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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독자투고] 이제 깊은 물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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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제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1-02 09:35 조회2,4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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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을 마치고 운동을 하러 갔다. 캐나다에 와서 하는 일이 육체노동인데 50이 넘어서 난생 처음해 보는 일인지라 처음에는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래서 체력 관리 차원에서 2018년 12월부터 수영장에 매일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수영을 못했다. 특히 내 키보다 깊은 물 속에서는 공포심이 생겨 아예 깊은 곳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었다. Terrace 시에 있는 수영장의 수심은 3.3M이다. 나는 수심이 깊은 곳에는 엄두도 못 내고 아이들이 노는 1M 작은 풀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영을 하였다.  

 

그렇게 수영을 하던 몇 달 뒤 우연히 수영장 구석에 걸려 있는 구명조끼를 보게 되었다. ‘저걸 입고 수심 3.3M에 들어가면 뜨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조금은 부끄럽지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조심스레 깊은 물까지 걸어가 봤다. 내 발이 수영장 바닥에서 멀어지고 나는 드디어 깊은 물에 뜰 수 있게 되었다. 깊은 물에 떴을 때의 그 황홀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누워 천정을 보니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그 후로 나는 구명조끼를 입고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얕은 물에서 수영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마음이 평온했다. 그렇게 몇 달을 구명 조끼를 착용하다가 그 다음에는 구명 벨트를 허리에 메고 수영을 하니 더 간편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또 몇 달 뒤 구명 벨트도 풀고 사각형 판때기(life saving device)만 들고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물에 대한 공포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드디어 오늘….

 

 나는 오늘 수심 3.3M가 되는 지점에서 구명 판때기를 조심스럽게 놓아 보았다. 그리고 몸에 힘을 빼고 팔과 다리를 부드럽게 저어 나갔다. 허우적대지 않으니 내 몸이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사람 몸은 물에서 뜨게 되어 있다는 선배(어느 날 수영장에서 내가 아는 선배를 만났는데 그 선배에게 물에 어떻게 뜰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그 선배가 일러준 말이다. 그 선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의 말을 계속 주문같이 되뇌이면서 당황하지 않고 계속 평영 자세로 수영을 해 나갔다. 푸하.. 푸하.. 물 위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물 속에서 숨을 내뱉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침착하게 수영을 해 나갔고 드디어 나는 수영장의 끄트머리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수심 3.3M에서 아무 구명 도구없이 맨몸으로 수영을 한 것이다. 도착 지점에서 나를 지켜보던 라이프 가드 (깊은 곳에서 수영하는 내 모습이 불안해 보였었던 것 같다.)가 이제는 구명 조끼 없이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감탄의 표정을 지으며 엄지척을 해 준다. 이 라이프 가드는 지난 1년 여 동안 내가 수영했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깊은 물에 대한 공포심을 이겨내고 이렇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니 내 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럽다. 영어도 그렇고 수영도 그렇고 조금씩 향상되는 내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이제 내 마음도 수련을 쌓아 깊고 넓은 마음으로 바뀌어 가기를 기도해 본다. 단단하고 두꺼운 내공을 쌓아 캐나다에서도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사는 나로 만들어 갈 것이다.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앴으니 이제는 그 어떠한 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캐나다에 살면서 어떠한 난관이 닥쳐와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오늘 수심 3.3M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수영을 하였다. 이제 나의 인생은 그 무엇에도 겁먹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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