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지식리뷰] ‘어쩌다 미국 대통령’된 지정생존자, 실존했을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27 22:00 조회1,08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
지정생존자의 조건
아무나 지정생존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법령에 따라 대통령 승계 순위에 있는 인물 중에서 선택된다. 1순위 부통령, 2순위 하원의장, 3순위가 상원 임시의장이다. 그다음은 각부 장관으로 국무부-재무부-국방부-법무부-내무부-농무부-상무부-노동부-보건복지부-주택도시개발부-교통부-에너지부-교육부-보훈부-국토안보부… 이런 순서로 넘어간다.
명단을 보면 눈치챘겠지만 커크먼(도시개발부)은 꽤 후순위다. 계승 서열 13위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희박한 인물인 셈이다. 지정생존자가 되어도 앞 순위 12명이 몰살당해야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드라마에선 이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커크먼이 지정생존자로 지명됐다는 설정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
지정생존자는 서열과 인지도가 낮은(당연히 상대적으로 낮다는 뜻) 인물이 낙점되는 경우가 많다. 지정생존자를 지명하는 행사 중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이 매년 초 의회에서 정견을 발표하는 연두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는 서니 퍼듀 농무부 장관(9위), 올해에는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15위)을 각각 지정생존자로 지명했다.
━
냉전이 만든 미국적 상상
다만 1980년대까지는 지정생존자에 대한 기록이 없었고 정부의 관행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가 분수령이 됐다. 대규모 살상의 테러 위협이 현실이 되면서 제도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 시기 이후 지정생존자로 지명받았던 인물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철저히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보안을 유지해오고 있다 .[2]
━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이처럼 지정생존자로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었지만 '정부요인 몰살'이라는 극적 설정은 드라마 소재로는 적격이다. 미국 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리메이크작이 촬영 중이며 상반기 tvN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다만 지정생존자 제도가 없는 한국의 상황에 맞춰 설정이 조금 바뀐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 궐위 때 승계가 아닌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 이 경우에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공직선거법)고 정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고, 대선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리메이크작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서열 14위 박무진 환경부 장관(지진희 분) 이야기로 변주될 예정이다.
참고자료
[1] 미국 대통령계승법
[2] 워싱턴포스트 2016년 10월 20일 기사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