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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완구 없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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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7-16 20:27 조회1,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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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없는 역사

 

“사실 한국의 아이들은 어느 나라의 아이들보다도 심심하고 외로운 것이다. 흙과 바람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었다. 어른들은 그들을 위해서 장난감을 만들어 준 일이 없다.” 172

 

“결국 우리나라에 완구가 없었다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이들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곧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174

 

“조상의 무덤에 망주석은 세울 줄 알아도 어린이에게 완구를 만들어 줄 생각은 없었던 이 민족은 미래의 맹인이었다. 완구 없는 역사, 그것은 미래 없는 역사와 다를 것이 없다.” 176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어령> 

 

이른 아침 외양간의 소를 끌고 나오면 풀이 무성한 뚝 길에 매어 놓고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 하늘엔 하얀 구름이 둥실 떠 흘러간다. 앞내에 흐르는 개울에서 가재도 잡고 피라미도 잡다보면 하루 한 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저녁나절에는 버드나무 줄기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면서 소등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온다.

 

다섯 살만 넘으면 동네 서당에다 한 달에 쌀 반 되박을 갖다 주고 종아리를 맞아가며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연을 날리고, 추운 겨울에는 꽁꽁 언 연못 위에서 썰매도 타고 팽이치기도 한다. 동네 공터에 아이들이 모이면 자치기, 제기차기, 공기놀이를 하고 밤이 되면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다. 

 

한국 같은 농경사회에서는 제 걸음을 할 줄 아는 나이만 되어도 누구나 농사일을 도와야 한다. 한창 바쁜 농사철에는 손이 모자라 ‘빗자루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곱게 차려 입은 양반집 자제들은 낮이건 밤이건 글을 읽어야 하루가 간다. 우두커니 심심해 하는 아이는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근세 서양의 가정에서 처럼 백화점이나 완구점에서 파는 장난감을 사서 선물로 주는 풍경과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시절이 서로 맞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완구를 안겨주면서 산 게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 아니라 산업혁명 이후 대중이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겨우 선물로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모양을 에둘러 완구(장난감)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는 둥,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식으로 껑충 뛰어 단언하는 것은 많이 틀린 생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선물로 주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다. 혼자 단순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 이상으로 놀이문화를 만들어 여럿이 어울려 놀았다. 

 

딱지치기 / 연날리기 / 팽이치기 / 자치기 / 구슬치기 / 썰매타기 / 제기차기 / 고무줄놀이 / 공차기 / 술래잡기 / 줄다리기 /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놀이를 ‘오징어게임’이라는 영화 소재로 삼아서 세계적으로 힛트를 친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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