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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뉴스 | 이재명 의자도 직접 빼준 尹, 5400자 청구서에 표정 굳었다

박태인 기자 입력24-04-29 09:39 수정 24-04-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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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의 시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경 국회에서 검정 카니발을 타고 출발한 이 대표는 배석자들(진성준 정책위의장·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박성준 수석대변인)과 함께 정각에 맞춰 용산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로 올라온 이 대표를 환한 얼굴로 마주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손을 내밀어 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한 뒤, 자신의 왼쪽 손으로 이 대표 팔을 감싸 안으며 친근감을 표했다. 이 대표가 앉을 회담 테이블의 의자도 직접 빼주며 안내했다.


두 사람은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 대표가 “오늘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저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걸 우리 국민이 고대하셨기 때문에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딱 여기까지였다. 찰나의 악수 뒤 이 대표는 총선 청구서를 내밀었다.


이 대표는 바로 검정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5400자 분량의 모두발언이 담긴 두툼한 A4 용지를 꺼내들었다. 비공개회담 시작에 맞춰 퇴장하려던 기자단을 불러세운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 가지고 왔다. 대통령님 말씀 먼저 듣고 말씀드릴까 했는데”라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손님 말씀 먼저 들어야죠. 말씀하시죠”라며 발언 기회를 양보했다.


이 대표는 “저희가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며 운을 떼자 윤 대통령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 대표는 이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준비된 원고를 15분간 읽어내려갔다. 그전까지 대화를 주도하며 “편하게 좀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죠”라고 웃던 윤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옆자리에 앉은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의 얼굴도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는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준비한 듯했다”고 평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독재, 지배, 통치, 탄압, 편 가르기라는 거친 단어를 사용하며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행정 권력으로 야당을 굴복시키려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가족 등 주변 인사의 의혹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직설적인 요구를 쏟아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각종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 수용 등도 요구했다. 대화의 상대방인 윤 대통령을 바라보기보단 한자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원고와 카메라를 번갈아 쳐다보며 읽어 내려갔다.


의제를 정하지 말고 만나자는 이 대표였지만, 사실상 모든 의제를 꺼내 들며 답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바라보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는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한 뒤 “저희끼리 얘기를 진행하도록 하시죠”라며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회담을 시작했다.


회담은 예정 시간인 한 시간을 넘어 130분간 진행돼 4시 10분경 끝났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이후 브리핑에서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가 길게 입장을 설명해서 대화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윤 대통령 답변 위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별도의 합의문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민생문제에 대해 깊고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 대해 성실히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홍철호 정무수석도 이날 TV조선 뉴스9에 출연해 이 대표의 5400자 모두 발언 관련 “갑자기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회담이) 진행되고, 이 대표가 과한 표현도 쓰시다 보니 (윤 대통령이) 웃으실 수는 없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이어 “윤 대통령이 다음에는 국회 사랑재에 가서 하는 건 어떠냐고 말했다”며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소통 의사를 갖고 있으니 그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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