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추석에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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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9-12 16:34 조회2,1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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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인/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얇은 판자 너머로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 기다리는 옆 방 노인 노랫소리
종일 고단한 몸 벽에 기대앉아
사발면으로 늦은 시장기 채우는데
시디신 김치조각 내려가다 말고
아프게 가슴에 얹힌다
아무리 봐도 제 나이로 보이지 않아
생생한 기억력이 오히려 슬프다는 옆 방 할머니
젊어보여도 그 누구도 써주질 않아
하루종일 외로워 견디다못해
거울 속 자신과
대화하네
몇 십 년만에 추석에 뜬다는 슈퍼보름달
언제적부터 내려가지 못하는
고향 마을에도 뜬다는데
애지중지 예뻐해주던 내 할머니
명절인데도 보지도 못하고
오롯이 한 평 짜리 방 안에서
외로운 가슴에 군불만 지핀다
기어이 눈물 둑 터져
어느 해인가 시골 비닐하우스에 쏟아져내리던
얄밉던 폭우처럼
식어버린 불은 라면 위로
후둑 후둑
마침내 통한의 오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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