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퀸 따라하기 22년 영부인밴드 “돈 스톱 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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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08 22:00 조회1,04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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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은 4인조이지만, 이들은 5인조다. 보컬과 키보드를 겸했던 프레디 머큐리와 달리, 영부인 밴드의 보컬 신창엽(44·반도체회사 근무)씨는 키보드를 못 치기 때문에 전업 피아니스트 김문용(38)씨가 가세했다. 기타리스트 김종호(49·은행원)씨는 멤버 중 유일하게 영화를 한 번만 봤다고 했다. 다시 보면 더 많은 눈물을 쏟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베이시스트 안철민(45·외국계기업 근무)씨는 “사실과 다른 몇몇 장면이 거슬렸지만, 라이브 에이드 전에 멤버들이 프레디를 지켜주며 팀웍이 더 끈끈해졌다는 점을 잘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의 흥행에 대해 “모든 장르를 수용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퀸 음악의 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찬이 많은 식단처럼 장르가 다양한 퀸의 음악”(안철민)이 “세대를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며 10~20대들까지 두루 포섭했다”(신창엽)는 것이다. 드러머 박중현(44·MBC 관현악단)씨는 “화려한 무대 뒤 프레디의 아프고도 외로운 삶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심경과 공명했다”고 풀이했다. 이들의 퀸 사랑은 ‘트리뷰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대상을 20년 넘게 사랑하며, 닮아가려 노력한다는 건 인생을 바친다는 각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안씨는 “20년 넘게 하니까 ‘딴따라 짓 그만하고 정신 차려라’는 험담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칭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년간 무대에서 프레디로 살아온 신씨는 “또 다른 내가 회사 업무를 하는데 자신감을 줬다”고 했다.
김씨의 퀸 사랑은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 준 존재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어릴 땐 퀸을 가벼운 팝밴드로만 알고 좋아하지 않았는데, 20대 후반부터 제대로 빠지기 시작했어요. 공연장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뱃속에서부터 퀸 음악을 들었던 아들은 지금 프레디의 열혈팬이 됐습니다. 퀸이 제 인생이 된 거죠.”
김씨는 브라이언 메이 관련 상품은 모두 사들이는 수집광이다. 라이선스 기타 10대를 비롯, 사인 앰프·이펙터 등 모두 합치면 고급 중형차 한 대 값을 넘는다. 피크 대신 6펜스 동전을 사용하는 브라이언의 주법을 따라 하기 위해 단종된 6펜스 동전을 수백 개나 사 모았다. 브라이언 메이가 2014년 내한 공연을 했을 때 공항에서 만나 사인받은 기타는 그의 보물 1호다. 그런 그를 멤버들은 손가락 움직임까지 똑같은 ‘브라이언 메이 연구가’라고 부른다.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보컬 신씨. 그는 늘 혹독한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다. “음색은 물론 외모도 비슷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요. 노래 연습과 다이어트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하죠. 공연이 많은 요즘은 하루 한 끼만 먹어요. 운전하다 길이 뚫리면 자동적으로 ‘Don’t Stop Me Now’를 흥얼댑니다.(웃음)”
전담 코디네이터(장초영)까지 있지만, 안씨는 외모 면에서 퀸의 베이시스트 존 디콘을 닮으려는 노력을 포기했다고 했다. 넉넉한 체형이 존 디콘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 “분장으로 감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너희가 무슨 퀸이냐’라는 악플이 다 제게 쏟아지죠.(웃음)”
영화 흥행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으로 멤버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걸 꼽았다. “어릴 땐 레드 제플린 등에 심취한 친구들에게 ‘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요.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커밍아웃이 아닌, ‘퀸밍아웃’입니다.”(신창엽·김문용)
멤버들은 다 안다. 퀸 열풍이 언젠간 사그러들 거라는 걸. 뮤지컬 ‘위윌록유’(2008), 퀸 내한공연(2014) 때도 겪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행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퀸 음악이 늘 가슴 속에서 뜨겁게 회오리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기에.
“앞으로도 평생 퀸과 함께 갈 것”이라는 안씨의 다짐에 김씨가 엷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눈가 주름에 연륜이 쌓인 그의 우상 브라이언 메이가 보였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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