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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돼지는 실성, 닭은 알 못 낳아" 40도 불지옥 이곳, 더한 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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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5-16 10:32 조회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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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북동부의 우돈타니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축산업자 차라웃은 이른 봄부터 시작된 폭염에 망연자실해 있다. 4년째 돼지를 키우고 있지만 올해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 그는 "날씨가 너무 더워 돼지들이 거의 실성했다"며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싸우고, 먹지도 않고 계속 설사를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토로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사원에서 관광객이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있는 모습. 봄부터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에서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도 이상을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사원에서 관광객이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있는 모습. 봄부터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에서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44도 이상을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지난 3월부터 세계 각지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특히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이 잔인한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이 역대 가장 더운 4월을 보냈고 베트남처럼 극심한 가뭄을 겪는 곳도 많다. 아시아는 지난해 기후 위기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인 탓에 각국은 폭염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잔인한 더위에 농업·관광·교육 치명타

폭염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공원에서 한 남성이 물을 뿌리는 모습. EPA=연합뉴스

폭염에 시달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공원에서 한 남성이 물을 뿌리는 모습. EPA=연합뉴스

관광업계부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관광객이 늘어나 한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봄부터 폭염이 닥쳤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관광지 대신 쇼핑몰에만 사람이 몰리고,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휴양지는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SCMP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담수 부족으로 호텔 등 숙박 시설 운영비가 3배 이상 폭증해 고민이 깊어졌다"고 전했다.

지독한 더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농업 분야다. 특히 태국은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날들이 이어지며 농사일이 불가능할 정도로 더워 농업·축산업 종사자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

태국의 한 과일 도매 시장. 이른 폭염으로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AFP=연합뉴스

태국의 한 과일 도매 시장. 이른 폭염으로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AFP=연합뉴스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의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닭과 오리는 알을 낳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리가 낳는 알이 평소의 40% 수준으로 줄었다"며 "많은 농장주가 알을 낳지 못하는 닭, 오리 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계란 가격은 크게 올랐다. SCMP는 "높은 가격에도 계란을 제때 구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계란을 구한다는 게시글이 넘친다"고 전했다. 가축 관련 의료 비용과 의약품 금액도 폭증해 소규모 농장주들은 폐업 위기에 처했다.

폭염은 학생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은 아예 휴교령을 내리고 학교 문을 닫았다. 에어컨 등 냉각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다. CNN은 "농촌 지역의 가난한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원격 수업을 하고 싶어도 노트북 등 기기를 구입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폭염으로 도시와 농촌 어린이 간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 열대성 질병도 확산세다. 태국에서는 이미 폭염 관련 질환으로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인구 밀도 높은 동남아, 인프라 부실해 더욱 취약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가뭄으로 말라버린 논에 앉아있는 한 농부. AFP=연합뉴스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가뭄으로 말라버린 논에 앉아있는 한 농부. AFP=연합뉴스

올해 동남아 폭염은 점점 가속화하는 지구 온난화에 엘니뇨 현상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 지구를 덥히는 현상으로 오는 6월에야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른 봄부터 북반구 전역이 이상고온에 시달렸다.

북반구에서도 특히 동남아가 고통을 겪는 이유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저지대에 위치해 홍수와 가뭄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또한 농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수도·전력 등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아 기후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2021년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경우 정치 혼란 때문에 자연재해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아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으로 꼽고, "그 위험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 경고하고 나섰다.

6월 더위 더 심해질 듯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한 시민이 폭염을 피해 휴식을 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한 시민이 폭염을 피해 휴식을 취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폭염이 한층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는 통상 6월 전후부터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한다. 각국은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노인과 취약계층을 우선 관리하고, 학교 수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CNN은 "기후 변화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개발도상국들이며, 특히 농촌 지역의 빈곤한 어린이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동남아·남아시아 각 정부는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미봉책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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