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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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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8-08 11:49 조회4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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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우아한 비행] 

 

도서관2.jpg

 

 

시간 흐름이 멈춰 있는 곳, '꼭 다시 찾아 올께요'

 

글 한 편을 지도처럼 붙들고 왔다. 지난 3월 한 편의 글이 내 마음을 이끌었다. 괴테와 실러가 친구하고 살며, 세계문학 불멸의 업적을 남겼던 독일 동쪽의 도시, ‘바이마르’. 그곳에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을 소개 받았다.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기행’ 이라 적었고 나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번 여름 꼭 그곳에 가야 할 것 같았다. 글에 쓰인 대로 ‘바이마르’ 구석구석을 걷고 싶었다.  독일 고전주의 성지인 ‘바이마르’에 가면 글을 잘 쓰게 될 수 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독일의 어느 깊은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에 한동안 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바이마르에 데려다줘.” 독일에 사는 이십 년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독일 여행은 처음이라 도움이 필요했다. ‘바이마르’를 중심으로 친구와 그녀의 지인이 두 주간의 독일 여행을 계획했다. 나로선 이 도시에 오기 위해 여러 도시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내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하루, 아쉽지만 고집을 부릴 수 만은 없었다.

 

안나 아말리아는 바이마르 공화국 왕비였고, 남편이 죽고 아들이 성년에 즉위할 때까지 바이마르 공화국의 실질적 통치자였다. 아들을 훌륭한 통치자로 교육하기 위해서 괴테와 실러 같은 독일의 우수한 두뇌들을 ‘바이마르’로 불러들인다. 괴테와 함께 ‘수요 책 모임’을 열었고 문화, 예술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여생을 보냈다.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은 그런 그녀가 만든 바로크 양식의 지식의 창고이다.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 로코코홀에서 일룸공원을 내려다 보는 것도 좋아요, 거기에 오래 계시길.” 작가가 보내준 메모를 보물처럼 안고 도서관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찾았다. 괴테가 38년을 감독관으로 있었던 곳이다. 괴테가 사랑했던 수많은 여인을 추억하고 명작을 구상했을 그곳에서 괴테의 환영을 보았다던 그녀를 따라 일룸공원을 하염없이 내려다 보았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 쉽게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어서 그토록 오고 싶었던 ‘책이 별처럼 쏟아지는’ 도서관 신관 소파에 앉았다. 우주의 중심이 내가 되는 착각에 우쭐한 마음도 들었다. 책으로 빛나는 도서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앉아 있다가, 엽서를 썼다. 책을 좋아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도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이곳의 기운을 담아 보내고 싶었다.

 

친구들과 떨어져 일룸공원을 홀로 산책했다. 괴테가 머물며 자연에 관한 시를 썼다는 괴테 산장을 배경으로 지금의 나를 새겼다. 가을날 같은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르게 부는 바이마르의 바람을 마시려고 천천히 걸었다.

 

 오오 눈부시다/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꽃은 피어나고/그 속에/새의 지저귐// 넘쳐 흐르는/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괴테, 오월 일부)  

 

다른 시간 같은 풍경 속에 괴테와 나는  함께 걷고 있었다. 그렇게 수백년의 시간이 닿아 있었다. 내게는 신비였다.

 

독일에서 제일 맛있다는 바이마르 시청 앞 소시지도 먹고, 괴테가 ‘바이마르’에 와서 처음 묶었던 건물 1층 카페에서 한동안 앉아 있다가,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앞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쉴러 집 앞 벤치에서는 하늘을 보고 누웠다. 여기 골목에는 바흐도 살았고, 다녀온 일룸공원 앞에는 리스트도 지냈다. 니체가 살던 집도 있고, 안데르센이 머문 적이 있는 건물도 보였다. 이 도시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에 강박증을 앓는 사람처럼 한 사람에게 안주 하지 못하고 사랑을 찾아 다녔던 괴테가 ‘바이마르’에 대한 사랑만은 변치 않고 긴 생을 보낼 수 있었던” 이곳의 매력을 알아차렸다.

 

지도를 따라 온 마을을 누비다 마지막은 괴테와 실러가 나란히 묻혀 있는 공원에 들어섰다. 서로를 자극하며 문학의 벗으로 평생을 함께 한 그 우정이 뜨겁게 부러웠다. 기차 시간이 다 되었다. ‘바이마르’ 소인이 찍힌 엽서를 보내야 한다. 엽서를 우체통에 넣고 뛰어 기차역 가는 버스를 탔다. ‘바이마르, 다시 올게요. 그때는 더 오래 머물수 있도록 허락해줘요!’ 이번 여행의 절정이 지나고 있다. 

 

김한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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