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 - 6 이디스 카벨 산의 천사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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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25 07:43 조회1,7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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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hanhim
6 이디스 카벨 산의 천사 빙하
심현섭
고속도로 옆에 커다란 입간판이 나타났다. WELCOME TO ABERTA WILD ROSE COUNTRY 야생장미의 고장 알버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알버타 주로 들어가며 타임 존도 바뀌어 한 시간의 차이가 나게 되었다. 오전 10시가 11시로 변한다. 스마트 폰에서는 이미 달라진 시간 표시가 나타나고 있다. 알버타는 자원이 풍부한 주로 의료보험료를 받지 않고 연방세 5% 이외에 주세를 면제하고 있어 물가가 타주에 비해 싸다. 도로 중앙에 티켓박스가 나타났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는 곳인데 가족 단위로 하루에 20불이다. 3일 동안 60불의 입장료를 내고 영수증을 왼쪽 운전석 앞 유리창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돈 냈다는 증빙으로 로키를 떠날 때까지 보관해야 한다.
자스퍼가 가까이 오니까 제한속도가 갑자기 70키로로 바뀐다.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도 없고, 길 양옆에 숲이 가까이 있어 야생동물들이 나오면 교통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잠시 후 네거리를 만났다. 직진하면 에드몬톤이고 우회전하면 아이스파크 하이웨이로 들어간다. 자스퍼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 좌회전 했다. 캐나다 로키를 종주해서 양쪽으로 있는 산간마을이 자스퍼와 밴프이다. 1880년대 철도가 놓이면서 형성된 도시로 로키관광의 출발점이 되는 마을들이다. 시내로 들어서면 오래 된 건물의 철도역을 중심으로 모텔과 식당이 줄을 잇고 있다. 밴쿠버에서 관광열차를 타면 여기까지 와서 버스로 갈아타고 로키를 보게 된다. 쌀쌀한 아침 날씨에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바로 출발했다. 멀리 원주민 추장이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는 듯한 산정이 희미하게 보인다.
다시 네거리로 돌아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이 길이 없으면 로키관광이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다. 230km의 길을 1931년부터 산과 산 사이를 돌아가면서 건설하여 1940년 완공했다. 완공 시점에는 하루에 차 몇 대가 겨우 지나다니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경제적인 효과나 당장의 필요성에 의해서 건설된 도로가 아니었다. 1930년대 세계적인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자리 확보로 먼 미래에 필요할 관광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도로로 로키를 종주하며 수많은 설산들을 바로 밑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로키관광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도로가 되었다.
오랜 동안 다시 가보고 싶어했던 이디스 카벨 산(Mt. Edith Cavell 3363m)에 있는 엔젤 글래셔(Angel Glacier)를 찾아갔다. 자스퍼에서 6.7키로를 파크웨이를 따라 남진하다가 93A로 우회전, 다시 마운트 에디스 카벨로를 따라 14키로를 들어가면 주차장을 만나게 된다. 숲이 우거진 좁은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야 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운전이 퍽이나 신경쓰이는 길이다.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만나면 입이 벌어진다. 누군가 시루떡을 단칼에 자른 듯이 하늘 높이 솟아있다. 연기와 운무가 섞여서 위는 완전히 다 드러나지도 않아 더욱 높게 보이며 신비스럽다. 엔젤 빙하는 거대한 바위절벽을 타고 내려오면서 마치 천사가 양 날개를 펼친 듯이 T자 모양을 보여주는 아주 특이한 빙하이다. 절벽 아래에는 조그만 못이 있어 어름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북극해의 유빙을 연상하게 해 준다. 반시간 정도 비탈길을 걸어서 이런 빙하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엔젤 빙하가 유일하다. 가파른 길에서 힘들어 못 가겠다고 길옆 의자에 주저앉아 기다리겠다던 아내가 슬그머니 전망대에 깜짝 나타났다. 기운을 차렸나 싶었더니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들 기다리느니 그냥 천천히 걸어 올라왔노라고 했다.
한국에는 빙하가 없다. 산들은 많아도 여름에도 녹지 않는 눈을 가지고 있는 높은 산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이 지나도 녹지 않은 눈 위에 다시 눈이 내려 쌓이고, 거듭 거듭 쌓이는 일이 반복되면 거대한 빙원이 되는데 빙원(Icefield)이 있어야 빙하가 생겨난다. 빙원이 형성되려면 함지박처럼 움푹 파인 곳이 고도 3천미터 이상에 있어야 가능하다. 빙원에서 압착된 눈은 손가락처럼 틈이 난 계곡으로 밀려 내려오게 되는 데 이것을 강처럼 움직이는 어름이라는 뜻으로 빙하(氷河)라고 한다.
눈이 계속 쌓일 수 없는 가파른 지형에서는 어느 정도 눈이 쌓이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아래로 쓸려 내려오는 데 이 경우에는 눈사태를 일으키게 된다. 산정에는 항상 눈이 쌓여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쓸려 내려가게 되기 때문에 오래된 눈은 없게 된다. 만년설(萬年雪)이란 만년이 된 눈이 아니고 언제고 눈에 덮여 있는 광경을 표현한 일종의 착각어이다.
엔젤 빙하의 경우에는 절벽 위에서 형성된 빙원에서 절벽 아래로 밀려 내려오다가 지형상 T자 모양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절벽 밑으로 떨어지며 조각난 빙하는 작은 못 위에서 둥둥 떠 있다가 녹은 물은 아래로 흘러가게 된다. 자연이 힘들여 만들어 낸 작품이다. 엔젤 빙하는 매년 5월에서 9월까지만 입산이 가능하다.
이디스 카벨 산은 영국의 간호사 이디스 카벨(Edith Cavell 1865-1915)을 기념하기 위해 1916년 명명된 산이다. 카벨은 1차 세계대전 중 부상당한 연합군 병사들을 치료하고 돌봐준 죄로 독일군에게 처형당한 영국의 간호사였다. 그녀는 차별 없이 양측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고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벨기에에서 약 200 명의 연합군 병사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반역죄로 기소되었고 군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은 뒤 총살되었다. 처형 전날 밤 그녀는 "애국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에게도 증오나 비통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장에서 국적을 가리지 않고 부상당한 병사들을 간호한 그녀는 나이팅게일과 더불어 박애의 상징이 되었다. 그녀가 탈출시킨 연합군 중에는 캐나다군도 상당수 포함되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는 지루하지 않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 자스퍼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 자스퍼 스카이트램(Sky Tram)을 타러 갔다. 안개가 낀 날씨 관계로 시간을 좀 끌면 혹시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엔젤 빙하를 먼저 갔다 온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을 하고 가운데 비닐 막을 한 곤도라를 탔다. 알버타는 비씨주보다 코로나19 감염이 더 심해서 방역도 더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약이 안 되어 있으면 올라가지 않았을 위슬러 산을 올라가게 되었다. 혹시 산 위에서는 안개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보았다. 오래전에 위슬러 산(Whistler Mt. 2470m)에 올랐을 때는 오후였었는데 지는 해가 남쪽으로 끝없이 퍼져나간 연봉들을 비추는 광경에 황홀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밑에서는 산을 올려다만 보다가 곤도라를 타고 올라오면 멀리 잇달아 달려 나간 산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장관이었다.
후기> 여름 내내 녹아서 천사의 날개 모양을 한 빙하를 볼 수 없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해 들어가면 전문 작가들이 찍은 사진을 볼수 있다.
https://media-cdn.tripadvisor.com/media/photo-s/0c/9d/b9/0b/mount-edith-cavell-trai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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