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트럼프 ‘사드 청구서’ … 100원 받으려 1000원 부르는 흥정술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한국 | [뉴스분석] 트럼프 ‘사드 청구서’ … 100원 받으려 1000원 부르는 흥정술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5-01 02:0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김영희 대기자

김영희 대기자

한반도 안보 상황이 벼랑 끝에 선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한·미 두 동맹국 간에 햇볕 들어갈 틈도 허용하지 않는 대북 공조와 안보 협력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을 놓고 위험한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드 배치에 드는 비용을 한국더러 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황당한 요구로 촉발된, 북한 김정은이나 환영할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약정서(TOR·Terms Of Reference)를 2026년까지 공개할 수 없는 2급기밀로 묶어놓고 비용은 우리가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결과적으로 공허한 말만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한다. 국내의 논란에 유력 대선후보들까지 가세하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와 급히 통화를 하고는 “사드 경비 미국 부담 확인”을 발표했다. 그러자 24시간도 안 돼 맥매스터가 방송 인터뷰에서 사드 경비는 재협상(renegotiate)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기자들에게 다시 우리 말이 맞다고 확인했다. 국민들은 깊은 혼란에 빠졌다.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고위 외교 관리는 사드에 관한 약정서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하위 합의여서 트럼프의 요구는 SOFA 체제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논리를 확장하면 미국이 괌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드는 비용을 요구해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귀담아 들을 말이다.
 
