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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원 한우리열린교육 회장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권하고 어떻게 읽히시나요.”
지난 6일, 독서교육기업 한우리열린교육(이하 한우리) 본사에서 만난 박철원 회장의 첫인사였다. 요즘은 학년별 추천 도서, 교과 연계 도서 등 다양한 독서 가이드가 있어 가정에서도 과거보다 손쉽게 독서 지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를 너무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한다.
박 회장은 “정해진 틀만 고집하지 말고 내 아이의 독서 수준에 따라 흥미를 잃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독후 활동을 할 때도 1:1 지도보다는 5~6명이 팀을 이뤄 토론식으로 또래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학년이 됐으니 2학년 추천 도서를 반드시 읽어야 하고 교과서 단원 2를 배우고 있으니 당장 연계 도서를 봐야 한다는 생각은 아이에게 독서에 대한 반감을 심어줄 수 있다. 또 너무 많은 양의 지정 도서는 책 읽기 행위 자체에 치우쳐 독서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해서 읽히고 아이가 어려워하면 한 단계 아래의 책, 쉽게 잘 읽으면 한 단계 위의 책을 추천하는 식이면 됩니다. 독서를 하다보면 연결고리를 갖는 책들이 있어요. 아이가 책을 읽다가 호기심이 생기면 스스로 다음 책을 골라서 읽게 됩니다. 저는 이것을 책이 책을 골라준다고 해서 파생 독서라고 불러요. 파생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자세부터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을 비롯해 하루를 독서로 시작해 독서로 마친다는 워렌 버핏, 손에서 늘 책이 떠날 날이 없었다는 링컨 대통령, 독서가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오프라 윈프리 등 성공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녀를 리더로 키우고 싶다면 책을 읽히세요. 책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간접 경험으로 과거를 알고 오늘과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글로벌 시대 타민족·타인종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리더로의 자질을 갖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독서에 있습니다.”
처음엔 추천 도서…아이 수준에 따라 단계 조절
독서운동 25년, 베트남에 한국식 독서토론 문화 전파
박 회장은 또 “독서만큼이나 토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말하는 힘과 표현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19일부터 27일까지 베트남에서 한국식 독서토론 문화를 전파하고 돌아왔다. 베트남 ‘서적의 날’ 행사에 맞춰 하노이 국립공산당교(공무원 학교)에서 박 회장을 초청한 것이다.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문화적·국민적 성장, 세계적인 교육 수준의 기틀이 독서력에서 왔다는 판단하에 열린 베트남 정부 초청 행사였습니다. ”
한우리는 1989년부터 독서 저변 확대를 위해 ‘한우리 독서문화 운동본부’를 설립해 독서운동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당시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국민 의식과 문화 수준은 경제 성장 수준에 못미친다는 생각에서 독서문화운동을 시작했다”며 “25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열린 교육, 독서토론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독서운동을 펼칠 당시 양질의 도서를 고르고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의 신체가 성장하듯 독서 역시 성장에 따른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다. 박 회장은 “독서지도사는 아이들의 연령과 수준에 따른 도서를 선정해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는 다섯 가지 활동을 확장시키는 사람”이라며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깊이 있는 책읽기가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도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서지도사부터 양성해 점진적으로 독서토론 문화의 기틀을 잡을 계획이다.
올해는 박 회장이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를 설립한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박 회장은 “한우리의 독서교육 시스템이 베트남의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한우리는 하노이 국립공산당교와 MOU를 체결해 앞으로 한우리 독서지도사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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