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정원] 변신-박광일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문학 | [문예정원] 변신-박광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광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5-31 17:58 조회81회 댓글0건

본문

1178911917_1Zv5IKmp_2e36b8df154e153ab2f2722430192304a25e43d0.jpg


박광일[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변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리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충격 자체이고 혼란에 빠진다. 뇌의 기능과 인지능력 그리고 감정은 이전과 같은데, 몸은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성실한 영업사원인 그는 결근할 수밖에 없었고, 지배인은 결근한 사람이 아니기에 무슨 일인가 확인 차 방문하고, 벌레도 변한 그를 보고 놀라서 도망간다. 


또 어머니는 실신하고 아버지는 그를 방안으로 쫓아 버린다. 가족들은 창피하기도 하고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그를 피하게 된다. 그를 챙겨주던 여동생도 점점 그에게 소홀하게 된다. 


그러던 중 화난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상처를 입은 그는 가족 내에서조차 고립된 상황에 절망하여 곡기를 끊고 죽기로 결심한다. 그가 죽은 후 가족들은 슬픔보다는 홀가분함을 느낀다. 


1.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뇌위축증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했다. 인지기능과 감정은 변함없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말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벌레로 변한 카프카의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들과 말로 소통할 수가 없었고, 육체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었으니, 갑작스러운 인간관계에 대한 단절에 대한 절망이 얼마나 컸겠는가? 


생각과 감정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되었으니, 그 상실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는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리처럼 가족에게서 배척받지 않았다. 


그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고, 특히 지극정성인 아내 덕분에 눈으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그가 겪은 괴로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했겠지만, 가족의 사랑 덕분에 인생에 있어 가장 커다란 고통인 단절로부터 오는 외로움과 절망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구의 아버지는 오랜 경찰 생활을 하시고 은퇴하셨다. 활력이 넘치셨던 아버지는 은퇴 후에 건축사업을 시작했다. 집을 짓고 분양하였는데 초기에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더 투자하였다. 그런데 경기가 항상 좋은 것이 아니라서, 분양이 안 되기 시작했고,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업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에너지는 넘치고, 성격은 불 같던 아버지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가족 간의 갈등도 커졌고, 싸움도 잦았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더니 절망에 빠져 있던 아버지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치매에 걸렸어도 화를 내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잠깐 잠깐 잊히던 기억은 점차 악화하여 대소변의 실수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실수를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 날 사위가 배변을 실수한 장인을 씻기던 중, 아버지는 잠시 의식이 돌아왔고, 그 상황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아버지는 울었고, 딸과 사위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아오면서, 가족들에게 군림했던 것을 사과하고, 가족들을 사랑한다는 편지를 썼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의 삶이 가족을 위한 것임을 알았기에 가족들의 사랑은 돌아가실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마음이 아프면서 감동적인 상황이다. 


우리는 종종 카프카의 '변신'처럼 예상치 못한 변화에 직면한다. 그 변화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두렵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건강과 능력의 한계를 깨달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 해진다. 


헬렌 켈러는 "생활이란 거칠고 가혹한 산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갈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강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 한계의 극복은 타인의 사랑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삶을 생각해 본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1,150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