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김의성 “법으로 못하는 일 많다 토로한 날 ‘모범택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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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5-31 03:00 조회1,2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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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무조건 배신할 거야. 절대 긴장 풀면 안 돼.” “배신을 안 해도 배신이지.”
사적복수와 피해자지원 오가는 장성철 역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악역 전문 꼬리표 떼
“실제 사건 연상 부담됐지만 통쾌함 선사
아동학대 등 아직 다루지 못한 문제 많아”
종영을 앞두고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김의성은 “무엇보다 시의적절한 기획의도에 깊이 공감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환경미화원이 숨진 뉴스를 보고 소속사 키이스트에 “세상에 법으로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법을 뛰어넘는 사적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날 ‘모범택시’ 대본을 받았단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공권력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과연 법이 충분한가, 모두에게 공정한가, 사각지대는 없는가 등 답답함이 있는 상황에서 그런 부분을 건드리면 쾌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모든 히어로물이 다 공권력에 속하지 않은 사적 복수에 해당하는 거잖아요.”
“‘어리다고 죄 가볍지 않다’ 대사 와 닿아”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 출신인 박준우 PD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음란물 불법유통과 직원 폭행 등 갑질로 복역 중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을 연상케 하는 박양진(백현진) 등의 인물을 그대로 등장시켰다. 김의성은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큰 화제성을 일으켰던 것 같다”고 밝혔다. “1회에서 장애 여성 얼굴을 생선 통에 집어넣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어요. 아무리 악행을 묘사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2회에서 가해자가 똑같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 통쾌함이 배가 되더라고요. 그 순간 이 드라마와 시청자 사이에 약속이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고통스럽겠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가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문법이 생겨난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학원 폭력 이야기를 꼽았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야” 등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은 대사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낮과 밤이 다른 것처럼 두 얼굴을 가진 캐릭터고, 부모님을 잃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극단적인 분열이 존재하는 아픈 사람에 가깝지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이잖아요. 아동학대 등 다루지 못한 문제도 많으니 시즌 2는 물론 앞으로 에피소드 100개쯤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진우 기자와 함께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진행을 맡기도 했던 그는 평소에도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다 같이 이야기하는 게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 의도와 달리 오해가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자 싶어서 조금 절제하고 있어요.”
“이경영과 악역 양분? 형 너무 착해 보여”
1987년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극단 한강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베트남 FnC미디어 대표, CJ 미디어 베트남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이색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덕분에 제작자로서 살았던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필모그래피는 통째로 비어있다. 2011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 출연하면서 복귀했다. “연기를 다시는 안 하겠다고 생각하고 10년을 살았는데 여러 가지로 불행했어요. 굴곡도 많고 상처도 많았죠. 내 인생에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연기를 시작했는데 행복하더라고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해서” 떠났던 그는 “지금도 똑같다. 다만 좀 더 뻔뻔해졌다”고 했다. “어쩔 땐 이걸 그냥 넘어간단 말이야? 다들 나에게 속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해요. 이왕 그렇게 된 거 영원히 속아주셨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요.”
이경영과 함께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악역을 양분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형은 소 눈이라 너무 착해 보인다. 얼굴도 잘생겨서 충분하지 않다. 자꾸 주저함이 보인다”며 웃었다. “제가 더 질이 좋지 않죠. 눈이 길고 큰데 눈동자는 작아서 쏘는 눈이라고 해야 할까. 하하.” 그는 영화 ‘관상’(2013)의 한명회부터 “악역이 재밌다고 느꼈다”고 했다.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를 가장 중요하게 보거든요. 이 캐릭터가 이야기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가. 아무리 긍정적인 캐릭터라도 이야기가 바뀌지 않으면 별로 재미가 없어요. 다음은 주인공과 강하게 관계를 맺는가. 그러려면 주인공을 돕거나 막거나 둘 중 하나인데 후자가 더 동기 부여가 되죠. 연기 폭도 넓고. 그동안 제가 저지른 악업이 ‘모범택시’의 긴장감 유지에도 도움이 됐다니 만족스러워요. 앞으로 또 어떤 역을 만날까 기대됩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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