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자사고 수능 우등생 5년새 2배 증가…외고는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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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2등급 이내에 드는 학생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본지가 사설 입시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서울 자사고 22곳(하나고 제외)의 최근 5년 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수학·영어가 평균 2등급 이내에 드는 우수 학생의 비율이 8.3%(2011학년도 수능)에서 19.9%(2015학년도)로 높아졌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입시 명문으로 손꼽히던 외고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서울 시내 6개 외고의 우수학생 비율은 최근 5년 새 78.3%(2011학년도)에서 48.2%(2015학년도)로 낮아졌다. 이같은 현상은 자사고 전환(2010ㆍ11년) 후 입학한 학생이 수능을 치른 시기(2013·14학년도 대입)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과거 외고가 ‘독점’했던 우수 학생 중 일부가 자사고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특히 의대·공대 진학을 원하는 자연계 지망 학생들이 외고 대신 자사고를 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부터 외고에선 의대·공대 지망자를 위한 이과반 운영이 금지됐다. "설립 목적(외국어교육)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육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자연계 진학을 원하는 학생에게 외고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2011년 외고의 신입생 선발 방식(전과목 우수자 선발→영어 내신, 면접 위주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변화한 것도 우수 학생이 줄어든 원인이다.
자사고는 외고에 비해 규제를 덜 받았다. 특히 대졸자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학생·학부모가 이공계 학과를 선호하자 자사고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이과반을 크게 늘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자사고는 전체 240개 학급 중 139개(58%)가 이과반이다. 일반고의 이과반 비중(37%)에 비해 훨씬 높다. 서울 중동고의 경우 2·3학년 전체 12개반 중 8개, 1학년 12개반 중 9개반이 이과반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문·이과 편성은 학교 재량이며, 보통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반 편성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일반고에서는 교사 수 등 제반 여건이 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이과를 편성할 수 없는 반면 자사고에선 진로 상담을 통해 이과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에선 이공계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 동아리도 활발하다. 휘문고는 이과반 1학년은 지구과학·화학, 2학년은 생물·물리1·물리2를 필수로 배운다.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물리·화학 등 학습동아리, 오케스트라 같은 ‘문예체’ 동아리 등 50여개가 활동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사고가 모두 학생·학부모의 호응을 얻고 있는 건 아니다. 서울의 경우 정원 미달 자사고가 매년 신입생 모집 때마다 7, 8곳씩 나왔다. 자사고로 지정됐던 동양고와 용문고는 각각 2012년, 2013년 일반고로 전환됐고 미림여고와 우신고는 올해 일반고 전환이 결정됐다. 한 자사고 교장은 “재단의 재정 지원, 교육과정 개선이 뒷받힘되지 못한 자사고는 ‘정원 미달→재정 압박→교육 부실’의 악순환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김성열 한국교육행정학회장(경남대 교육학과 교수)은 “대입에서 외고가 누렸던 여러가지 이점들이 규제 대상이 되다보니 자사고가 반사 효과를 보고 있다”며 “다만 서울시내 자사고의 경우 초창기 다른 시·도에 비해 수적으로 과도하게 설립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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