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개헌 약속한 대통령 “제 말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있어”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5-1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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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저는 제 말에 대해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국민에 대한 개헌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또 “저 스스로 (개헌에) 발목을 잡거나 딴죽을 걸 생각은 절대로 없다”고도 했다.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소신인 문 대통령은 이날 권력구조에 대해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지금으로선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개헌 과정에서 선거구제가 제대로 개편되면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국회 개헌특위에서 압도적 다수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사실상 선택했다”며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분권형 대통령제에 소극적이었지만 오늘은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국회에 개헌특위가 만들어져 있으니 정부에서 굳이 개헌특위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며 “다만 아직 여론 수렴 과정이 미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 정치권만의 개헌 논의가 아니라 국민 주권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맞이해서 국민들이 더 많이 개헌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합의된 부분까지만이라도 개헌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 분권 등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부분만 추려 우선적으로 개헌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일부 정당 대표들이 (대통령의 개헌 공약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동에서 대통령이 확실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견 적은 지방분권 등 우선 추진할 수도
집권 직후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꺼낸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개헌 논의가 자칫 다른 주요 국정과제들의 추동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제기한 것은 야당이 개헌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가려는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문 대통령이 개헌을 미루면 야당들은 이를 빌미로 정권 발목 잡기에 나설 수 있다”며 “개헌은 외면할수록 오히려 더 큰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개헌을 먼저 꺼내 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 측도 문 대통령의 개헌론에 적극 호응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정 운영시스템 개혁의 핵심 중 핵심은 분권형 개헌”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전 국회 개헌특위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대통령이 적극 수용하면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임기 중 개헌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저는 어제 광주에서 개헌을 먼저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며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물어 개헌 문제와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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