국방부는 2026년인 것으로 알려진 기밀 해제의 ‘시기’조차 기밀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청구서를 내밀고 그의 안보보좌관이 재협상을 말한 이상 청와대와 국방부의 말대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사이 한·미 간에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관진 안보실장의 말대로 맥매스터가 사드 비용 미국 부담을 확인했다고 해도 트럼프가 한국에 내민 청구서를 거두어들이지 않는 한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탁월한 흥정꾼인 트럼프의 속셈은 뻔하다. 그는 100원을 받으려고 1000원을 부르는 사람이다. 그가 당선 직후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의 중국’ 정책의 재고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도 시진핑(習近平)과의 큰 거래에 앞선 기선 제압의 한 수였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요구대로 북한에 중국으로서는 전례 없이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이미 중국에 와 있던 석탄을 되돌려보내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까지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올해 9500억원 정도 되는 미군 주둔비를 훨씬 더 받아내고 한강 이북에 있는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에 드는 경비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 떠안기는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협상을 잘 해도 미군 주둔비 인상과 기지 이전 비용의 일부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비대칭성에서 운명지어진 것이다. 맥매스터가 말한 재협상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사드 배치에 관한 협상 때 비용 문제를 이론의 여지가 없게 분명히 못 박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전략이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 사드 비용은 양보할 수 없다. 이면합의 의혹 등에 떳떳하다면 정부는 새 정부 출범 후 안보 위기의 시기에 사드 청문회 따위로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문제의 약정서 비용 부담 부분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 여론의 지원을 업고 미국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김영희 대기자(칼럼니스트)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793건 7 페이지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뉴스 제목
한국 [이슈추적] 10%±α 숨은 표, 3인의 다른 셈법
불기 2561년 석가탄신일인 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오른쪽부터)가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김상선 기자] ‘깜깜이 대선’이 시작됐다. 3일 0시부터 9일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8시
05-03
한국 교통카드·빨래방·과일간식 … 가려운 곳 긁는 ‘깨알 공약’
‘대형 이슈와 작은 공약’.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표현하는 또 다른 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북핵 등 굵직굵직한 현안 변수 속에 치러지지만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생활밀착형 ‘틈새공약’들이 많다. 과거 대
05-03
한국 [현장에서] 탈당 13인에겐 비난 쇄도 … 바른정당엔 후원금 봇물
지난 2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출입구에 선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방금 마친 이들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한국당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입장이 다른 의원이 많다.▶황영철 의
05-03
한국 [퍼스펙티브] 마크롱은 못 미덥고 르펜은 싫어 … 진퇴양난
 ━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D-3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들이 매주 목요일 ‘퍼스펙티브(Perspective)’란 이름으로 대형 칼럼을 싣습니다. 사내의 김영희·박보균·김진국·배명복·전영기·이정재 칼럼니스트와 사외의 송호근(
05-03
한국 빌딩 풍년 … 서울 도심 사무실 6개 중 1개 비었다
[중앙포토] 몇 년 후를 내다보고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사무실이 부족하다고 업무용 빌딩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보통 3~4년 후에 완료하게 된다. 막상 빌딩을 다 짓고 임대를 줄 때쯤이면 시장 상황은 역전돼 공급 과잉이 되기 일쑤
05-03
한국 새 차 사려면, 할인 폭 화끈한 5월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5월을 맞아 할인과 선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통상 5월은 자동차 시장 성수기로 불리지만 올해는 황금연휴와 대선 등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4월 판매 성적이 좋지 않아 만회가 필요하다. 완성차 업체 다섯 곳의 4월 판
05-03
한국 대선 앞둔 이상한 부동산 시장… 전세가 곤두박질치는데 매매가 오르는 세종시
세종시 전경. 세종호수공원 위로 용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한 정부 세종청사가 보인다. [사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직장인 이민영(34)씨는 2012년 세종시 고운동 유승한내들아파트(전용 84㎡)를 2억6300만원에 분양받았다. 2015년 입주한 이
05-03
한국 삼성전자, 24년간 반도체 황제로 군림한 인텔에 왕위 가져온다
[사진 BGR 등]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세계 1위를 지켜온 미국 인텔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텔은 1993년 486프로세서를 출시한 뒤 24년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2일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분기
05-02
한국 트럼프-푸틴 ‘북한 문제’ 전화 협의…“매우 위험한 상황 공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전화 협의를 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북한 문제와 시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n
05-02
한국 문재인 39.2%, 안철수 21.5%, 홍준표 16.7%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제19대 대
05-02
한국 고교생들이 가장 후한 점수 준 교육공약은 '이것'?
주요 대선 후보 5인의 선거 포스터 [중앙포토] “사교육 없이도 공부 잘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이 마련된다면 굳이 학원에 다니지 않을 것이다.” (이연주·청심국제고1)    “가정환경이 어떻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주변의 편견과 강제 없이
05-02
한국 [대선 마지막 TV토론] 문 “MB 4대 강 때문에 수질 악화” 홍 “노무현 때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정면충돌했다. ▶홍=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는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등록금이 113% 올랐다. (집권했을 때) 올려놓고 (이제) 되돌려 놓겠다는 게 공약이냐. ▶문=옛
05-02
한국 [대선 마지막 TV토론] 홍 “유 후보 덕 없어 탈당 사태” 유 “뇌물 재판 중인…
2일 TV토론에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왼쪽)·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서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유 후보는 이날 당내 의원 12명 탈당에 대해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대선 막판까
05-02
한국 자기 욕망 채우기 위한 기도, 그건 불교가 버려야 할 대상
 ━ 오늘 부처님오신날 …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의 일갈  지홍 스님 “한국 불교 큰 위기” 3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을 인터뷰했다. 지홍 스님은 “한국 불교와 조계종단이 큰 위기에 처했다”며
05-02
한국 바른정당 '집단 탈당' 사태 하루새 후원건수 10배, 당원 신청자 6배 늘어
보수후보 단일화 등의 문제로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유승민 후보에 대한 후원건수가 10배 이상 늘어났다.  [사진 JTBC 캡처] 유승민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하루 50건의 후원금이 들어오는데, 2일 하루에만 5
05-02
한국 [대선 마지막 TV토론] "국민여러분께 드릴 말씀 있어 시간 아껴"…유승민 후보의…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주요 대선후보 다섯명의 마지막 TV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첫번째 주제(복지·교육)와 두번째 주제(국민통합 방안)를 놓고 후보들은 격론을 벌인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발언시간을 아껴 토론 막바지 자신의 입장
05-01
한국 [단독] 황영철 “대의 훼손…탈당 옳은 길인지 심각한 고민”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기로 했던 황영철 의원이 2일 오후 탈당을 전격 보류했다.  ■ 「 2일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했다가 전격 보류한 황영철 의원 [중앙포토]  」  황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국회
05-01
한국 트럼프·아베 또 전화협의…일본 정부 공식 발표 안 해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화협의를 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전화 협의를 했다고 아사히 신문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
05-01
한국 “김정은 만나겠다” 트럼프의 또다른 ‘스트롱맨’ 코드 맞추기?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의 진풍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만남을 언급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황이 적절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취임 후 직접 대화 용의를 밝힌 것은 처음이
05-01
한국 [단독] 문, 20~50대 모두 1위 … 홍, 60대 이상·TK서 선두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40세대에 이어 50대에서도 지지율 선두로 올랐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전국 유권자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D-7일(4월 30일~5월 1일) 여론조사에서다. 문 후보는 지역별로도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05-01
한국 [단독] 강성 발언 쏟아낸 홍준표, 구글 검색지수 안철수 추월
구글 트렌드에도 ‘동남풍’이 불어오는 걸까. 지난달 24일부터 1일까지 각 후보의 구글 트렌드 평균지수를 검색한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33,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9, 심상정 정의당 후보 11로 나
05-01
한국 사드 비용 재협상하려면 SOFA 바꿔야
허버트 맥매스터(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에 대한 한국과의 ‘재협상(renegotiation)’을 언급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05-01
한국 [뉴스분석] 트럼프 ‘사드 청구서’ … 100원 받으려 1000원 부르는 흥정술
김영희 대기자 한반도 안보 상황이 벼랑 끝에 선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한·미 두 동맹국 간에 햇볕 들어갈 틈도 허용하지 않는 대북 공조와 안보 협력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을 놓고 위험한 진실 게임을
05-01
한국 '세기의 재판'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 첫 공판 준비재판…출석은 하지 않기로
592억원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오늘 오전 열리는 자신의 첫 재판 준비절차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경호 등의 문제를 고려해 나
05-01
한국 막판 실수 땐 치명상 … 문 캠프 ‘SNS·댄스 자제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대위가 당 소속 의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속에 나섰다. 실수 한두 번에 선거 판세가 급변할 수도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빙상 종목의 쇼트트랙 경기에 비견될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는 단기전 승부인 만큼 한 번 넘어지거나 뒤처
05-01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