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부장의 뉴스분석] 구글 막으면서 개방 외친 시진핑의 모순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한국 | [경제기획부장의 뉴스분석] 구글 막으면서 개방 외친 시진핑의 모순

JohnPark 기자 입력17-01-18 13:36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자유무역 강조한 다보스 연설
세계무역 12% 차지하는 중국
보호무역 강화 땐 타격 심각
트럼프 맞선 리더십도 노려
무역불균형 시정 비전 없고
중국 내 투자장벽 언급 안 해
세계화 대신 경제 세계화 강조
인권 등 글로벌 규범 거부 뜻

 

 

과연 중국이 개방과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와의 차별성을 한껏 부각시켰다. 공산당 일당이 지배하는 중국이 자본주의 시장 원리인 자유무역의 주창자로 나선 건 아이러니다.

“무역전쟁에선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연설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대목이다. 개방과 협력을 역설한 그의 연설을 ‘듣기 좋은 레토릭’이라고 표현한 외신도 있다. 레토릭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시진핑 번역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무역의 12.1%(2015년)를 차지할 정도로 무역대국이다.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수출의존도 높은 중국 경제는 타격을 받는다. 중국은 무역 덕분에 미국과 맞짱을 뜨는 G2로 컸고, 지금도 6788억 달러(2015년)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유무역이라는 세계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 처음 참석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17일 세계경제포럼(WEF)에 처음 참석해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시 주석이 다보스포럼에 데뷔한 17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동시에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시대도 곧 개막한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중국이 흔들리는 글로벌 리더십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레드 버그스턴 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은 과거 100년간 유지하던 글로벌 리더십을 스스로 포기한 것 같다”며 “(미국이 포기한) 글로벌 리더십을 향해 중국이 나서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중국 경제가 자국의 대외 개방에 있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분야는 아직도 합작법인이 아니면 중국 내 투자가 불가능하다. 제도적 진입장벽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비(非)제도적 장벽도 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의 미하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지난 16일 대사관 홈페이지 성명에서 “무엇보다 시장 개방의 구호가 더 이상 빈말이 아님을 믿을 만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독일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에서 두꺼운 시장진입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18일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환영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외국 기업이 지난해(77%)보다 4%포인트 높아진 81%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시 주석이 개방과 연결성을 주창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날 선 비판을 날렸다. 인권침해나 인터넷 규제부터 개선하라는 얘기다. 재미있는 건 시 주석이 연설 내내 ‘세계화’라는 말 대신 ‘경제적 세계화(economic globalization)’라는 표현을 신중하게 사용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개방, 보편적인 인권, 자유선거 등 세계화에 따르는 보편적인 글로벌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구글·유튜브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은 아예 봉쇄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을 결정한 한국에 대한 중국의 ‘비공식적’ 보복도 시진핑의 다보스 발언을 무색하게 한다.

