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의 강점은 폭발적인 스타트다. 2013년 11월 세계기록(36초36)을 세울 당시, 0~100m 구간 기록이 10초06이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10.1초대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2016~17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선 한 번도 10.3초대 기록을 내지 못했다. 종아리 부상 여파 탓이다.
고무적인 건 올 시즌 꾸준히 스타트 기록을 줄이고 있다. 2차 월드컵 1차 레이스에선 10초48이었으나, 3차 월드컵에선 10초35로 단축했다. 그리고 4차 월드컵에선 1, 2차 레이스 모두 10.2초대(10초26,10초29)였다.
이날 이상화는 0~100m 구간을 10초50에 통과했다. 선발전(10초57)보다 0.07초 단축했다. 태릉스케이트장은 유타 오벌이나 솔트레이크 오벌보다 얼음이 딱딱한 편이라서 기록이 좋지 않다. 10초50은 상당히 흡족한 기록이다. 이상화는 “국내에서는 딱 한 번 10.4초대를 기록했다. 스타트에 집중했는데 좋은 기록이 나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상화의 평창올림픽 목표는 10.1~10.2초다. 막판 스퍼트가 좋은 경쟁자 고다이라 나오(32·일본)를 초반에 제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시즌 고다이라의 0~100m 구간 기록은 이상화보다 좋은 편이다. 고다이라는 4차 월드컵의 10초14가 가장 좋은 기록이고, 2차 월드컵의 10초33이 가장 느린 기록이다.
올림픽 경기장과 바뀐 경기 방식도 자신감을 더해준다. 이상화는 “지난해 강릉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했는데, 부상 중인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나와 잘 맞는다”며 “이번에는 1, 2차 레이스 합계가 아니라, 단판으로 승부를 가른다. 지난 올림픽 땐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한 뒤 부담을 크게 느꼈는데 이번엔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은 이상화에게 네 번째 올림픽이다. 16살인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5위를 했고,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선 금메달을 땄다.
그는 “토리노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밴쿠버 때는 3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로 나가서 우승했다. 소치 땐 우승이 목표라 부담스러웠지만, 열심히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며 “목표는 금메달이지만 욕심이 생기면 실수할 것 같다. 메달 색과 관계없이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폐막식이 열리는 2월 25일은 이상화의 30번째 생일이다. 그는 “밴쿠버 때는 대회 중에, 소치 때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생일을 맞았다. 이번엔 더 의미 있는 생일이 될 것 같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이상화 계속 빨라지는 초반 100m … “평창서 생일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