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보트 패스 산장, 지반 문제로 폐쇄

등반 일지 분석, 역사적 변화 확인

밴프 국립공원의 레이크 루이스에서 맑은 터키색 물빛을 내려다보는 두 개의 상징적인 봉우리 사이에 위치한 애보트 패스 산장(Abbot Pass Hut)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등반가들의 명소였다. 그러나 애보트 패스 산장은 지반이 녹아내리면서 결국 폐쇄되었다.

캘거리 대학교 연구진은 이 산장의 로그북에 기록된 100년간의 등반 일지를 분석해 기후 변화가 역사적인 등반 경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더 위험하게 만들며 등반의 양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밝혔다.

케이트 핸리 지리학 박사 과정 학생은 "기후 변화가 로키 산맥의 등반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많은 산장 방문객들이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산악 가이드들도 이에 동의한다. 폴 비달린 산악 가이드 협회 회장은 "고전적인 등반 경로들이 변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이 사라지고 부서진 암석만 남았다"고 밝혔다.

제임스 구드존슨 알파인 캐나다 부회장은 30년간 등반과 스키 가이드를 해왔다. 그는 "많은 경로들이 사라지거나 서서히 사라지고 있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핸리의 논문은 애보트 패스 산장의 로그북에 남겨진 6,283개의 등반 기록을 현대 등반가 데이터베이스와 결합해 1923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록을 분석한 것이다. 초기 기록은 마운트 르프로이(Mount Lefroy)와 마운트 빅토리아(Mount Victoria)와 같은 유명한 봉우리를 향한 절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까지 르프로이 등반가들은 노출된 얼음과 불안정한 암석을 보고했고 빅토리아 등반가의 절반 이상이 노출된 암석을 경험했다. 이러한 암석은 불안정한 발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를 고정하는 얼음이 녹으면서 떨어질 위험이 있다.

애보트 패스로 가는 한 경로에서는 처음 50년 동안 위험한 암석 낙하 보고가 없었으나 지난 10년 동안 등반 팀의 3/4이 이를 언급했다. 또 다른 경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9년의 한 기록은 "전형적인 오른쪽 경로는 암석 낙하가 급격히 발생해 위험 상황이 있었다"고 적혀 있다.

크리스토프 디츠펠빙거 씨는 1980년대부터 가이드를 해왔다. 그는 "마운트 에드지자(Mount Edziza)의 정상 능선으로 접근하는 경로는 단순한 눈에 닾힌 경사지였으나 이제는 30~70미터 높이의 녹은 물로 덮힌 얼음 경사지로 변했다"고 했다.

골든(Golden) 남쪽의 부가부스 산맥(Bugaboos)에서는 눈이 사라지면서 유명한 등반 지역의 접근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구드존슨 씨는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며 "수십 개의 경로로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다른 위험 요소도 증가하고 있다. 낮은 적설량으로 빙하의 모양과 각도를 변화시켜 눈사태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등반가들이 안전하게 크레바스를 건널 수 있게 해주는 눈다리도 약화시킨다.

구드존슨 씨는 밴프와 재스퍼 사이의 와프타 빙원(Wapta Icefield)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는 "여름에는 얼음을 볼 수 있지만 겨울에는 적설량이 적어 안전한 다리를 만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일부 위험 요소는 줄어들기도 한다. 핸리 씨는 "적설량이 줄어들면서 빅토리아 남동쪽 능선 위의 코니시가 줄어들어 이동이 더 빨라지고 쉬워졌다"고 말했다.

가이드들은 변화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경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 핸리 씨는 "가이드에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 그 자체"라며 "등반 문화는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적 영향도 있다. 핸리 씨는 "1월의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는 아이스 클라이밍 기회를 크게 줄여 일부 가이드들이 일을 하지 못했다"며 "로키 산맥과 특히 보우 밸리(Bow Valley)에서 많은 가이드 활동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가 관광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드존슨 씨는 "애보트 패스 산장의 폐쇄는 등반가들과 하이커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며 "100년의 역사가 사라지면 그것은 영원히 잃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