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20개 텅텅, 고시생은 2명뿐…노량진 고시원 88% 사라졌다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월드뉴스 | 방 20개 텅텅, 고시생은 2명뿐…노량진 고시원 88% 사라졌다

박종서 기자 입력24-03-26 08:59 수정 24-03-26 08:59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 대로변에 위치한 폐업한 고시원. 창문에 '임대'라고 적힌 문구가 붙어있다. 박종서 기자


‘고시촌’으로 유명한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송모(52)씨 고시원은 지난 25일 기준 절반이 공실이었다. 4층짜리 건물에 각 2평짜리 방 20개가 있지만 10곳이 비어있었다. 고시원에 머무는 10명 중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2명뿐이고, 나머지 8명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외국인 노동자 등이다. 송씨는 “10개 호실에서 들어오는 월세로 전기세·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어 현상 유지만 하는 실정”이라며 “지금은 고시원 운영이 불우이웃돕기가 따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시촌인 동작구 노량진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건물의 2·5층을 사용하던 노량진역 인근 한 고시원은 창문에 ‘임대’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만 남아있었다. 5층에 있던 12개 호실은 모두 철거돼 잔해만 남았다. 현관문에 붙은 피난 안내도가 이곳이 고시원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바로 옆 건물에 있던 고시원도 2년 전 폐업했다. 회색 철문은 굳게 잠겼고, 건물 벽에 색이 바랜 홍보 전단만 남아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줄면서 고시원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학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69개에서 지난해 36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량진1·2동 내 고시원 수는 2015년 76개에서 지난해 9개로 줄었다. 노량진에서만 고시원 88%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과거 ‘공시족’이 대거 몰리며 성황을 이뤘던 고시원은 상당수 폐허로 변했다. 유명 학원에 출석해 강의를 듣고 각종 고시 정보를 얻기 위해 수험생이 고시촌에 몰려든 것도 10년 전 이야기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18년간 문구점을 운영해 온 조원복(53)씨는 “옛날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도 많아 월세를 아낄 수 있는 고시원 인기가 좋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고시원은 물론 고시촌에도 10년 전보다 학생도 절반 이상 줄었다. 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 확산도 고시원 수요를 줄였다. 대학동에 거주하며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길모(25)씨는 “인강이 워낙 잘 돼 있고 논술도 온라인으로 첨삭 받을 수 있는 시대”라며 “심지어 고시촌에 살면서도 실강(실시간 강의)에 나가지 않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고시원 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일부는 주거용 원룸으로 개조되는 추세다. 지방에서 올라와 저렴한 집을 찾는 대학생이나, 지하철 2·9호선을 이용해 강남·여의도 등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대학동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곽모씨는 “고시원을 원룸으로 개조한 주변 사장들이 ‘신림선 생기고 여의도나 강남에 직장 있는 사람들이 근방 원룸 많이 찾으니 (원룸으로) 고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열악한 고시원을 채우는 건 과거 고시 공부를 하다가 포기한 고시 낭인(浪人)이나 일용직·외국인 노동자가 대다수다. 송씨는 “고시원에 남은 인원 중엔 20년 전 고시 공부하러 고시촌에 흘러들어와 50세가 넘을 때까지 머무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고시촌에서 공시생이 사라지며 고시촌 상권도 자연스레 위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량진·신림 고시촌 내 외식업체는 2015년 1444개에서 지난해 1273개로 줄었다. 20년째 대학동 고시촌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동건(47)씨는 “고시생이 줄어 6개월도 안 돼서 폐업하는 가게가 허다하다”며 “근처에 3개월 만에 문 닫은 술집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이아미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21,880건 13 페이지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뉴스 제목
캐나다 연방정부, 첫 주택 구매자에 30년 상환기간 허용
프리랜드 장관 정책 발표8월 1일부터 시행 예정주택 시장 활성화 효과RRSP 인출 한도 상향인출 2년→5년 연장연방정부가 새 주택을 구매하는 생애 첫 번째 주택 구매자들을 위해 30년 상환 기간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04-11
