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캐나다 한 중간에서] - 우리들의 겨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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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문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1-02 11:12 조회1,4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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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매서운 겨울 골목길에는
꼬마들이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저녁 푸른 종소리가 날 때 까지 했었다
언 손이 빨개도 추운 줄 몰랐던 때였다
집 앞에 내 키에 두배 반 높이 되는 낭떠러지
가 있었는데 난 하염없이 거기서 놀기를 좋아 했다
뛰어내리고 다시 돌아서 올라가고
뛰어 내리고 또 뛰어 내리고..
그 땐 내가 무척 가벼운 몸이라
쿵하는 소리도 안들렸다
김장하는 날
푹 절인 김치에 바로 버무린 아삭한 무채를
엄마가 고무장갑낀 채로 내 입에 넣어주면
떨어질 새라
입을 쫙 벌려 하나도 흘리지 않고
먹었던 날이 있었다
입안이 슬슬 쓰리며 매운맛이 돌아도
다시 입을 벌려
엄마의 손 맛을 느꼈던 날이 있었다
추운 겨울 날 아침이면
새끼줄로 꽁꽁 매여 있는
수도가 간 밤에
매서운 칼 바람이 수도관속으로 들어갔는 지
매우 뜨거운 물을 부어야 스르르 녹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일은
이렇게 수도를 녹이는 일이 었다
쇠로 만든 대야 가장 자리에 얼음을 녹이는 일
연탄불에 뜨거운 물 팔팔 끓여
찬물 과 서서히 섞어 세숫물로 쓰곤 했던 일
겨울은 제 역량을 이렇게 매서운 추위로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유유히 3월, 봄에게
바톤을 천천히 익살 스럽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구태여 추억을 만들지 않아도
우리들의 겨울이
추억의 이름으로
꽁꽁 언 수도 꼭지처럼,
다방구 하며 도망치던 코흘리개의
빨간 코처럼,
살며시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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