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모든 사람의 염원이요 바람이다. 필자 역시 그렇다. 그리고 무난히 건강히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벤쿠버에 20년하고도 수년 더 살면서 감기를 앓았던 해를 한 손으로 다 꼽지 못하였기에 이 정도면 건강으로는 무난히 살아왔다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고, 한편으로 지금 생각하면 별 쓸데없는 자부심 (혹은 자만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월 시카고를 방문할 때, ‘좀 푹 쉬었다 오자’라는 기대와는 정 반대로 연이어 이런저런 일에 묻힌데다 폭설로 인해 비행기 이륙이 취소되고, 그 폭설가운데 혹시라도 뜨는 비행기가 있나 공항을 왔다갔다하고, 하다못해 음식도 맞지 않아 여러 면에서 마음 고생을 하고 나니, 몸이 좋지 못함을 느꼈다. 어, 감기가 오려나.. 몸이 으슬으슬 춥고, 기침이 나고.. 벤쿠버로 돌아오니 상태가 더 좋지 않다. 열이 나고 목에 쇳덩어리가 있는 것 같이 쉰소리의 거친 기침과 통증, 무엇보다도 기진맥진하는 것이 도저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 때, 어쩌면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 이러다 죽는 것일까… 아, 이렇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구나.’ 살면서 몇 번 감기를 앓을 적이 있어도 정말 며칠이면 감쪽같이 회복되고 더 건강해 짐을 느껴왔는데, 이번에는 그 경우가 달랐다.

시간이 지나니, 증상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간다. 목도 나아져서 음식을 무난히 먹을 수 있고, 기침도 잦아들고, 잠도 잘 수 있는데,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좀 나아졌으려나 하고, 또 운동으로 몸을 회복시켜야 할 것 같아 가까운 산을 올라가기를 몇 번 하다가 포기하고 되돌아왔다. ‘열감’과 ‘피로.’ 사람 의지로 그 정도는 무난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람의 의지 (정신)가 육체에 거하는 증상 (질병 혹은 문제) 을 조절할 수도, 조정할 수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도 맥을 못추어 하니, 아들이 의원을 방문하라고 한다. 카나다 온 이후 family doctor를 본 적이 한 번 혹은 두 번이나 될까.. 그런데 이번에는 도데체 그 ‘열’ 과 ‘피로’의 정체가 뭔지 알아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방문을 하니, 열이 없다고 한다. 혹시 Coronavirus가 아닌가 물으니, 쓱 웃는다. 한편으로는 의아해하면서도 천만다행이라는 마음이다. 그러면 그전과 다른 이 피로감은 무엇인가 물으니, 별 대수롭지 않는 답변이 들려온다.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으니, ‘everything is normal.’  그 이후로 열감이 느껴지지 않고 피로에서 거의 회복됨이 느껴진다. 심리적인 안정에 기인된 것일까… 그렇다면 그 동안의 열 (열감)의 정체는 도데체 무엇이었을까.

사람 건강의 핵심이 어디에 있나를 두고, 한의사로서 특히 이제마의 사상의학과 권도원의 팔체질의학을 가지고 지난 30년 이상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진료를 하면서, 나름대로 건강의 맥을 찾았다고 생각했었다. 사람은 세가지 구조의 존재; 육체와 정신 그리고 영. 영은 하늘에 속한 것이라서 사람이 좌지우지 못할 것이니, 건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