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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6월의 청량한 콘서트 'AGAIN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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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6-26 08:38 조회2,5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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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GOGO' 콘서트의 피날레를 함께 장식한 김도향, 이천행, 임희숙, 유영춘, 장계현 (우로부터)

 

박은숙 (해오를학교 교장)

 

내가 탈북자 구출을 위한 콘서트라는 부제를 가진 'AGAIN GOGO' 콘서트에 간 것은 큰 실수였다. 단지, 지역사회의 좋은 행사 참여에 의미를 두고 오가는 길의 풍광, 그리고 한 동안 뜸했던 지인과의 반가운 만남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를 무대로 위치한 West Vancouver의 Kay meek center 'AGAIN GOGO' 콘서트는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7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는 한국 대중가요 및 팝송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머니가 점집에서 뽑아든 파란 깃발 탓에 역마살이 끼어서 팔자가 사납다는 이유로 대중가요는 물론 동네 극장조차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7080 세대를 매혹시킨 전설의 가수 김도향, 임희숙, 장계현, 영사운드(리드보컬), 딕패밀리(리드보컬).. 70년대 한국 대중가요 전설의 용광로 속에 나는 들어있지 않았다. 어머니 모르게 친구들이 들려준 몇몇 가요가 내가 들었던 그 시절 대중음악의 전부였고 내가 그때까지 불러 본 노래라고는 동요가 고작이었다. ㅠㅠ

주부 난타팀인 신명의 두드림으로 공연의 막이 열리고 바보처럼 살아 온 바보와, 해도 잠든 밤하늘의 못난이, 그리고 언제나 잊혀진 여인, 슬픈 밤에 켠 등불과,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으로 40년 전 추억 여행이 시작되었다.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 로 첫 무대를 연 김도향씨의 노래에는 오롯하고 맑은 혼이 담겨있었다. ‘노래는 위로와 화풀이가 아닌 치유이다’ 라고 말한 그는 오랜 치매 환자가 자신의 노래를 듣는 순간 그의 이름을 불렀다던 감동 그대로 그의 노래에 혼을 담았다. 매일 두 시간의 연습을 하니 조금씩 더 나아지더라는 그는 끝없는 완성을 꿈꾸는 청년이었다. 나는 정말 바보처럼 살았을까?.. 아니, 바보가 아닌 것처럼 살아온 것이 아닐가 곰곰 생각해 본다.

꺼지지 않는 등불, 영사운드의 노래에서 통일의 염원이 느껴졌다. 통일이 되야 갈 수 있는 나라를 벗어나 생존을 위해 생사의 고지를 넘나드는 탈북인의 마음을 우리는 헤아릴 수 있을까.. 달무리가 지면 반길 달맞이꽃처럼 우리의 통일도 머지 않았으리라. 단발머리 학창시절 삼삼오오 모여서 부르던 그 노래의 주인공, 화려한 무대의 모습이 아닌 옆집에 놀러 온 친구와 같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우리 모두를 40년 추억의 언저리로 서서히 파고 들게 했다.

  해외 동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멋진 드레스를 입으려고 두 끼를 굶고 올라 온 전쟁둥이 임희숙씨의 폭발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용기와 희망의 용솟움으로 분출해 낸 그녀의 무대는 좁고 또 좁았다. 밴쿠버처럼 아름다운 곳에 살고 싶어도 ‘가수는 노래를 해야 행복한데, 여기는 내가 노래할 무대가 없잖아..’ 라고 말하던 그녀의 말은 오랫 동안 내 귀를 떠나지 않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잊혀진 여인’은 우리가 그녀의 잊혀진 여인을 기억하는 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여인일 게다. 임희숙씨의 무한열차를 타고 청량한 여름 밤은 깊어갔다.

무대 뒤에서 장시간을 기다리다 무대로 올라 온 장계현씨는 노래로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부르고 싶은 못다한 그의 그래는 스무살 젊은 시절로 관객을 달뜨고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의 기타소리에 담긴 추억의 보퉁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눈부시고 감미로웠다. 누가 그 시절의 '뷰티풀 선데이'를 꿈꾸지 않았던가! 누가 그의 노래를 앉아서 체면으로 화답하고 싶겠는가! 모두 일어나 더 달뜨고 열광적으로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우리 모두 꿈과 희망이 추억이 되어 돌아 온 시간이자 이민생활의 갖은 애환과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드는 순간이었다.

나는 못난이 였을까..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임을 잊고 싶은 우리는 정말 못난이었을까? 마지막 무대에 올라 온 이천행씨의 노래처럼, 해도 잠든 밤하늘의 작은 별들이 무수히 반짝이는 동안 우리는 즐거운 헤어짐을 예감했다. 애국가만큼이나 많이 불리었던 그 노래는 또 다른 만남의 기약이었다. 열광의 도가니로 모두 일어나 함께 노래하는 동안 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사십 년 추억의 열차를 타고 돌아 본 그 시간은 힘겹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따스하고 행복했다. 그 행복의 덩이를 조금이나마 나눌수 있는 'AGAIN GOGO'콘서트는 밴쿠버의 밤하늘을 맑고 밝고 아름답게 빛내주었다. 콘서트를 준비한 분들과 공연을 위해 찾아주신 귀한 분께 감사한 마음을 얹는다. 오늘 관객 모두는 바다가 들려주는 40년 전 추억의 무대로 초대된 특별손님이자 오랜 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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