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이슈추적] 한반도 온다던 칼빈슨 진로 혼선, 미군 실수? 고도 심리전?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1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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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칼빈슨함이 이끄는 제1항모강습단(CSG)은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서 머물고 있다. 제1항모강습단은 인근 해역에서 호주 해군과 합동훈련을 막 마친 상태다. AFP통신은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데이비드 벤험 대변인(해군 중령)은 같은 날 “항모강습단이 현재 서부 태평양을 향해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항모강습단 짐 킬비 사령관(해군 준장)도 부대 페이스북 계정에 “장병들이여, 우리 (칼빈슨호의) 배치가 30일 연장됐다. 이는 한반도 인근 해역의 지속적 주둔(persistent presence)을 위해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공식 발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지난 8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에 배치된 칼빈슨함을 북쪽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며 “이는 (북한의)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한 미사일 실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고 밝혔다. 11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기자들에게 “칼빈슨함이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 중”이라고 말했고,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북한에 아주 강력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인도양에서 예정돼 있던 칼빈슨함과 호주군의 작전이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칼빈슨함은 호주군과 훈련을 한 뒤 나중에 한반도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훈련을 취소하고 당장 이동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칼빈슨함이 언론에 보도된 시점보다 늦게 온다는 사실을 미국 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연합훈련 일정을 미 해군 측과 조율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략 칼빈슨함이 언제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최고 속도가 30노트(시속 약 55㎞)인 걸 감안하면 26~27일께면 한반도 인근 해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칼빈슨함은 동해에서 우리 해군과 훈련할 계획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군 당국이 칼빈슨함의 한반도 배치 시점을 알면서도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는 것을 미국 측과 함께 방치한 셈이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칼빈슨함이 우리 해군과 합동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전략자산의 작전 운용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항모의 주인인 미군이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먼저 (사실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 “미국의 정교한 허세 작전”
칼빈슨함의 진로 관련 논란이 소통상의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푸단(復旦)대학 한반도연구센터의 차이젠(蔡建) 교수는 “미국의 심리전 또는 허세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로스 배비지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칼빈슨함의 한반도 배치 이전에 중국에 시간을 주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의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어찌 됐든 미국은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 전후 예상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에번 램스태드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서울 지국장은 17일 칼빈슨함 배치 이후 확산된 한반도 ‘4월 위기설’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 언론의 북한 상황 보도는 광포하다 할 정도로 질이 낮았다”며 “기자들이 자료를 보고 보도하는 게 아니라 지난 3월부터 똑같은 설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이기준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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