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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짜장을 끓이는데 남비가 너무 작아 다른 스댕 그릇으로 옮겼는데 조금 끓자 마자 엄살을 떨며 덜컹 덜컹 소리가 요란했다 둔중하게 코팅이 잘 된 그릇은 재료가 넘치지 않는 한 타지 않는데 가벼운 스댕 그릇은 조금만 끓여도 타고 뜨겁다고 난리 법석이 아니다 바로 전에 끓였던 은근히 타오르는 그릇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릇의 차이. .. 나는 어떤 그릇인가 생각해 본다 조금만 뜨거워 졌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가 둔중하게 기다릴 줄 아는 그 뜨거움을 잘 조절하며 받아 들이는 그릇인가 비싸게 산 …
여긴 하루가온종일 같은 색채다.무채색이 하늘과 땅 중간에서놀고 있다.고무줄을 하고널뛰기를 하고파란 창공을 힘차게 튀어 오른다.서울의 거리가 생각난다지나가다 누가 쓰다 버린연애편지는 어느 귀퉁이에 있고지나가다 들르는퇴근 길 발목을 잡아가두는 포장마차의 정가을바람 지나가면떡볶이 묻은 입가 그리워여기는 가을이 한 번 싸늘히 지나가는그런 향취만 있구나.윤문영[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그는나에게고백하는방법을몰랐다. 사랑한다는말대신도서관에서볼펜을빌리러왔고 나와같이있고싶다는말대신에넌왜그렇게바쁘냐로화살의말을했고 내자랑을해주고싶을때는어이가없다는둣눈을크게떠보였다. 그러나어느날,그는한송이장미꽃을그의티셔츠가슴팍조그만주머니에꽂아놓았다 버스가흔들리고있었다. 빨간장미도주머니에서얼굴을내밀고있었다나는그장미가직감적으로나에게줄것이라는것을알았다 그러나참을성있게얌전한색시처럼가만히보고만있을수가없어로즈의얼굴을때리며,"이거무슨꽃이야하며우스워했다. 그는얼굴을붉히며이거귀한꽃이야"하며,그는"너에게주려고갖고왔어"…
고향으로 내려 가면곧장 달려 가는 곳이 있는가요.당신들이 지금 보다 어렸을 때저 산 넘어 오솔길 넘어작디 작은 집그녀가 살고 있었던 집달려가고 싶은 집 있는가요.옛날 그 기억이 내게로 오면그 여자가 (내게는 그 남자) 생각 납니다.고향집 마루 옥수수 뜯어 먹던 그곳에서그녀는 가끔 여길 작은 고양이 등으로굽히며 지나갔죠.단발머리에 짧은 미소 흘리며후다닥 지나가는 발 길 기억이 나나요.지금도솔내음 진동하는 고향집 당도 하면곧장 달려 가는 그녀의 집이 있는가요.언제나 아슴하게 보여 닿을 수 없었던 집그 집을 지날 때 마다 고양이 등처럼굽…
가을의깊이가점점옅어지고 겨울이바락바락대들고있다 겨울이올때즈음이면 어린날의겨울만한추억도없다 연탄불때는노란장판은숯더미처럼검은멍이들어있다 검은때가가시지않은발이이불을밀고쑤욱쑤욱들어가고 겨울아침이면간신히기어나온다 겨울한마당은짱짱한추위에서리가얼키설키춤추고있다 간밤에세수하다추워후다닥들어가는바람에 하루종일놀다들어온사내녀석의 땟구장이얼굴헹구다남은, 검은세숫물이얼음되어 개구쟁이처럼벙긋이웃는아침.. 어린날의겨울은특히아침이제격이다 지금은너도너도보일러로 세숫대야의얼음도 후다닥추위를저버리는일도없다 점잖게겨울이오고있는사이 바락바락대드는겨울이틈틈이 보일러문틈사…
벌거벗은나무에 바람이할켜도 순한뿌리는굳건히자리를지키고 휑하니겨울을본다 내년봄이있을까를확신하고 벌거벗은몸을자신의팔로껴안는다 더이상달리지않는인생처럼 그저가만히있는것만이보배인양 나무는쉰다저녁이면 파랗게쉬어서겨울을간다 언제가는다벗고갈인생보여주듯 싸늘한겨울한번쓰윽쳐다보고 휑하게 그림자띄우고간다 윤문영[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입속에서는아까부터계속씹는소리만들린다오물오물우물우물우묵가사리되새김질하며입안의여러음식물파편만드는노고에여념이없다위로가는길잃은양한입에서계속맴도는넘어가지않는,어느틈엔가앞에앉은그들의그릇은비워가고내그릇은어느산신령이다시채워넣듯줄어들지가않는다내입속엔내가너무나많아줄어들지가않는다넣어도넣어도소화되지않는내영혼같이..입속은이미만두속붕어입처럼봉긋하다만두속터지듯와장창하다가소되새김질로하루를보낸다윤문영[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가을은절찬리에영화상영중이다 가을은"레디고!"를했다 영화는지나가는가을을찍는다 흘러가는깊은소리를찍는다 하늘은높이흐르고 구름은멀리서부터떨어질듯하다 오로지한가운데서부터파장을일으키며 가을추억을만든다 추억은차가운현실에따듯한국물이다.. 한줄기국물을마시고또영화를찍는다 가을이웅성대며길을하얗게내어준다 가끔씩음료수를내주며가을을쓰다듬으며 지난것들을연민한다 슬퍼한다 가을은소리없이지나간것들을 조용히일으키며 영화를내내촬영시키며자기자신을노출시킨다 윤문영[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단단한아침, 나무들이지저귀고 새들이노래를마치며 아침을연다 바람은그냥지나가다부는데 나무가흔들린다. 노래가떨어지고 낙엽이떨어지고.. 나는가만히지지배배있는데 그대가나를흔든다 폭풍이불어와 바람이불고파도를만나 나는 거세어진다 윤문영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가을바람이묻어있어 선뜻다가가지못한다 겉으로만만지고 뒤돌아선사람 그사람아무래도 다가갈수록역바람이분다 좁아지면멀어지는 마의거리 바람이차다 그사람지나가면 바람한점씩흘리고간다 바람자욱떨어져 가는걸음마다손가락이움찔거린다 하얗게파랗게떨어지는 비듬같은외로움 회오리처럼등이둥글다 윤문영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