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Tteokbokki, Sundae … 외국인이 이걸 읽고 주문하라고?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 업데이트 17-04-1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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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중간점검 <2> 음식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의 한 식당.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들여다봤더니 이런 영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떡볶이·순대·김밥의 한글 발음을 그대로 영문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평창군 횡계리에선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린다. 102개 세부 종목 중 봅슬레이·스키점프·알파인스키 등 41개 종목이 이곳에서 치러진다. 전체 대회 종목 가운데 45%가 이 지역에서 열린다. 평창올림픽 기간 하루 최대 관람객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강원도 현지의 식당들은 손님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횡계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식당을 둘러보니 50석 이상의 대형 식당을 제외하곤 영어 메뉴판을 갖춘 곳이 드물었다. 영어 메뉴판을 갖춘 식당들도 같은 메뉴의 영어 표기가 제각각이었다. 한 식당은 삼겹살을 ‘Pork belly’로, 다른 식당은 ‘Pork loin’으로 표기했다. 또 다른 식당에선 갈비탕을 ‘Galbitang’이라고 적어놓았다.
음식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한 메뉴판을 따로 제공하는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음식점 외부에서도 메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영어 안내판을 설치한 곳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간판에 작은 글씨로 ‘Korean Restaurant’라고만 적어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강원도와 평창군은 내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영어 메뉴판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해부터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도내 18개 시·군 1000개의 음식점에 영어 메뉴판을 보급했다. 연내 강릉·평창 등 주요 도시 6곳, 음식점 2000개에 영문 메뉴판을 보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보급률이 저조한 데다 설명도 상세하게 나와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평창·정선 지역에는 식당이 크게 부족하다. 더구나 지역 특산 음식인 오삼불고기·황태구이 등을 파는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외국인들이 선호할 만한 식당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난 3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위해 평창을 방문했던 러시아 스키대표팀 관계자 비탈레이 카브모프는 “매 끼니를 한국 음식으로만 해결하는 건 부담스러웠다. 횡계리에는 빵을 제외하면 먹을 게 마땅치 않았다”고 말했다. 횡계리의 택시기사 김익래씨는 “테스트 이벤트 기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고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 식당이 없었다. 매번 한우를 파는 고깃집에 데려갈 수도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횡계리 식당 종업원 A씨는 “영문 메뉴판이 있다고 해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외국인 손님을 받을 때는 통역이 가능한 가이드가 있는지 반드시 살핀다”고 밝혔다. 정문준 강원도청 올림픽운영국 숙식운영과 주무관은 “올림픽 기간 시내 곳곳에 통역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고, 영어·중국어·러시아·일본어 통역이 가능한 콜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푸드트럭 운영 뚜렷한 계획도 안 나와
스키점프 월드컵 대회 스태프로 참가했던 미국인 존 개스터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식사를 해야 하는 한국의 좌식 탁자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다리가 아파서 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좌식 탁자와 쪼그려 앉아 대소변을 보는 변기 등의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또 예산 119억8000만원을 투입해 ‘올림픽 음식점’을 지원하고 있다. 시설 개선을 위해 업소당 최대 7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상인들 입장에선 리모델링을 하기에 벅차다.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별도의 비용이 드는 탓에 참여율이 저조하다. 올림픽 개·폐회식장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B씨는 “하나하나 고치려다 보니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원금이 얼마 안 돼 대대적으로 공사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카페·호프집 형태의 음식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평창올림픽 개최지의 부족한 음식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푸드트럭이 있다. 작은 트럭을 개조해 음식을 팔도록 하는 방안이다. 평창군의회는 지난해 11월 푸드트럭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마련해 통과시켰다. 그 결과 지난 2월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 강릉 올림픽파크 일대와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엔 어묵·꼬치·군밤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푸드트럭 운영에 관해선 뚜렷한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식당에 영어 메뉴판을 갖추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먹거리 해결 방안은 세심히 챙겨야 할 문제다. 조직위나 강원도는 필요한 부분들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김원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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