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안종범의 업무수첩 56권은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04 09:19
관련링크
본문
나머지 39권은 올해 초 특검팀이 확보했다. 한 권 당 60~70쪽 분량으로 한 권당 1주일에서 한달 분량의 메모가 담겨있다. 안 전 수석이 김건훈 행정관에게 폐기하라고 지시했으나 김 행정관이 청와대 내 책상 서랍에 보관해 오다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39권의 수첩을 통해 검찰이 먼저 발견한 17권의 수첩에서 설명되지 않았던 빈틈을 메울 수 있었다. 김 행정관은 재판에서 “부담감을 벗고 싶어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추가 업무수첩에 있는 내용은 모두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담은 것”이라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이 각하됐다가 다시 발부된 것도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증거였다. 지난 2월 특검팀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법에 큰 여행용 가방 하나를 가지고 갔다. 가방 안에는 안 전 수석의 진술조서와 함께 보강 수사에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이 들어 있었다.
당시 특검팀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회사’ 등 삼성과 관련한 키워드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잔뜩 적혀 있다.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류 형태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의 꼼꼼한 메모습관 때문에 수첩엔 일자와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수척 앞쪽에는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회의 내용이, 수첩 뒤쪽에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혀있다.
때문에 수사팀 관계자들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조선 시대 왕실의 사초(史草)에 빗대기도 했다. 하지만 문장 대신 키워드 위주로 메모한 데다, 안 전 수석이 악필이라 본인이 아니면 정확한 내용 파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특검은 수첩 속 키워드를 놓고 안 전 수석의 설명을 들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수첩 대부분의 맨 뒷장에 주요 관공서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 대한 인사 민원 내용들을 기록했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별도 보고해야 할 내용들은 수첩 마지막 페이지부터 역순으로 적는 그의 작성방식에 비춰, 박 전대통령에게도 관련 내용들을 보고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