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갈대가 그린 구름 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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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1-08 08:15 조회4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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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고통밖에 쓸 수 없었던 전쟁'*이란 연필
중동 어린이 고사리 손목은 부러지고
샤프심 일제히 밀어올린 갈대들은
평화가 필수과목인 하늘 화폭에다
머리 풀어 헤치고 구름 양들을 그렸다
팔베개 하고 누운 구름 언덕에선
한 번쯤 우리도 목동 되고 싶은데
얼마나 해박한 길눈 익혀 놓아야
저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나도 어느덧 길 떠나야 할 시간
살면서 기댄 소품 여럿 중에서
쓸모 있는 가짓수만 추려 내다가
피리와 지팡이 하나를 골라 들었다
국경이 없을 것 같은 하늘 들판
파아란 화폭에 늘어나는 양떼구름들
염소구름 여럿이 갑자기 몰려와
죽임을 탯줄 자르듯 번개 부르는 사이
놀란 양떼 대열을 흩뜨리고 만다
날이 밝길 기다려 피리소리 들려주자
제 곡조 알아챈 양들은 모두 모였지만
그새 어디론가 누가 채어갔는지
얼마간 양들은 행방이 묘연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감감하던 참에
컴퓨터의 커서처럼 지팡이를 쳐들고
어디서 본 누군가 하던 시늉대로
일꾼은 하늘 한 모퉁일 툭 쳐보이더니
말썽 끝에 멈춘 컴퓨터가 재작동 되듯
이 전 화면이 뜨고 양들이 나타났다
양들은 하늘 초장에서 다시 풀 뜯고
지상에선 길 잃고 떠난 양 같은 무리
하늘 화폭 '위엄을 옷 입으신 분'*은
죽음마저 수긍해야 할 선한 이웃들의
새 얼굴을 물감 풀어 그려낼 순 없을까
한 벌 '세상 소풍'*이래도 꼭 얻고픈 상은
베푸실 마련 가운데 부활이란 상품이어
피리소리 출처로 주인 음성 식별해 내곤
노을이 불일어놓은 근심없는 좋은 소식에
큰무리 양떼가 되어 새아침을 기다린다.
* 중동 어린이가 글짓기 한 내용중에서
* 시편 104:1,2 다윗의 시 참조
* 천상병의 시 '귀천'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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