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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초여름 한국 방문-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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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의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6-14 15:34 조회2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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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원[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초여름 한국 방문


4, 5월은 밴쿠버로는 관광 시기의 정점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이 밀려오는 때이다. 경치도 좋지만 일기는 청명하고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야외로 다니기에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 홀로 살고 계시는 장모님과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 매년 방문하여 1~2개월간 머문다. 


2020년과 2021년은 고약한 팬데믹으로 방문할 수 없었었다. 2022년에는 여행이 허가되어 여러 제약적인 절차를 거쳐 2년 만에 건강하신 모습을 뵙게 되어 참으로 기뻤다. 2023년은 여행 조건이 많이 간소화되었고, 마침 고교 졸업 60주년 기념 단체여행이 5월에 계획되어 6개월 전에 비행기 표를 끊고, 한국에서의 여행 일정이 예약되어 3개월간 머무르기로 계획을 세웠다. 


손주들이 방학이 되면 같이 합류하여 관광 계획도 포함하여. 가슴을 설레며 한국에 도착하는 날 공교롭게도 집에 응급사항이 생겨 7일 만에 귀국하지 않으면 안 되어 장모님과 만나자마자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었으나 응급사항이 만족스럽게 해결되어 감사한 일이었다. 


아들네는 예정대로 3주간을 머물며 전국을 돌았고, 손주들이 한국 음식을 즐기고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경치를 직접 보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 장모님은 올해 만 98세이신데 낮 동안은 노인 복지관의 주간보호센터 다니신다. 


주간보호센터는 캐나다에 있는 어린이를 위한 데이 케어와 같이 설정된 커리큘럼에 따라 문예, 공작, 체육, 미술, 음악 시간 등의 과목이 있고 점심과 간식이 제공되고, 차로 아침 9시에 픽업해서 저녁 5시에 모셔다 드린다. 홀로 사시는 노인에게 큰 복지가 아닌가? 


내 자신이 홀로 집에만 있고 하루하루 무엇을 하며 지내나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규칙적인 생활로 인해서인지 우리 장모님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변함이 없으시다. 주간보호센터에는 인터넷으로 카메라가 연결되어 있어 캐나다에서도 낮 동안의 활동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사람은 매일 아침 8시에 전화를 걸어 장모님을 깨우고, 그날의 식단과 일기를 알려준다. 지난해 일주일 만에 헤어져서 인지 장모님은 언제 오느냐고 자주 물으셨다. 우리는 비행기 표를 5개월 정도 일찍 끊어 놓고 물으실 때마다 며칠 남았다고 알려 드렸다. 


드디어 4월 8일(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4월 9일 (화) 오후 4시경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장모님께서 반가이 맞아 주시는데 2년 전에 뵈었을 때보다 몸무게가 약간 주신 것 같았다. 둘째 처남이 미리 와서 배달시킨 음식을 한 상에 둘러앉아 즐겁게 먹었다. 


날씨는 최고 17도여서 예상했던 바 대로 밴쿠버 날씨와 비슷했다. 마침, 4월 10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어서 임시 휴일이 되어 장모님께서 우리와 낮 동안 같이 지내며 그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콘도 앞에 과천 중앙공원이 있고 공원 건너편에 양재천이 흐르고 있다. 


하루에 7,000보 이상 걷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쌍지팡이를 짚고 밖으로 나가 공원을 돌아보았다. 2년 전에 비해 새롭게 단장되어 있다. 담장을 따라 맨발로 걷게 만든 100m 정도 황톳길이 눈에 띄었고 10여 명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중앙에 자리 잡은 어린이 놀이터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미끄럼틀과 주위의 관련된 노리개도 다 새롭게 대체되었다. 


공원을 건너 양재천을 따라 걷는데 우선 도로가 새로운 재료로 바뀌었고, 사람 걷는 길과 자전거 길을 확실하게 구분해 놓았고, 주위도 2년 전 보다 아름답게 단장을 해서 기분이 상쾌했다. 


반세기를 넘게 캐나다에서 살아온 나는 한국 정치에는 문외한이다. 다만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나 밴쿠버에서 발간되는 한국 신문을 통해 보고 듣는 정도로 알고 있고 원래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텔레비전을 통해 선거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지만,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해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갔다. 아침에 깨서 뉴스를 보니 결과가 너무나 기대에 빗나가 마음이 울적했다. 우울한 마음은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텔레비전 뉴스도 보고 싶은 마음이 없게 됐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밖에 나가 걷거나 책을 읽었고, 특히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일본어 공부(Duolingo)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장모님은 진명여고와 경성 사범 출신으로 당시 소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셨기에 지금도 일본어에 놀라울 정도로 능통하시다. 


일본어 공부를 하며 알게 되는 것은 같은 글자라도 상대에 따라 음이 변하여 분별하기가 어려워 쩔쩔매는데 장모님은 아직도 분명하게 구분하고 계시다. 


이맘때면 한국이 미세 먼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마스크도 준비하고 날씨도 20도 미만일 것이라 예상하고 봄철 옷을 준비하고 왔다. 비행장에서부터 느낀 것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2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 들었다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쇼핑센터에 가면 우리 부부만 마스크한 경우가 많았다. 2개월 동안 지니면서 미세먼지로 불편했던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교차가 너무 커 밤이면 15도 미만이던 기온이 낯이면 거의 30도 근방으로 올라가는 날이 대부분이어서 바지와 셔츠를 여름용으로 새로 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남자 이발소가 없어졌고, 여자 미용소에서 이발을 했더니 캐나다 돈으로 거의 23불 정도 들었다. 2년 전에는 10불 정도였는데. 음식점의 음식값도 거의 캐나다 값과 같고, 식품점 값도 2년 전과 엄청나게 올랐고, 특히 과실 값이 올라와 있다. 


재래식 시장 가격도 모든 물품이 2년 전보다 20~50% 올라와 있어 적이 놀랐다. 한국에 오면 근처 쇼핑센터인 이마트에 들르곤 한다. 이마트에 6층은 식당 식당가인데 점심을 먹기 위해 올라갔는데 놀랍게도 3개의 식당만 영업 중이었고, 옆에 있던 커피 카페도 눈에 띄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경제 사정이 얼마나 악화한 거를 느끼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2개월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장모님은 우리가 떠나야만 하는 것을 아시고 언제 다시 오느냐고 자주 물으셨다. 


우리는 내년 봄에 또 찾아 뵙겠다고 다짐하며 눈물의 이별을 했다. 서로 헤어져 있을 동안 하나님께서 함께하시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내년 봄에 다시 반갑게 만나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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