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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책 속으로] 성경은 커다란 질문지 『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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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2-13 11:45 조회4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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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
508쪽, 2만8000원


인간의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21세기북스
352쪽, 2만4000원


신(神)이나 예수에 대해 책을 쓴다는 것은 ‘블루오션’하고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도서 분야로 뛰어드는 것이다. 차별성 있게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가 지극히 힘들다. 헌데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이번에 펴낸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외국어로 번역해 세계 시장에 내놔도 승산이 있을 역작이다. 비교종교학과 비교언어학이 멋지게 만난 결과물이다.

 『신의 위대한 질문』은 그리스도교의 구약성서,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신약성서를 ‘질문’ 중심으로 풀어간다. 신이 인간에게, 인간이 신에게 서로 제기하는 이런 식의 질문들이다. ‘나는 어디에 있느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있나’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저자에 따르면 신은 우리에게 명령하기보다는 질문을 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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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순간을 그린 렘브란트의 ‘이삭의 희생.’ [그림 21세기북스]

 목사·신부 중에 신학교 시절 라틴어·희랍어 공부가 제일 힘들었다는 분들이 많은데, 배 교수는 관련 언어에 통달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세계 최초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동시에 전공했다.

 저자는 그의 언어학적(philological) 지식을 총동원한다. 물론 성서는 인류의 다른 베스트셀러와 마찬가지로 번역이라는 통과의례 전쟁에서 생존했다. 번역문에도 원어의 뜻과 감동이 대체로 전달된다. 하지만 원문을 알면 새로운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책에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마태복음 14장 14절에 보면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서, 큰 무리를 보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 가운데서 앓는 사람들을 고쳐주셨다”고 돼 있다. ‘불쌍히 여김’의 원어는 ‘내장을 쥐어짜는 아픔을 느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처지가 안 되고 애처롭다’ 정도가 아니라 더 처절하다.

 구약에 나오는 신의 이름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다’ ‘나는 존재하는 그분이다’ ‘나는 존재하는 그 존재다’로 번역될 수 있다. 왜 그런지 저자는 친절히 설명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중 하나인 ‘회개’를 어학적으로 파고들면 새로운 뜻이 튀어나온다. 저자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를 그리스어 원문의 정신에 충실하게 번역하면 이런 뜻이 된다고 알려준다. ‘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네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을 바꾸어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

 죄란 무엇인가. 우리 국어사전에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정의됐다. 히브리어 원어로는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에 따르면 죄를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하타(hata)’인데, 그 본래 의미는 ‘(활이) 과녁을 빗나가다’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다’이다. 우리말이나 히브리어나 죄란 ‘벗어나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포착된다.

 웬만한 전문가급 매니어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많은 책인데도 술술 읽힌다. 자신이 글로 다루는 주제를 완벽히 장악하지 못하면 저자처럼 쓸 수 없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S BOX] “신은 인간을 신처럼 창조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명상·묵상의 소재로 좋은 문장을 뽑아봤다.


- 신화는 믿지 못할 거짓말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그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이야기다.

- 시편 8편 5~6절을 읽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신이 인간을 신처럼 창조했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 인간은 ‘하느님보다 조금 못한 존재’일 뿐이다.

- 신의 질문에는 시제가 없다.

- 신이 시험하는 것은 근본적인 인생 문제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 신은 때때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낯선 자’다.

- 가톨릭 사제 헨리 나우엔은 이렇게 말했다. “용서는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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