캐나다 월 14달러 내세운 '피즈'… '우리집 통신비' 부담 줄어들까
피즈(Fizz)' 전국적인 확장 발표저렴한 요금제로 새로운 변화가격ㆍ기간 사용자 원하는 대로온타리오, 매니토바, 앨버타, BC주로저스, 벨, 텔러스 네트워크 이용캐나다의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 저렴한 요금제로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었다. 모바일 서비스와 가정용 인터
04-11
밴쿠버 'QS 세계 대학 순위' BC주 대학들 평가보니…
QS 세계 대학 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에서 BC주의 대학들이 전체적으로 중간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이 순위는 각 학문 분야별로 대학들을 평가하는 연간 목록으로, 전 세계의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다.특히 UBC는 4개의 주요 학문 분야에
04-11
밴쿠버 BC주, 4월 평균 적설량 50년 만에 최저치
BC주의 평균 적설량이 지난 5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발표된 적설량 및 수자원 공급 보고서에서 수문학자 조나단 보이드 씨는 올해 적설량의 감소가 주민들에게 닥칠 가뭄 위협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보이드 씨는 4월 1일 기준으로 BC주의 적설량
04-11
밴쿠버 써리시, 최대 12곳 대마초 매장 허용
대마초 소매업, 써리 경제 활성화 기대캐나다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된 지 5년 만에, BC주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써리가 대마초 소매점 개설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월요일 밤, 써리시 시장과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최대 12개의 대마초 소매점 개설을 허용하는 안건을 승
04-11
캐나다 BC 금융시장, 실수로 손실된 자금 일부 회수 성공
최근 BC주에서 발생한 금융투자자들의 큰 손실 사건이 BC증권위원회(BCSC)의 개입으로 일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40만 달러 이상의 자금 손실을 일으킨 이 사건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손실액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이번 사건의 주범인 시준 즈위
04-11
밴쿠버 '주차하기 겁나네' 그랜빌 아일랜드 시간당 5달러로 인상
주차비, 비싸지고 길어진다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방문 계획, 주차 비용 고려연방 정부 소유 재산, 운영1,200대 공간 면적 25% 차지인기 관광지인 그랜빌 아일랜드의 주차 요금이 5월부터 인상되고, 유료 주차 시간이 확대될 예정이다. 변경된 주차 정책에 따르면
04-11
밴쿠버 밴쿠버 지역 아마존 직원들, 노조 결성에 박차
유니포, 대표 신청서 제출밴쿠버 지역 아마존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위한 공식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유니포(Unifor, 캐나다 민간 노동조합)는 BC주 노동관계위원회에 뉴웨스트민스터와 델타에 위치한 아마존 주문처리 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노조 대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04-11
밴쿠버 세금이 30%… 비싼 주차세에 운전자들 불만 속출
트랜스링크 세금 관리고비용 주차세 논쟁 유발24%의 주차세율과 5% GST미납시 신용 점수에 영향시민들 다른 교통수단 고려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운전자들이 주차 요금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 노스 밴쿠버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한 시간 동
04-11
캐나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전 세계 최고의 장소에 加국립공원 선정
전 세계 122개 장소 중 최고의 별밤 관측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전 세계 최고의 장소로 캐나다의 워터튼-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Waterton-Glacier International Peace)이 선정됐다. 여행사 인검스(Inghams)가 최근 발표한 보
04-11
밴쿠버 출근길 권총형 가스 라이터 신고로 한 바탕 소동
자료사진지난 3일, 뉴웨스트민스터의 카나본 스트리트 800블록에서 발생한 사건에 경찰과 시민들이 한 바탕 소동을 벌였다. 신고자는 권총을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 남성이 여성과 다투는 모습을 경찰에 신고했다.신고를 받고 즉시 해당 지역으로 출동한 경찰은 콜럼비아 스카
04-11
캐나다 예년보다 심각한 산불 시즌 예고로 긴장 고조
기록적 산불 시즌 예고로 긴장 고조  올해, 예년 뛰어넘는 화재 위험성 대비연방정부는 최근 예상치 못한 따뜻한 겨울과 광범위한 가뭄 상황, 향후 몇 달간의 기온 상승 예측에 따라, 올해 캐나다가 역대 가장 파괴적인 산불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
04-11
밴쿠버 BC주, 목조 건축 신규 규정으로 18층 건물 가능
다양한 분야 목조 건축물 활용 범위 확대BC주가 새로운 목조 건축 규정을 도입하여 기존의 12층 제한을 넘어 최대 18층까지의 건설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목조 건축의 새 시대를 맞이했다. 이번 조치는 주택, 소매점, 경량 및 중간 산업 건축물, 그리고 치료 시설에 이르기
