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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어느 고부간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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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원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14 02:49 조회8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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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8950747_KvJrH5na_17afe5de99283985aa11dbfe3fdd22b62b76a4f3.jpg김원식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고초당초 보다 더 맵다는 시집살이, 장님으로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로 3년, 보아도 못 본체 들어도 못 들은 체 말없이 살아야 하는 시집살이는 이 씨 조선 오 백 년간 통치 이념이 된 유교와 주자 사상의 산물로 우리들의 선조 여인들 고부간의 수많은 갈등은 여인들의 가슴속에 울분과 피 맺힌 슬픈 사연이 쌓이고 쌓여 조선 여인들의 한으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며칠 전 아래 기사를 한국 신문에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만 해도 요즘 흔히 회자 되는 TV 안방극장 드라마 속의 한 에피소드 이려니 하고  별로 큰 감흥 없이 읽어 내려가다가 최근 서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충격에 한동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삼십 대 중반을 지나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의  평범한 회사원 준수(가명)씨는 요즘 아내와 극심한 심적 갈등으로 이혼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한 그의 아내는 다니던 직장에서 휴직을 하고 집에서 출산을 위하여 쉬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의 첫 임신 소식에 양가 어른들은 모두 기뻐하셨고  준수 씨 역시 이제 아빠가 된다는 기쁨에 평소 하지 않던 요리부터 집안청소, 빨래, 장보기 등 모든 집안일을 퇴근 후 준수 씨가 거의 도맡아 하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시골에 사는 어머니가 아들 준수 씨 집을 다녀가면서부터였습니다. 결혼 후 언젠가 준수 씨 아내는 ‘시골 시 부모님 오셔서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거 싫다. 또는‘시부모가 아무 연락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것도 그리고 내 살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말해왔지만 그때마다 남편인 준수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흘려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준수씨 어머니는 늦은 나이에 장가든 아들로부터 손주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차에 며느리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사일을 제쳐 놓고 밤새워 곰국을 끓여 첫 손주를 임신한 며느리에게 주기 위해 서둘러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 아들 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는 곰국 두 보따리를 양손에 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들 집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몇 차례나 눌렀지만 묵묵부답 이었습니다. 아들은 회사에 출근하여 집에 없겠지만 휴직 중인 며느리는 집에 있으려니 했으나 며느리는 외출했는지 끝내 응답이 없어 지치고 힘들지만 할 수 없이 어머니는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로 찾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아들 준호 씨는 회사 안내 데스크 에서 가족이 면회 왔다는 연락을 받고 내려가 보니 햇볕에 검게 그을리고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에 핑크빛 보자기를 양손에 하나 씩 들고 초라하고 피곤한 모습의 어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행여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봐 집에 갔다가 허탕 치고 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해지기 전 내려가야 한다고 하며 곧바로 시골로 향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며느리가 첫 아이 임신이니 건강은 물론 집안일도 각별히 보살펴 주라는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곰국을 들고 집에 들어서는 준수 씨를 보자마자 아내는 다짜고짜 언성을 높여 쏴 부치는것이었습니다. 오늘 따라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누워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나서 모니터 화면을 보니 시어머니가 왔더라며 “어머니는 아무리 아들 집이라 해도 예의가 있지, 사전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것은 받아드릴 수 없어!” 이어서 “전에도 자기에게 몇 번 시부모가 사전 연락 없이 불쑥불쑥 집에 찾아오는 일 없게 해 달라고 내가 말 했지?" 라고 소리치며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면 계속 반복 될까 봐 어머니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하며 남편에게 화풀이를 이어갔습니다. 들을수록 황당하고 기가 막힌 준수 씨는 며느리로 부터 집안에 드리기를 거절 당하고 아들 회사 안내 데스크 앞에 곰국 두 보따리를 들고 초라하게 서 계셨던 어머니 모습을 생각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혼자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홀몸이 아닌 아내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몸이 불편 하더라도 이른 아침부터 장장 4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오신 시어머니를 사전 연락 없이 불쑥 찾아왔다고 또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 될까 봐 집에 없는 척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니 준수 씨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아내 말대로 시어머니가 며느리 집에 사전 연락 없이 오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면 4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먼 길을 오신 시어머니에게 집에 아무도 없는 척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은 예의에 맞는 일이란 말인가?  이런 아내가 내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이 가정 교육을 전담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만 해도 몸서리 처지는 일이라 준수 씨는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현실에 무감각한 사람으로 어머니의 나이도 정확히 모르고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아 이웃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어머니 장례식 바로 다음날 애인과 해수욕을 하고 쾌락의 밤을 보냈으며 그 후 한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주인공에게 담당 검사는 구형 논고에서 ‘그에게서 영혼이나 인간적인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인간의 마음을 지지해 주는 도덕적 원칙 중 어느 하나도 받아드려지지 않으며 자기 어머니를 도덕적으로 살해한 사람은 친부모를 손으로 살해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회로부터 격리시켜한다' 고  실랄하게 비판하며 주인공 뫼르소에게 사형을 구형합니다.

‘어머니를 도덕적으로 살해했다면 실제 손으로 살해한 것처럼 사회로부터 겪리시켜야 한다’는 검사의 논고가 마음속 깊이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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