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겨울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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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슬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5-06 07:45 조회1,25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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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 샘(露井)/시조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볼 부은 사람 하나 채어갈 듯한 바람
꺾여봐야만 아픔을 아는 것은 아니다
숱한 바람들이 소문 업고 일어나
겨울비로 추궁하는 꽃샘 날이어도
각진 모서리 꼬옥 봉해 두었다가
한주먹씩 송이 펼칠 때 보니
지레 당돌했던 성숙함이 치른
초경의 혈흔들이 사방에 흩어진다
넓게 다스린 가장자리 마음
안으로 좁혀 그리움 못질해 놓고
슬픔을 아느냐고 스스로 묻던 화두는
하늘로 입 모은 꽃봉우리 여럿의
제 발로 걸어나온 숭고함이
일제히 혼절의 밤을 택한 뒤였다
애둘러 장미라 우겨놓고 보면
어쩌다 눈 한 번 흘겨버렸지
마음 송두리째 토라진 건 아니다
생소한 가지마다 낙점 처리된
만남에서 이별까지 잦은 사유 중
수중에 넣고 싶다던 바람의 꾐도
다가오기 전에 나를 버렸을 뿐
가시 든 아픔으로 경계치 않은 거다
들꽃 산란해 놓은 봄볕 추궁하듯
매달렸던 세상 무게만 흔들고 떠난
겨울 관심 그 밖엔 주연를 마다하고
새하얀 돌담 팔 걷은 싸늘함에
사랑을 느낀 한순간 그 자리 뚝
눈 털고 사라진 곳은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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