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블랙리스트 증인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홍보하는 영화죠?"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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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결국 국방부가 발표한 정당한 원인의 신뢰성을 감퇴시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이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호를 맡은 변은석(47)변호사가 24일 법정에서 한 질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변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문화체육관광부 이모 사무관에게 이같이 물었다.
이에 이 사무관은 "답변 꼭 해야되느냐"며 재판장을 바라봤고 황병헌 부장 판사는 "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변 변호사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적절한 방식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사무관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대구 동성아트홀에 지원을 끊게 된 경위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조서가 공개됐다. 조서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신모 행정관이 "영화진흥위원회가 정부의 국정 철학에 반하는 영화를 지원한다"면서 배제를 지시하자 이 사무관은 "이번까지만 지원하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김소영 교육문화비서관이 "문제가 생기면 문체부가 책임지라"고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 대해 이 사무관은 "반 강요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동성아트홀만 탈락시키면 눈에 띌까봐 다른 영화관 4곳도 함께 탈락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2014년 '매출대비 지원의 적정성'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동성아트홀을 포함해 대전 아트시네마·부산 아트씨어터 씨앤씨·거제 아트시네마 등 4곳의 예술영화 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거제 아트시네마는 지원금이 끊긴 뒤 운영난을 겪다 그 해에 폐관했다.
변 변호사는 이같은 예술전용 영화관이 좌석 점유율이 낮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시 지원 배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200석 중에 20명이 보는 수준인데 상식적으로 이렇게 파리 날리면 문을 닫아야지 않느냐. 예산 낭비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사무관은 "예술영화를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지원을 안 했으면 20명도 못 봤을 것이다" 등의 답변을 했다. 변 변호사가 같은 취지의 질문을 계속 이어가자 황 부장판사는 "다음 내용 하시지요"라고 제지했다.
특정 영화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한 세부 지침도 공개됐다. 청와대에 보고된 <다큐 영화 ‘다이빙벨’ 상영관 현황 보고>에는 영화 상영을 막기 위해 '상영 전 조치'와 '상영 후 조치'가 포함됐다. 상영 전에는 '영화를 상영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이미 상영을 했다면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 중단'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이 한 차례 문제가 되고 난 후 영화관 단위가 아닌 영화 단위로 지원을 하기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우수 영화 상영 지원 형태로 전환하되, 우수 영화 선정 과정에서 '문제 영화'를 여과시킬 수 있는 실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는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이용복 특검보가 "여기서 말하는 '문제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사무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는 영화"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변호를 맡은 변은석(47)변호사가 24일 법정에서 한 질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변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문화체육관광부 이모 사무관에게 이같이 물었다.
이에 이 사무관은 "답변 꼭 해야되느냐"며 재판장을 바라봤고 황병헌 부장 판사는 "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변 변호사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적절한 방식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사무관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대구 동성아트홀에 지원을 끊게 된 경위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진술한 조서가 공개됐다. 조서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 신모 행정관이 "영화진흥위원회가 정부의 국정 철학에 반하는 영화를 지원한다"면서 배제를 지시하자 이 사무관은 "이번까지만 지원하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김소영 교육문화비서관이 "문제가 생기면 문체부가 책임지라"고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 대해 이 사무관은 "반 강요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동성아트홀만 탈락시키면 눈에 띌까봐 다른 영화관 4곳도 함께 탈락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2014년 '매출대비 지원의 적정성'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동성아트홀을 포함해 대전 아트시네마·부산 아트씨어터 씨앤씨·거제 아트시네마 등 4곳의 예술영화 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거제 아트시네마는 지원금이 끊긴 뒤 운영난을 겪다 그 해에 폐관했다.
변 변호사는 이같은 예술전용 영화관이 좌석 점유율이 낮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시 지원 배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200석 중에 20명이 보는 수준인데 상식적으로 이렇게 파리 날리면 문을 닫아야지 않느냐. 예산 낭비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사무관은 "예술영화를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지원을 안 했으면 20명도 못 봤을 것이다" 등의 답변을 했다. 변 변호사가 같은 취지의 질문을 계속 이어가자 황 부장판사는 "다음 내용 하시지요"라고 제지했다.
특정 영화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한 세부 지침도 공개됐다. 청와대에 보고된 <다큐 영화 ‘다이빙벨’ 상영관 현황 보고>에는 영화 상영을 막기 위해 '상영 전 조치'와 '상영 후 조치'가 포함됐다. 상영 전에는 '영화를 상영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이미 상영을 했다면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 중단'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이 한 차례 문제가 되고 난 후 영화관 단위가 아닌 영화 단위로 지원을 하기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우수 영화 상영 지원 형태로 전환하되, 우수 영화 선정 과정에서 '문제 영화'를 여과시킬 수 있는 실사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삼는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이용복 특검보가 "여기서 말하는 '문제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사무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정부의 철학과 맞지 않는 영화"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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