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22년 전 초기 모양으로 되돌아온 윈도10 ‘휴지통’ 아이콘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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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처음 보급되던 시절 컴퓨터 사용 중에 전원이 나간 바람에, 작업하던 것을 모두 잃은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심혈을 기울인 학위 논문 전체를 잘못 덮어쓴 바람에 눈물로 복구 방법을 묻는 사람도 있었다.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은 ‘임시’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보이는 것이 곧 결과였기 때문이다. 잘못 쓴 것을 고치려면 수정액으로 덮어써야 했던 시절이었다.
Temp라는 디렉토리나 ‘휴지통’이라는 폴더는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낯설었다. ‘휴지통’에 버렸다가 미련이 남아 다시 꺼낸 파일들, 휴지통을 지우고 후회한 파일들, 휴지통에서 지운 파일을 다시 복구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문의가 흔한 레퍼토리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사연 많은 휴지통은 운영체제 버전에 따라 계속 아이콘이 바뀌다가 최근 윈도10에서 1995년도 초창기 때 쓰인 아이콘 모양으로 되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초기 휴지통에 추억이 많아서였을까?
컴퓨터끼리 연결된 인터넷은 컴퓨터만큼이나 임시라는 개념이 강하다. 인터넷 사용자를 아예 한곳에 머물러 사는 정주인(定住人)에 비교해 유목민처럼 늘 임시로 거처를 만들고 떠돈다 해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인터넷 여론 역시 물처럼 흐르고 불처럼 타오르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클레이 서키(Clay Shirky) 교수가 말한 대로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 것이다. 다만,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의 만남 역시 임시로 이뤄지고 그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긱(gig)이라는 단어는 보통 ‘작은 마차’ ‘재즈 연주회’ 등으로 쓰이던 단어인데, 지금은 일을 뜻하게 됐다. 고정된 회사 조직이 아니라 임시로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경제 현상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메시지를 일정 시간 뒤에 자동으로 지워지게 만들어 임시 메시지 기능을 강화시킨 ‘스냅챗’이 최근 페이스북 같은 거물의 인수 유혹을 뿌리치고 상장에 성공했다. 남기는 것이 싫은 미국 신세대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최근 안드로이드가 윈도 OS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원한 제국일 것 같던 윈도도 결국 1위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미국 포드를 누르고 GM에 이어 미국 2위 회사가 됐다. 전설 속의 회사처럼 들리는 야후와 AOL이 합쳐져 Oath로 새 출발한다고 한다. 컴퓨터는 안 되고 영원히 사람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던 리캡차 서비스도 중단된다고 한다. 영원한 것이 없다.
그런데 끈질기게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4.5인치 크기의 디스켓은 이제 알아보는 사람은 아재가 됐고, 몰라보면 신세대로 구분될 아이템이지만, 여전히 각종 프로그램의 저장 아이콘으로 쓰인다. 두벌식 자판기는 여전히 그 옛날의 프린트스크린 키나 스크롤록 키를 유지한 채 그대로 쓰인다. 윈도도 왼쪽 아래 시작 버튼을 없앴다가 사용자들의 반발에 혼이 나서야 다시 되살렸다.
말과 글이 거의 합쳐지다시피 한 이 시대의 말버릇도 그렇다. 전국에서 동시에 말하기와 쓰기가 가능한 시대인데도 사투리를 여전히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에서 사투리로 글을 쓰는 것을 ‘손투리’라고 하는데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향 정서를 잊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수동 타자기 시절에는 글이 오른쪽 끝에 이르면 새로 줄을 바꾸는 CR(Carriage Return)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 버릇인지 요즘도 인터넷 글쓰기 때 무조건 한 줄씩 행을 띄우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은 끊임없이 정보가 흐르고 변화가 일어나는, 그야말로 제상비상(諸相非相)의 공간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유행하는 서비스, 아이콘 디자인, 기술이 모두 바뀌어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습관, 사람의 이야기만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터넷에 진정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심한 논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따뜻하게 볼 일이다. 싸운 이유야 끊임없이 변하지만 사람은 늘 남기 때문이다.
임문영 인터넷저널리스트
Temp라는 디렉토리나 ‘휴지통’이라는 폴더는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낯설었다. ‘휴지통’에 버렸다가 미련이 남아 다시 꺼낸 파일들, 휴지통을 지우고 후회한 파일들, 휴지통에서 지운 파일을 다시 복구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문의가 흔한 레퍼토리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사연 많은 휴지통은 운영체제 버전에 따라 계속 아이콘이 바뀌다가 최근 윈도10에서 1995년도 초창기 때 쓰인 아이콘 모양으로 되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초기 휴지통에 추억이 많아서였을까?
컴퓨터끼리 연결된 인터넷은 컴퓨터만큼이나 임시라는 개념이 강하다. 인터넷 사용자를 아예 한곳에 머물러 사는 정주인(定住人)에 비교해 유목민처럼 늘 임시로 거처를 만들고 떠돈다 해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인터넷 여론 역시 물처럼 흐르고 불처럼 타오르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클레이 서키(Clay Shirky) 교수가 말한 대로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 것이다. 다만,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의 만남 역시 임시로 이뤄지고 그것이 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긱(gig)이라는 단어는 보통 ‘작은 마차’ ‘재즈 연주회’ 등으로 쓰이던 단어인데, 지금은 일을 뜻하게 됐다. 고정된 회사 조직이 아니라 임시로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경제 현상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메시지를 일정 시간 뒤에 자동으로 지워지게 만들어 임시 메시지 기능을 강화시킨 ‘스냅챗’이 최근 페이스북 같은 거물의 인수 유혹을 뿌리치고 상장에 성공했다. 남기는 것이 싫은 미국 신세대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최근 안드로이드가 윈도 OS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원한 제국일 것 같던 윈도도 결국 1위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미국 포드를 누르고 GM에 이어 미국 2위 회사가 됐다. 전설 속의 회사처럼 들리는 야후와 AOL이 합쳐져 Oath로 새 출발한다고 한다. 컴퓨터는 안 되고 영원히 사람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던 리캡차 서비스도 중단된다고 한다. 영원한 것이 없다.
그런데 끈질기게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4.5인치 크기의 디스켓은 이제 알아보는 사람은 아재가 됐고, 몰라보면 신세대로 구분될 아이템이지만, 여전히 각종 프로그램의 저장 아이콘으로 쓰인다. 두벌식 자판기는 여전히 그 옛날의 프린트스크린 키나 스크롤록 키를 유지한 채 그대로 쓰인다. 윈도도 왼쪽 아래 시작 버튼을 없앴다가 사용자들의 반발에 혼이 나서야 다시 되살렸다.
말과 글이 거의 합쳐지다시피 한 이 시대의 말버릇도 그렇다. 전국에서 동시에 말하기와 쓰기가 가능한 시대인데도 사투리를 여전히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에서 사투리로 글을 쓰는 것을 ‘손투리’라고 하는데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향 정서를 잊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수동 타자기 시절에는 글이 오른쪽 끝에 이르면 새로 줄을 바꾸는 CR(Carriage Return)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 버릇인지 요즘도 인터넷 글쓰기 때 무조건 한 줄씩 행을 띄우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은 끊임없이 정보가 흐르고 변화가 일어나는, 그야말로 제상비상(諸相非相)의 공간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유행하는 서비스, 아이콘 디자인, 기술이 모두 바뀌어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습관, 사람의 이야기만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터넷에 진정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심한 논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따뜻하게 볼 일이다. 싸운 이유야 끊임없이 변하지만 사람은 늘 남기 때문이다.
임문영 인터넷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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