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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시간] 뱃놀이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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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5-15 19:37 조회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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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놀이 계절


길고 긴 겨울이 끝나 태양이 말끔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계절이 오면 밴쿠버 사람들은 자연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화창한 날을 누릴 자격이 있는 자들은 부서지는 햇살을 쪼이려 몸을 내민다. 아직 여름과 밀당하는 듯 비가 내리지만 해만 보면 사람들은 계절보다 앞서 호수로 강으로 뛰쳐 나간다. 여름 스포츠로는 뱃놀이가 제일인데 배를 싣고 우거진 숲 속 안에 숨어있는 호수나 강으로 향한다. 우리도 청명한 날에 집을 나섰다. 호숫가에 앉고 보니 사람들이 뱃놀이 하는게 보인다. 목을 쭉 빼고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배의 모양과 색이 가지각색인데, 관심가는 것을 추려보니 네 종류가 되었다. 카누, 카약, 패들보드, 튜브보트. 이번 여름은 기필코 뱃놀이하겠다는 의지로 배의 종류와 사람들의 몸짓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우선 카누와 카약을 비교해 보자면 카누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노를 젓는 배 모양이다. 배 안에 있는 턱에 걸터앉아 무릎을 직각으로 세우고 노를 한 방향으로만 젓는다. 배 안이 그대로 다 노출되어 있어서 잔잔한 물결위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카누가 ‘세단’처럼 여러 사람이 타고 느긋한 속도로 즐기는 뱃놀이를 위한 거라면, 카약은 ‘스포츠카’ 같다. 한 두 명이 타고 빠른 물살을 헤쳐나가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다. 카약 안에 몸을 쏙 집어넣어 물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고정되어 있고, 노 양쪽을 사용할 수 있어 속력을 더 낼 수 있다. 물이 안으로 들어올 염려가 없으니 속도와 방향에서 과감해질 수 있고, 카누와 다르게 다리는 쭉 뻗은 채로 노를 젓는다.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경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척척 맞는 호흡과 샥샥 가로지르는 물살을 보고만 있어도 청량감이 든다.


카누와 카약은 형태가 고정되어 있어서 보관이나 운반이 쉬운 편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크기 조절이 가능한 패들보드나 튜브보트를 선호한다. 공기를 팽팽하게 넣은 패들보드는 생김이 서핑보드와 비슷하다. 파도타기 하는 서핑과는 다르게 잔잔한 강이나 호수를 노를 저으며 누빌 수 있다. 빠른 파도리듬에 맞춰 일어서기가 어려운 서핑과는 다르게 물살 없는 호수에서 패들보드위에 서기가 쉽고 노를 저으며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비교적 차분한 뱃놀이다.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은 패들보드 뱃놀이인데 유유히 호수 여기저기를 홀로 떠다니는 사람들의 몸짓은 마치 자유로운 물고기들 같다.


튜브 보트 역시 공기를 잔뜩 넣어 부풀어 오르게 한 후 여럿이 함께 노를 저으며 물살을 가를 수 있다. 3~4명도 탈 수 있는 큰 크기의 보트도 있다. 노를 젓는 호흡이 맞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즐거워 깔깔 거린다. 사공이 다섯까지 탄 보트가 좌충우돌하더니 호숫가에서 멀어져 갔다. 이제 제법 자신들의 리듬을 찾은 것 같다. 숲 속 깊은 곳 호수 위에서 홀로 혹은 벗들과 노를 저으며 하는 뱃놀이야말로 여름을 기다리고 사는 밴쿠버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한참을 떠다니던 사람들이 호숫가에 돌아오기 전에 우리는 자리를 털고 나왔다. 


배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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