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밴쿠버 연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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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재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5-13 20:21 조회1,905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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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가족이란 울타리 안
오직 한 사람만 희생한다면
행복한 가정일 수 없다.
아버지는 농사짓고
어머니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던 시절에도
엄마는 늘 밭에 수건을 쓴 모습을 하고
이랑과 이랑 끝
바지 자국 남기고
평생 선크림 뭔지도 모르고
'구르무'가끔 바르고
립스틱조차 바르지 않은
눈썹도 그리지 않은
어쩌면 호사가들 말 빌자면
순수한 모습이었지만
저녁마다 누워서 두런두런
얘기하다 잠들어 버린
엄마의 코 고는 소리만큼이나
고단한 삶을 살았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야학 다니다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는
외할머니 말에
불타버린 책들만큼
속이 타들어 가 평생
까막눈으로 살았으리라
읽고 싶은 글이 있어도 읽지 못하고
그저 보고 듣고 소문만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
소설 한자락도 읽어 주지 못하고
엄마는 그것도 몰라라고
대못 같은 화살 쏘아 댔던
어린 시절이 후회한다 한들
돌아오지 않은 얼음 칼 같이
녹지 않는 추억이다.
김치 이고 버스에 오르던 엄마가
며칠 동안 강원도 탄광 가서
김치 팔던 시간
엄마의 빈자리가 컸다고만 생각했지,
엄마 힘들었을 추운 겨울 고한 사북
탄광촌 혜메던 그 모습
머리에 그린 적조차 없다.
출처: 전재민 시인의 첫 시집< 밴쿠버 연가>
댓글목록
Richmond님의 댓글
Richmon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더스 데이에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시집 밴쿠버 연가중에 하나를 옮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