“로두스 섬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더 높이 뛰었지. 지금 여기가 로두스라면 누구보다도 더 높이 뛸 수 있을 텐데….” 이렇게 허풍을 늘어놓는 청년에게 누군가 말했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보라!(Hic Rhodus, hic saltus)”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다보스에서 ‘멋진 신세계’를 그려냈던 중국이 이번에 뛸 차례다. 지금, 이곳에서.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605건 20 페이지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뉴스 제목
한국 [단독] 북핵·미사일 개발 못 막아…선제타격·요격 강화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보도했다. 김정은의 2017년 첫 군 관련 행보다. 지난 1일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시험발사 마감 단계”라고 주장했다. [사진 조선중앙TV]  
01-19
한국 “한·미 FTA 재협상 걱정할 필요 없으나 대비는 해야”
트럼프 오늘 취임…“한·미 FTA 재협상 걱정할 필요 없으나 대비해야”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식을 갖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오른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고
01-19
한국 [단독] 정치후원금 연말정산 오류…8만5000원 환급 못 받을 뻔
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 17일 연말정산 서류 구비를 위해 국세청 연말정산 서비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기부금 항목을 조회하던 이씨는 지난해 한 국회의원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했던 10만원이 ‘법정기부금’으로 분류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중앙
01-18
한국 [뉴스분석] 반기문, 컨벤션효과 시들…캠프내 “감동 메시지가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18일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묘역을 돌아보고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추모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로 귀국 엿새째를 맞았다.
01-18
한국 [경제기획부장의 뉴스분석] 구글 막으면서 개방 외친 시진핑의 모순
자유무역 강조한 다보스 연설 세계무역 12% 차지하는 중국 보호무역 강화 땐 타격 심각 트럼프 맞선 리더십도 노려 무역불균형 시정 비전 없고 중국 내 투자장벽 언급 안 해 세계화 대신 경제 세계화 강조 인권 등 글로벌 규범 거부 뜻  
01-18
한국 [단독]황교익 "문재인 지지했다고 KBS서 출연 금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전문가그룹인 '더불어포럼'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최근 KBS로부터 출연 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떠들썩한 상황인데도 정치 성향에 따른
01-18
한국 AI 감염된 중국인 140명…14개 지역 여행 땐 조심을
중국에서 사람이 AI(조류독감)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광둥(廣東)성을 비롯한 4개 지역은 두 가지 유형의 인체 감염 AI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18일 H7N9형 AI의 인체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01-18
한국 '정유라 이대 특혜' 김경숙 전 학장 구속
[중앙포토]   18일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에게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를 제공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62)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
01-17
한국 “동맹 중요성 잘 아는 틸러슨, 한국의 훌륭한 친구 될 것”
  미국 굴지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66·사진) 소장은 렉스 틸러슨(64) 국무장관 후보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손꼽힌다.   동년배로서 CSIS의 이사회 멤버인 틸러슨과 오랜 기
01-17
한국 “글로벌 영국” 메이의 결단
“유럽 넘어 세계와 거래하겠다” EU 단일시장·관세동맹 동시 탈퇴   [로이터=뉴스1] “6개월 전 영국인은 더 밝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표했다. 지금은 위대한 국가 변화의 순
01-17
한국 [뉴스분석] 감정에 호소한 독도 소녀상, 민감한 영토문제 건드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7일 총리공관에서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 대사,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추궈훙 중국 대사 등 14명의 주한 외교단 대표들과 간담회를 했다. 황 권한대행이 스즈키 히데오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와 인사하
01-17
한국 朴대통령, KT 회장에 '장시호 작성 계획서' 직접 전달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38)씨.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최순실(61)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전 수석의 3차 공판에서 검
01-13
한국 [인구 5000만 지키자] ‘출산 늘려라’ 파격 처방…첫 애만 낳아도 최고 350…
충북 영동군이 올해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을 종전 3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11배 정도 올렸다.   첫째 아이 출산장려금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영동군은 또 둘째는 50만원에서 380만원, 셋째는 500만원에서 510만원으로 인상했다. &n
01-12
한국 4시간 넘도록 세월호 전원 구조 오인? “있을 수 없는 일”
“청와대 각종 보고 중에 ‘전원 구조는 오보’라는 보고가 있는데 오후 2시가 넘도록 청와대가 전원 구조 상황으로 오해하고 있을 수 있나요?”(이진성 헌법재판관)   노무현 정부 때 비서관 헌재 출석 &ld
01-12
한국 [일문일답]朴 대통령, 출입기자단 신년 인사회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01-01
한국 朴대통령, 각종 의혹 전면 부인…헌재·특검 대비 여론전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유년(丁酉年) 새해 첫날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 행사를 갖
01-01
한국 北 핵무력 집착 대외협상력 극대화 목적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아 1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韓·美 정권교체기 노린
01-01
한국 교육부,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1년 유예...사실상 폐기수순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운영하고 국·검정 혼용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교육부
12-27
한국 가칭 보수신당, 새 원내대표 주호영 추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가칭) 제1회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공동창당추진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책위의장 이종구·원내수석 정양석 비박계 신당인 가칭 '개
12-27
한국 朴대통령 탄핵안, 찬성 234표 '압도적 가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착수…'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12-09
한국 '축제의 촛불이냐, 분노의 횃불이냐'…10일 집회 어떻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화예술인이 박 대통령 퇴진 및 구속수사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시 축제 분위기 속 각종 정부 정책 재검
12-08
한국 "모든 준비는 끝났다"…3野, '탄핵전야' 대오정비
야3당, 탄핵안 부결시 의원직 사퇴하겠다 공언하며 국회 안팎서 밤샘농성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저녁, 탄핵안 가결을 위한 대오정비에 총력전을 펼쳤다.
12-08
한국 BBC "국민은 정직한데 상층부는 부패한 한국,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같은 일이 왜 자꾸 반복되는지를 BBC가 분석했다. [BBC 캡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관심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아지는 가운데
11-26
한국 "朴 최순실에 속았을뿐 잘못없다"…보수단체 맞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주말 5차 촛불집회가 26일 열린 가운데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보수단체도 맞불 집회를 열었다. 
11-26
한국 광화문 촛불집회 마침내 150만명 돌파…전국 200만 임박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5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올리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오후 9시40분 지방 40만명 등 190만명 운집" "전세계 20개
11-26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