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라이프 스타일] 48년 경력 셰프의 짬뽕 맛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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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01 16:38 조회3,5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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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서울은 아서원·호화대반점·팔선·홍보석 등 화교가 이끄는 중식당의 호황기였다. ‘야래향’ 송성복(66) 대표도 그중 하나다. 18세이던 69년 반도호텔(롯데호텔 서울 자리) 중식당 용궁을 시작으로 아서원 등 당대 최고 중식당에서 요리를 배웠다. 국자로 맞는 일은 다반사였고 선배 앞치마랑 양말도 다 빨아야 하는 등 주방일은 고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시작한 일, “뭐라도 배우겠다”는 강한 의지로 견뎠다. 그는 “선배들 어깨너머 틈틈이 배우기도 하고 요리 나갈 때 뭐가 들어가는지 혼자 수첩에 적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79년엔 대한항공 조리부에서 일했다. 보수가 좋았지만 4년이 채 안 돼 회사를 나왔다. “화교라 그런지 진급이 안 됐다”는 게 퇴사 이유였다.
퇴직금을 털어 83년 안양에 ‘태화루’라는 중국집을 열었다. 인근 공장에 다니는 사람이 많은 데다 맛있다는 입소문까지 나면서 제법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정작 돈은 별로 못 벌었다.
태화루의 실패가 야래향 성공의 약이 됐다. 메뉴와 경영방식을 다 바꿨다. 우선 메뉴를 확 줄였다. 짬뽕은 굴짬뽕 하나만 만드는 대신 품질 관리엔 각별히 더 신경 썼다. 굴짬뽕은 굴에서 나온 즙 덕분에 구수하고 맛이 깊다. 굴 신선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 요즘도 매일 통영에서 직접 굴을 받는다.
또 하나는 다들 중국집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배달을 안 한 거다. 배달하는 동안 식거나 면이 불어 제대로 된 맛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배달 안 하는 불편한 집이었지만 맛에 반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2년 만에 바로 옆 치킨가게를 인수해 매장을 넓혔다. 매장이 세 배나 넓어졌는데도 식사 때마다 사람들로 꽉 찼다. 하지만 2001년 재개발로 가게를 비워야 했고 동부이촌동으로 옮겼다가 1년 만에 다시 회현동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분점 제안이 들어오지만 그는 늘 거절한다. 맛을 지키겠다는 자신만의 원칙 때문이다. 중국 요리는 즉석에서 볶아 내야 하기 때문에 매장마다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고 그렇다면 안 하는 게 옳다는 생각 말이다.
[출처: 중앙일보] [라이프 스타일] 48년 경력 셰프의 짬뽕 맛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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