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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 | [삶의 향기] 잃어버린 1%

한국 중앙일보 기자 입력21-01-18 08:54 수정 21-01-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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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선교사의 4대 후손으로 한국에 살면서 많은 변화를 보았다. 역사상 지난 50년 동안 인류가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크게 달라져가는 가치관과 삶의 방식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어린시절 삶의 중심이던 온돌방
지식과 삶의 지혜, 도덕의 교육장
잃어버린 아랫목 문화 전수되길

일제 강점기, 한국 군산에서 태어난 나의 아버지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과 싸웠고, 6·25 전쟁에도 참전한 참전 용사였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할 뿐 아니라 잘 이해하는 분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미국 개척시대 사람들이 한국의 온돌을 알았다면 개척자들이 훨씬 덜 죽었을 텐데…”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미국의 통나무집이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통나무집 벽난로는 나무도 많이 들거니와 난로를 쬐는 몸은 뜨겁고 몸 뒤는 엄청 추웠다. 반면 아침저녁으로 나무를 조금만 때도 집이 따뜻해지는 온돌방은 친환경적이고 벽난로보다 우수하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6·25 6년 후에 순천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엔 온돌방이 삶의 중심이었다. 추운 겨울 저녁, 온돌방 군불을 때고 할아버지부터 부모님, 손자 손녀까지 한 방에 모인다.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가끔은 정전 때문에 호롱불을 준비해 놓던 시절이었다. 온돌방에 모여 앉은 우리는 어른들에게 풍부한 지식을 전수받았다. 일제강점기와 여수·순천사건, 6·25에 대해 배웠다. 인터넷은 없었지만 인터넷보다 더 정확하고 꼭 알아야 하는 지식을 어른들에게 직접 배운 것이다.

 

두 번째로 온돌방에서 값진 지혜를 배웠다. 나는 5남 1녀 중 막내였기에 밤낮 형제들에게 맞고 살았는데, 동네 할머니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떻게 하면 형제에게 덜 두들겨 맞을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형제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 등을 말이다. 이러한 인생의 지혜를 배운 곳이 바로 온돌방이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사교육이나 학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인격적이고 더 지혜로운 가르침이었다.

 

또한 온돌방에서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도덕을 가르쳤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말씀은 다른 사람이 아무리 나에게 심하게 하고, 규칙이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너는 너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너에게 규칙을 벗어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말씀은 지금도 내 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나는 크리스천으로 예배당에 다니면서 성경 말씀도 내 삶에 여러 도움이 되었지만 이 가르침은 한국 사람이, 아니 전라도 사람이 나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진료소에 의과대학생들과 수련의들이 파견되어 함께 회진을 돌 때 나는 “제일 먼저 너희들은 의사로서 우리에게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써먹는 지혜를 배우고,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돌방에서 어른들께 배운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젊은이들에게 전수한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왜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이 가장 높을까? 젊은 아이들이 갈수록 버릇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문제는 무엇일까? 의사로서 나의 진단은 온돌방 아랫목이 사라지고 중앙난방이 도입된 것이 문제다. 인구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지금,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면 어른과 대화하지 않고 각자 방에 들어간다. 각자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한다. 접촉이 없다. 온돌방 아랫목에서 어른들에게 삶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와 도덕을 배울 기회가 없는 것이다.


노인들이 삶을 통해 일평생 깨닫고 배운 소중한 지식과 지혜를 전수할 온돌방 같은 곳이 사라졌다. 노인의 가르침은 고리타분하고 뒤떨어졌다는 사고방식은 노인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북한은 모든 것이 뒤떨어져 있고 끼니도 걱정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모든 환경이 윤택하고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물질적인 축복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어른과 젊은이들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Venue(자리)가 사라졌다. 반면 북한은 아직도 온돌방 아랫목 문화가 살아있다. 대한민국이 잃어버린 1%를 북한은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통일이 될 텐데, 대한민국이 이뤄놓은 경제적 기반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이 이어 온 세대의 교감을 회복하여 무엇보다 소중한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1%를 되찾고, 미래 세대에 아름다운 유산으로 전수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출처: 중앙일보 사설칼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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