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산 정상이 토해낸 기염(氣焰) (Garibaldi나 Joffere lake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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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5 09:02 조회1,9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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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 돈(露井)/시조시인
산정에서 고개 내민 작고 여린 들꽃
여름 한철 택해 군락 이루었다가
하늘이 내린 계절 다 쓰지 않고
시들지 않은 얼굴 세 번이나 남은 철
눈 속에 묻어 도로 반납한다
길들지 않은 사철 얼음골 지붕
빙하가 녹으면서 검게 깎인 돌사태는
지난날의 부스러기들에 둘러 쌓인 뒤
나름대로 괴석 마을 이루었고
설원을 위엄있게 씻어내린 폭포는
더 낮은 곳으로 대지를 적신다
뒤 늦게 앓은 마음 엷은 부위엔
뜨거운 분출물 되어 터드린 고백의
쓸모없는 말들 계곡 따라 씻긴 뒤
아문 상처 함지박 물로 되담았을 땐
호수는 제 분수만큼 하늘 품고나서
남은 여백에다 산을 더 그린다
삶의 가장 견고한 부분을 산맥으로 엮어
장구한 시간 흰 눈으로 여과시키고는
하고픈 말만 남기고 떠나는 구름들
들꽃보다 작게 움츠린 침낭 속에선
심마니처럼 떠돌다 잠든 산꾼마저
호수만한 비범한 꿈 꾸고나서야
아무 것도 더 바랄 게 없는 마음
작은 여울로 풀어 온 길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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