었다. 내 책을 읽은 그녀가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고 연락했을 때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아직 '작가'라는 호칭이 매우 쑥스럽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자연스럽게 굴어야 정말 작가가 될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을 숨겨 두고 그녀를 맞았다.무명인의 책을 사고 시간 내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시간과 정성을 내어주기엔 너무도 바쁘게 살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책&rsqu…

  • [한나의 시간] 집으로 새창

    내 본향이 어딜까 자문하다 보면 종종 수도원이 떠오른다.한국에 살면 캐나다가 집 같다가,캐나다로 돌아오면 한국이 집이 되어버리는 신비.어느 곳도 집이 되어주지 아니하다가,모든 곳이 집이 되는 이주자의 삶에서 결국 본향은 하늘에 있다는 생각에 이끌려서다.Mission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수도원으로 오르는 언덕길을 좋아한다.처음 캐나다로 왔던 시절에 이 근방에 살아서,이곳은 캐나다의 나의 고향.온전하게 그리스도와 사는 신앙인의 집이라 나는 가끔 이곳이 그립다.오랜 시간 신실하게 자리를 지켜온 그 집은 존재만으로 안도를 준다.수도원에서는…

  • [한나의 우아한 비행] 혼자 먹는 밥 새창

    "배고파서 굴국밥 시켰어요." 용건이 있어 메세지를 주고 받던 그는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굴국밥' 사진을 보내왔다. 시계를 보니 점심때가 좀 지났다. 굴이라는 단어만으로 바다의 비릿한 향이 전해온다. 사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시린 겨울날 어울려 보인다. 그다운 메뉴였다. 그의 노동이 뜨거운 국밥으로 소박하게 나마 위로 될 수 있을 것만 같다.그의 혼자 먹는 밥 사진을 보니 시 한편이 떠올랐다.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

  • [한나의 우아한 비행] 퀘렌시아 새창

    “나의 퀘렌시아 (Qurencia)로 데려갈게요.” J는 우리에게 퀘렌시아의 의미를 설명했다. 투우장 한쪽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소의 피난처가 이있다고 한다. 투우사와 혈전을 벌이다가 지쳐 쓰러질때면 소는 그곳으로 달려가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모은다.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 부른다.J는 자신의 피난처로 곧 우리를 데려간다는 계획에 신이났다. “퀘렌시아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정직해지는 곳에요, 나는 그 곳을 수백번은 갔어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아내와 헤어지는 상실의 시간을 보낸 그란걸 알기에 그 장소의 의미를 가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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