04-11
밴쿠버 키칠라노 수영장 올 여름 누수공사 중에도 개장
시간당 3만 리터 물 새어나가... 키칠라노 쇼보트도 개장 유지밴쿠버의 유명한 야외 수영장인 키칠라노 수영장과 키칠라노 쇼보트가 예상치 못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 정상 운영될 예정이라고 밴쿠버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위원회가 발표했다. 지난 12월 발견된 수영장의
04-11
캐나다 인도와 파키스탄, 캐나다 선거 개입 의혹
최근 캐나다 보안 정보국(CSIS)에 의해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가 2019년과 2021년 캐나다 연방선거에 개입하려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캐나다 연방선거와 민주주의 기관에 대한 외국 정부의 간섭 가능성을 조사하는 연방위원회의 활동의 일환
04-11
월드뉴스 최악의 총선 참패에도 尹 '56자 사과문'…"용산 레드팀 필요"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한 총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 뒤 국정 쇄신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
04-11
월드뉴스 檢 겨눈 조국, 6선 된 추미애 '검수완박 시즌2' 더 독해진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서초역사거리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인
04-11
월드뉴스 전처 살해 혐의로 '세기의 재판'…미식축구 스타 OJ 심슨 사망
1995년 미국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기뻐하는 전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가운데). AP=연합뉴스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전 미국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이 11일(현지시간) 사망했다. 76세.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심슨의 가
04-11
월드뉴스 '가슴∙엉덩이 노출' 파격 패션…젠데이아, 10분 만에 후회한 이유
지난 2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영화 ‘듄2’ 시사회에서 사이보그 패션을 선보인 젠데이아. EPA=연합뉴스영화 ‘듄2’ 시사회에서 사이보그 패션을 선보인 젠데이아가 “그건 나쁜 아이디어였다”고 밝혔
04-11
월드뉴스 여가수 국회의원 탄생…"박근혜 만세" 외쳤던 '조국당 비례' 누구
가수 리아로 활동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7번 김재원 후보. 연합뉴스가수 리아로 활동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7번 김재원(49) 후보의 국회 입성이 확정됐다.11일 오전 5시 50분 기준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46석에 대한 개표가 92.35% 진행된 가운데
04-10
밴쿠버 물 부족 사태 대응 긴급 조치, 5월부터 급수 제한
기후변화 대응 물 사용조절적설량 감소에 따른 조치잔디밭 주 1회 급수 제한현재 적설량 56%에 불과손이나 점적 관수는 제외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물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물 사용 제한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지역의 적설량이 예년 평균의
04-10
캐나다 캐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5% 유지
경제성장 전망 및 인플레이션 동향 분석인플레이션 둔화 추세 확인 경제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캐나다 중앙은행은 10일, 올해 세 번째로 진행된 금리 업데이트에서 기준금리를 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2024년 2.75%,
04-10
밴쿠버 BC주, 저소득층 임대인 일회성 지원금 430달러 지급
임대 보조 프로그램 등록자 대상, 생활 부담 완화 기대BC주 정부가 저소득층 임대인을 위한 새로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미 두 가지 주요 임대 지원 프로그램에 등록된 임대인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다. 라비 칼론 주택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임대인들의
04-10
밴쿠버 스카이트레인 전 노선,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연동 완료
BC의 긴급 경보 시스템에 연결ONC 센서와 스카이트레인 연결시스템 구축 1,200만 달러 투자해저 센서와 40개의 육상 센서지진 후 20초~120초 전에 경고메트로 밴쿠버의 스카이트레인 전 노선이 최근 지진 조기 경보 센서 시스템과의 연동을 완료했다. 캐나다, 엑스포
04-10
월드뉴스 민주당 171석, 국민의힘 105석, 조국혁신당 9석…개표율 98.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 등이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며 박수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 개표율이 98%를 넘은 가운데 254곳의 선거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61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1
04-10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