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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1-18 11:55 조회4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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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거나, 공원이나 레크레이션 센터를 다닐 때도 사람들이 참 많이 늘었음을 실감한다. 하긴 우리 딸 나이가 11살이 되어가니 내가 캐나다에 정착한 지도 어느새 11년이 되어간다.

 

처음 밴쿠버 공항에 도착해 밴쿠버 시내를 나올 때까지 집집마다 벚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밴쿠버라는 곳이 아직은 여유가 있는 도시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요즘은 출퇴근길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휴일날 공원에는 주차하기 힘들고 파란 하늘에는 빌딩과 아파트가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

 

지난 금요일 집 근처에 있는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수영클래스를 시작했다. 아들은 2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딸은 수영장에서 놀았다. 그 동안 수영을 배우고 또 나이도 10살이 넘고 보니 혼자 수영장을 보내도 돼 여간 편하지가 않다.

 

금요일 저녁에 처음 와 본 레크레이션 센터에는 그리 조용하던 동네와는 달리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듯 사람들이 꽤 많았다. 춥고 일찍 해가 지는 겨울이고 보니 다들 수영장으로 왔나 싶었다. 그렇게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수영장 바깥 테이블 쪽의 한 남자가 손을 들어 수영장 안전요원에게 뭐라고 모습이 보였다.

 

그 사이에는 네 다섯살 되는 남자 아이가 서 있었다. 추운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떨고 서 있었다. 상황을 보니 아직 어린 아이가 혼자 수영장에 있을 수 없다 하고 아빠 같은 그 남자는 엄마가 같이 있다가 잠깐 화장실에 간 거고 애가 추우니 그냥 물 속에 있어도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라이프 가드는 이 어린이는 혼자 수영장 안에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남자는 아이가 추워한다며 화를 냈고, 곧 아이의 엄마가 돌아와 라이프 가드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화가 난 그 아빠는 아시안으로 보였다. 다행히 한국사람은 아니었다. 이민 온지 얼마 안된 사람일까? 8살 미만의 어린아이는 혼자 수영장에 둘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 걸까?

 

그 아빠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엄마는 금방 돌아올 것이고 수영장은 깊은 곳이 아닌 아이가 놀기에 적당한 깊이의 작은 풀이니 아이가 거기서 기다려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물 밖보다 물 안이 더 따뜻하니까. 물 깊이가 그 아이의 배 높이 밖에 안되긴 했지만, 만에 하나 아이가 놀다 물 속으로 미끄러진다면, 아이가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물속에서 패닉된다면, 그래서 아이에게 불행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는 시간, 학교 주변은 주차전쟁이다. 아들이 중학교를 간 이후 10분 먼저 끝나는 딸을 픽업 한 후 아들을 데리러 간다. 언덕 길에 있는 중학교의 주차는 더더욱 복잡하다.

 

왕복 2차선이지만 학교가 있는 쪽의 구부러진 언덕길에는 차들이 길게 주차되어 있고 지나가려는 차량들은 이중으로 서 있는 차량들 덕분에 중앙선을 넘어 지나가기도 한다.

 

차량 사이 조그만 공간만 있어도 끼어들어 주차하려는 차들도 있다. 겨우 끼어들었는데 뒤 차량의 아이가 먼저 와 뒷 차는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앞에 무리하게 끼어든 차 덕분에 빠져 나가기가 싶지 않았나 보다.

 

차를 빼내다 앞 차를 들이박고는 냅다 도망치듯 차를 돌려 반대편으로 가버리는 차도 봤다. 받힌 차량의 운전자가 급히 나왔지만 이미 그 뒤차는 가버린 뒤였다. 아직 12살이 안된 아이들을 두고 시장을 보고 왔다는 엄마의 자랑 얘기를 듣기도 했다.

 

8살, 10살인데 다 컸다고 엄마를 따라다니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웃이 알까 쉬쉬하며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 엄마도 아이들도 옳지 않은 행동을 알면서 했다는 말이다.

 

결코 자랑으로 들리지 않는 얘기였다. 12살 미만의 아이들을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 카 시트와 부스 터를 이용해야 하는 나이와 키 몸무게,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는 등 가끔은 지키는 것이 불편하고 귀찮기도 한 규칙들이 있다.

 

그래서 '잠깐인데 뭐 괜찮겠지. 설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겠어? 괜찮아 괜찮아, 이런 것쯤이야.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야, 나만 편하면 되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빈번한지 모르겠다.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후회를 하는데, 후회를 한다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나는 캐나다의 안전수칙을 지키는 모습이 좋다. 이민 오기 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어떤 문화 속에서 살아왔건 캐나다에서 살기로 했다면 여기 문화를 따르고 인정해주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상희,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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